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꼰대는 언제부터 꼰대였을까?

서메리 | 작가 겸 번역가.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저자

SBS 뉴스

작성 2019.09.06 11:0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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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무렵까지, 나는 'X세대'라는 표현이 '기성세대'를 뜻하는 줄 알았다. 당시의 어린 머리로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뉴스에 비친 X세대들은 하나같이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한 번은 'X세대와 신세대의 갈등'이라는 뉘앙스의 기사 제목을 보고 '아, X세대는 신세대의 반대말, 그러니까 구세대라는 뜻이구나'라고 생각했던 기억도 난다.

이 단어의 올바른 정의를 알게 된 시점이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X세대가 단순한 '구세대' 개념이 아니라 1968년 전후로 태어난 인구를 콕 집어 지칭하는 말이며, 1991년 캐나다의 한 소설가가 그들을 기존의 관점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신세대로 분류하며 처음 사용한 용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받았던 충격만큼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전까지 나는 어른들이 날 때부터 어른인 존재라고 여겼던 것 같다. 그들에게 나와 같은 어린 시절이 있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틈만 나면 "요즘 젊은 것들은…"하며 혀를 끌끌 차는 바로 그 사람들에게 '요즘 젊은 것'이었던 시절이 있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그 어른들도 한때는 신세대였다. 윗세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생각과 행동을 하고, 사회의 고정관념에 과감히 도전하며, 꽉 막힌 '꼰대'들을 거침없이 비판하는 혈기왕성한 청년기와 청소년기를 그들 또한 겪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때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젊은이들'이었던 그들은 수십 년의 세월을 거치며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기성세대'에 무사히 안착했고, 마치 처음부터 어른으로 태어난 사람들처럼 다음 세대와 선을 그었다.

현재의 기성세대가 한때 신세대였다는 놀라운 깨달음은 지금의 신세대 또한 언젠가 기성세대가 되리라는 당연한 자각으로 이어졌다. 약간의 충격과 당혹감 속에서, 평범한 청소년이던 당시의 나는 그 또래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다짐을 했다. '절대 꼰대 같은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라는 굳은 결심을 마음에 새긴 것이다.

그로부터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종종 그 순간을 떠올리며 자신을 돌아보곤 한다. 나는 좋은 어른으로 성장했을까? 혹시 그토록 피하고자 했던 꼰대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물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는 없다. 이것은 본인이 직접 판단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므로.
(6일용)[인-잇] 어린 왕자와 어른의 기억"어른들도 처음에는 어린아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많지 않다."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독자들의 폐부를 찌르는 이 강렬한 문장과 함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품의 화자인 '나'는 파일럿으로 일하는 어엿한 어른으로,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기를 수리하던 중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어린 왕자와 마주친다.

화자는 홀연히 나타나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져오는 금발의 작은 소년에게 호감을 느낀다. 소년의 입에서 나온 천진난만한 말들은 그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성을 되살려준다. 어린 왕자 또한 선량하고 호의적인 화자에게 금세 마음을 연다. 두 사람은 적지 않은 나이 차이와 출신 행성의 차이를 극복하고 친구가 된다.

하지만 화자가 처한 상황은 하루 종일 새로 사귄 어린 친구와 수다를 떨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못하다. 아니, 사실 그는 매우 절박한 위기에 처해 있다. 어딘지도 모르는 사막 한복판에 불시착했고, 비행기는 고쳐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식수는 기껏해야 1주일 분밖에 남지 않았다. 물이 떨어지기 전에 수리를 완료하지 못하면 꼼짝없이 목숨을 잃을 판이다. 그런 어른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린 왕자는 며칠 내내 그의 옆에 달라붙어 양이니 장미니 여우니 하는 비현실적인 얘기를 쉴 새 없이 떠들어댄다.

불시착 닷새째가 되던 날, 시커먼 기름때를 묻힌 채 볼트와 너트를 들고 씨름하던 화자는 여느 때처럼 재잘대던 어린 왕자에게 버럭 화를 낸다. "쓸데없는 얘기는 그만 좀 해! 내겐 지금 중대한 일이 있다고!" 어린 왕자는 자신의 진심 어린 이야기를 '중대하지 않은 일'로 치부하는 그의 태도에 상처를 받는다. "아저씨는 어른들처럼 말하는구나. 진짜 중요한 걸 모르고 있어." 어른과 아이의 대화는 그렇게 단절된다.

한때 어린 왕자의 시선에 100% 공감하며 어른의 무심함에 환멸을 느끼던 나는 어느새 화자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대변해줄 수 있을 만큼 커버렸다.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삶의 꽤 많은 부분에서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기 조종사의 절박함을 느끼며 지낸다는 것이다. 식수가 떨어지기 전에 비행기를 고치지 않으면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비극을 맞이하고 만다. 그 와중에 재잘대며 들려오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너무 낯설고, 이해하기 어렵고, 현실과 동떨어져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가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어른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생텍쥐페리가 말했듯이, 아이가 아니었던 어른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우리 자신이 지나왔던 과거의 그 지점을 기억해낸다면, '세대 화합'같은 거창한 목표를 달성하진 못해도 '요즘 애들은…'처럼 세대 사이에 벽을 쌓는 말을 쉽게 내뱉지는 못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기성세대가 되지만, 반짝이는 호기심과 넘치는 모험심으로 가득했던 어린 시절이 마음속에서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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