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1조'에 발목 잡힌 훈민정음 상주본, 근거 있나

박세용 기자 psy05@sbs.co.kr

작성 2019.07.19 20:59 수정 2019.07.19 21:3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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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며칠 전 대법원이 한글 해설서인 훈민정음 상주본은 국가 소유라고 결론을 내면서, 그 소유권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상주본을 지금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배익기 씨는 여전히 그것을 내줄 수 없다면서도, 조건 하나를 내건 것이 있었습니다.

[배익기 씨 (2016년 10월) : 맞아요, 최소한 1조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 주운 돈의 10분의 1도 주는 판인데 내가 헌납하는 거니까, 최소한 그 10분의 1인 1천억 원 정도를 내가 얘기한 게 뭐…]

그러니까 상주본 가치의 10%인 1천억 원을 주면 그것을 내놓겠다는 것입니다.

그럼 이 상주본이 1조 원이라는 가치가 있다는 것은 근거가 있는 것인지, 박세용 기자가 사실은 코너에서 확인해봤습니다.

<기자>

배익기 씨의 주장입니다.

문화재청이 상주본을 1조 원 이상으로 감정했다는 것입니다.

1조 얘기는 8년 전에 이 공문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당시 문화재청이 검찰의 요청을 받고 작성한 감정평가서인데요, 결론은 가격은 산정할 수 없고 금전적 판단 자체가 부적절하지만, 굳이 따진다면 1조 원 이상이라는 것입니다.

문화재청은 이것은 상징적인 숫자일 뿐이고 실제로 금액을 감정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그럼 왜 하필 1조 이상이라고 했을까요.

비교 대상이 있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책이죠, 직지심체요절이 1조 원 이상, 그리고 창덕궁과 팔만대장경판이 3천억 원으로 평가된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나름 비교를 해서 나온 숫자기 때문에 1조가 단순히 상징적인 금액이다, 이렇게만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면 비교 대상이 된 문화재들의 감정가액, 이것 정확한 것일까요.

직지심체요절의 값어치는 사실 문화재 감정사들이 매긴 것이 아니라 경제학 학위 논문에서 나온 숫자고요, 창덕궁이랑 팔만대장경판도 일반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로 계산한 것입니다.

문화재 감정사들이 감정가액 정하는 방법과는 전혀 다릅니다.

결국 문화재청이 감정평가서에다가 1조 원, 이렇게 부정확한 감정가액을 적으면서 이번 1천억 논란, 자초한 측면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