[사실은] 日 후쿠시마·도쿄 3박 4일…방사선 얼마나 받았을까?

박세용 기자 psy05@sbs.co.kr

작성 2019.09.07 09:33 수정 2019.09.07 10:3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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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사실은] 日 후쿠시마·도쿄 3박 4일…방사선 얼마나 받았을까?
지난 2일 취재차 일본으로 향했습니다. 도쿄와 후쿠시마를 취재했습니다. 방사선 측정기를 준비했습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대여한 측정기입니다. 후쿠시마현의 식재료와 세슘이 묻은 흙, 곳곳의 방사선량이 궁금했지만, 제가 가는 모든 곳에서 3박 4일간 과연 어느 정도 방사선량을 받게 될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틈이 날 때마다 측정기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참고로, 측정기 측면에는 '교정필증'이 붙어 있습니다. 측정기를 신뢰할 수 있다는 공식 인증입니다.
관련 사진김포공항 탑승구 앞입니다. 0.13μ㏜/h입니다. 1시간에 0.13μ㏜를 받는다는 뜻입니다. μ㏜/h는 내 몸이 1시간에 얼마나 많은 방사선을 받는지 보여줍니다. 도쿄행 비행기에 탔습니다. 이륙한 뒤 방사선량이 곧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이륙 20분 정도 지나자 1.14μ㏜/h가 뜹니다. 지상에 있을 때보다 10배 정도 높아졌습니다. 대기가 희박해져서 우주에서 오는 방사선량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관련 사진10분 정도 더 지나면서 비행기 고도가 더 높아졌습니다. 제가 받는 방사선량이 2.68μ㏜/h까지 올라갔습니다.
관련 사진이 정도면 일본 후쿠시마에서 아직 오염이 제거되지 않은 곳에 가야 볼 수 있는 수치입니다. 최근 일부 언론이 내년 올림픽 야구 경기가 열리는 후쿠시마시 아즈마 구장 앞에서, 이 숫자가 0.5μ㏜/h라면서 위험하다는 식으로 보도했는데, 같은 논리라면 비행기 안에서 2.68μ㏜/h은 제가 굉장한 위험에 처해 있다는 뜻입니다. 9월 6일 현재 기준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가까운 곳에서는 지금도 8.27μ㏜/h이 측정되고 있습니다.
관련 사진여기는 귀환곤란지역입니다. 이건 진짜 높은 수치입니다. 비행기는 내리면 끝이지만, 8.27μ㏜/h 주변에선 또 어떤 값이 나올지 모릅니다.

측정기 모드를 바꿨습니다. 이젠 μ㏜/h가 아니고 'cps'라고 뜹니다. 1 cps면 1초에 1개의 방사선이 이 측정기 센서를 통과했다는 뜻입니다. μ㏜/h 측정값과 마찬가지로 cps 값도 멈춰 있는 것이 아닙니다. 비행기가 빠르게 이동하는 만큼 측정값도 계속 요동칩니다. 고도가 올라가면 cps 값이 커지고, 고도가 낮아지면 cps 값도 떨어집니다. 비행기가 이륙한 뒤 1시간 정도 지나자, 12.8cps가 찍혔습니다. 1초에 12.8개의 방사선이 측정기를 통과했습니다.
관련 사진아마 제 몸도 그 정도의 방사선을 받았을 겁니다.

하네다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다시 0.12μ㏜/h로 떨어졌습니다.
관련 사진아까 2.68μ㏜/h까지 올라갔던, 그 숫자입니다. 김포공항 탑승구 앞에서 0.13μ㏜/h과 비슷합니다. 측정기를 랩으로 씌워서 좀 지저분해 보이시죠. 센서에 방사성 물질이 묻으면 측정값이 교란될 수 있다고 해서, 연구원분들도 랩으로 싸서 측정한다고 합니다. 랩을 늘 싸서 다니긴 힘들어서, 때로는 그냥 측정하기도 했습니다.

도쿄만으로 이동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도쿄올림픽 선수촌의 '빌리지 플라자' 건설 현장입니다. 선수들 휴식 공간입니다. 목조 건물입니다. 일본 63개 지역에서 나무를 베어내 이 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후쿠시마현 나무도 포함입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문의했지만, 정확히 어느 곳에 후쿠시마현 목재를 시공하고 있는지, 취재진에게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방사성 물질인 세슘 문제는 없을지, 이건 차차 보도해 드릴 계획입니다.
관련 사진'빌리지 플라자' 공사 현장 촬영을 마치고 다리 건너편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공간의 방사선량은 0.08μ㏜/h로 나타났습니다. 김포공항 탑승구 앞 0.13μ㏜/h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관련 사진제가 새벽에 회사에서 출발할 때, SBS 앞에서는 0.13μ㏜/h가 나왔습니다. 일본은 지반이 우리랑 달라서, 자연 방사선량이 평균적으로 더 낮습니다.

도쿄에서 후쿠시마현에 들어설 때까지는 고속도로로 3시간 이상 걸립니다. 다음날 목재 업체를 취재하기로 예정돼 있어서, 후쿠시마현 바로 아래 이바라키현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후쿠시마현과 멀지 않은 곳입니다. 잘 때는 측정기를 cps 값으로 해놓고 잤습니다. cps 값이 μ㏜/h보다 더 잘 움직여서, 뭔가 변화가 있으면 보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잠들기 전엔 1.14cps가 최고치였는데, 잠에 든 6시간 53분 동안 cps 값의 최고치는 1.42로 올라갔습니다.
관련 사진평균은 0.83이어서 1에 못 미쳤습니다. 잘 때 평균적으로 방사선을 1초에 1개 이하로 받았다는 뜻입니다. 측정기에 뭘 안 대도, 자연에서 이 정도의 방사선을 받습니다.

취재 이틀째, 후쿠시마현에 있는 목재업체에 갔습니다. 올림픽 선수촌 '빌리지 플라자'에 실제로 목재를 공급한 곳입니다. 후쿠시마현 곳곳에 있는 측정기 설치 환경도 점검했습니다. 취재한 내용은 역시 차차 보도해 드리고, 지금은 3박 4일간 제가 도쿄와 후쿠시마현을 다니면서 받은 방사선량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후쿠시마시로 이동했습니다. 제1원전과 80㎞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후쿠시마시 중심에 있는 숙소를 잡았습니다. 밤에 숙소에서 측정한 자연선량 최고치는 0.91cps였습니다. 측정기가 켜진 3시간 동안 평균적으로 1초에 0.5개의 방사선을 받았습니다. 측정기에 아무것도 안 댔을 때 수치입니다. 측정기를 켜놓고 잤습니다. 일어난 뒤 cps 최고값은 1.08로 나타났습니다.
관련 사진평균값은 전날 밤에 잰 것처럼 0.5cps 정도였습니다. 후쿠시마현 아래 이바라키현 숙소에서 쟀을 때보다 낮았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저도 모릅니다. 방사성 물질 세슘은 '흙'에 잘 달라붙기 때문에 이렇게 숙소에서 재면 높게 나오지 않습니다.

취재 사흘째 아침, 측정기값을 리셋했습니다. 이때부터 다음날까지 누적 방사선량을 알고 싶어서였습니다. 숫자를 다시 0으로 맞췄습니다. 내년 도쿄올림픽 야구 경기가 열리는 아즈마 야구장을 취재했습니다. 야구장 내부에서 공간선량을 측정했고, 근처 산으로 이동해 측정했습니다. 아즈마 구장에 바람이 불면 근처 산에 묻어있는 세슘이 날아와 흡입하게 된다는 주장이 있어서,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세슘 제거, 즉 제염의 손길이 미치지 못할 만한 높은 산에 올라가 측정해보기도 했습니다.

취재를 마친 뒤 다시 도쿄로 향했습니다. 취재 차량 안에서 측정된 수치입니다. 제가 아즈마 야구장 내부와 주변 야산, 또 야구장 근처의 높은 산을 취재했는데, 그 7시간여 동안 측정된 최고치는 0.82μ㏜/h였고,
관련 사진평균적으로는 0.09μ㏜/h가 나왔습니다. 제가 측정기 액정만 보고 다닌 건 아니어서, 0.82μ㏜/h가 어디서 찍힌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아즈마 구장 근처 산이나, 어딘가 세슘이 많이 모여 있는 곳 근처에서 측정된 수치일 수 있습니다. 만일 0.82μ㏜/h가 찍힌 곳에서 하루 24시간, 365일 있으면 1년에 7.1mSv의 방사선량을 받습니다. 일반인 연간 한도 선량의 7배 정도인데, 저는 그곳을 잠시 스쳤나 봅니다. 측정기에 0.82μ㏜/h가 한참 찍혀 있었다면, 그곳에 너무 오래 머물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나흘째, 취재를 마치고 다시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후쿠시마현에서 7시간 정도, 도쿄에서 13시간 정도, 총 20시간 동안 누적된 방사선량이 측정기에 나타났습니다. 2.04μ㏜였습니다.
관련 사진측정값은 매 순간마다 바뀌는데, 20시간 동안 측정기가 받은 총 방사선량이 2.04μ㏜/h라는 뜻입니다. 제가 김포공항 탑승구 앞에서 잰 것이 0.13μ㏜/h이었으니까, 거기서 20시간이었으면 2.6μ㏜이 나오네요. 물론 측정기 숫자는 늘 변하고 있었으므로, 이걸 정밀한 비교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제가 후쿠시마현에서 수치가 더 높은 곳을 일부러 찾아갔다면, 당연히 누적 선량도 서울보다 높게 나왔을 겁니다.

탑승구 앞에서 측정기를 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최고값 456μ㏜/h가 찍혀 있었습니다.
관련 사진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서 그런가 추측했습니다. 국내 돌아와서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측정기를 화물 검색대에 통과시킬 때 엑스레이를 받아서 찍힌 최고값이라고 했습니다. 검색대 밖으로는 방사선이 새지 않도록 납 등으로 막는다고 합니다. 검색대 앞에서 근무하는 공항 직원들이 높은 방사선량을 받으면 안 되니까요. 승객이 통과하는 곳은 에너지가 약한 비전리 방사선을 쓴다고 합니다. 물론 저도 456μ㏜/h을 받은 건 아닙니다.

하네다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했습니다. 역시 수치가 올라갑니다. 최고값은 3.05μ㏜/h입니다.
관련 사진만약 북극 위를 통과하는 미국 노선이었다면 수치가 더 올라갔을 겁니다. 극지방 높은 고도에서는 우주 방사선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항공사들은 북극 노선을 운항하는 조종사와 승무원들의 연간 비행 시간을 관리합니다.

김포공항 착륙 뒤, 다시 0.09μ㏜/h로 떨어졌습니다.
관련 사진물론 저 숫자로 고정돼 나타나는 건 아니고, 약간의 진동이 있습니다.
관련 사진제가 취재 나흘 중에, 뒤에 이틀간 받은 총 방사선량은 3.93μ㏜입니다.

중간에 후쿠시마산 식재료와 물건들을 측정하느라 누적 선량 3.93μ㏜는 사흘째, 나흘째만 더한 값입니다. 첫째 날과 둘째 날 후쿠시마현을 다녔으니까, 누적 방사선량이 두 배 정도 된다, 8μ㏜라고 보수적으로 가정하면, 제가 나흘간 도쿄와 후쿠시마현에서 받은 총 방사선량은 12μ㏜ 정도입니다. 흉부 엑스레이 1번 찍을 때 100μ㏜ 정도 받으니까, 엑스레이의 10분의 1 정도 받은 셈입니다. 물론 저처럼 3박 4일이 아니라, 1년 365일 후쿠시마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의 경우엔 계산이 전혀 달라질 것입니다.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와 SNU 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자료조사 : 이다희, 김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