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의 덥고 습한 날씨는 집회 참석자들에게도 여간 고역이 아니었습니다. 점심시간에 가까워지면서 체감기온은 35도를 넘어갔고, 푹푹 찌는 날씨는 여기서 저녁때까지 서 있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 들게 하는 날씨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한 여성은 탈진해 쓰러져 들것에 실려 나가기도 했습니다. 오후 들어서는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더니 폭우로 변했습니다. 온몸이 다 젖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비를 나눠주기는 했지만, 모두가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고 속절없이 다 맞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자리를 뜨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일단 자리를 비우면 입장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출정식장에 들어간 사람들은 이런 극한 체험을 한 진성 지지자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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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G(Keep America Great) 선언한 재선 출정식
이번 재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KAG(Keep America Great)라는 선거 구호를 공식 선보였습니다. 자신의 대통령 취임으로 미국은 위대하게 됐으니, 계속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자는 의미입니다. 지지자들은 "Four more years(4년 더)"를 외치며 화답했습니다. 정치부 소속으로 우리 정당의 선거 유세를 취재할 기회가 많았지만, 연사와 청중이 이 정도 손발이 잘 맞는 경우는 본 기억이 없습니다. 항상 자신을 핍박받는 아웃사이더로 포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빨간 모자 지지부대는 당신은 이 나라의 진정한 대통령이라는 자신감을 불어넣는 모양이었습니다. 이들은 강력한 응집력으로 표를 몰아주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유세는 보통 비행기를 몇 시간씩 타고 가서(미국은 워낙 커서 시간대가 바뀌는 경우도 많습니다) 밤 8시쯤 열리곤 하는데, 연설을 마치고 트위터에 감사 인사까지 하면 자정을 넘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강력한 충성심을 가진 지지자들을 보면서 그 어떤 것과도 바꾸기 어려운 감격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 "경제분야 성과를 보라"…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필요성 물어보니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언론을 비난하기는 했지만, 인터뷰를 하는데 소극적이거나 적대적인 사람은 없었습니다. 일단 요청하면 아주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해줬습니다. 지나가는 저를 붙잡고 자기도 인터뷰를 하면 안 되냐고 요청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기회가 되는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왜 재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지지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실적을 얘기했습니다. 그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약속을 가장 많이 이행했다는 겁니다. 사상 최저의 실업률을 달성했고, 불공정했던 무역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이 시정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최근 민주당 후보와 양자 대결을 가정한 여론조사에서 밀린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믿지 않는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토이 피트맨 :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경이로운 일을 해냈습니다. 그는 이곳 범죄율을 낮췄습니다. 일자리도 늘렸고요, 저는 감명받았습니다.]
[존 모르간 : 그는 말과 행동이 다른 정치인의 가면을 벗어버렸습니다. 그는 가치 있다고 믿는 바대로 사는 첫 번째 대통령입니다. 저는 거기에 대해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사라 데이비슨 :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바꾸겠다고 약속한 모든 걸 지켰습니다. 그건 정치인들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것 이상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든 아니든 그는 거기서 항상 할 일을 하고 있고, 그래서 저는 트럼프를 좋아합니다.]
[조 지벌토니 : 조 바이든의 집회를 보세요. 비교되지 않습니다. 바이든은 2~3백명을 모았을 뿐입니다. 트럼프는 수십만 명을 불러모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에서 이룬 성과를 보세요. 경제는 모든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부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를 찍겠다고 아직 말은 안 하고 있지만 그들은 결국 트럼프에 투표할 겁니다. 2020년 대선에서 재선할 겁니다.]
[데이비드 소머랠 : 지금 여론조사는 지난 대선 때 트럼프와 힐러리 여론조사를 보면 됩니다. 그때는 트럼프 지지율이 턱없이 낮게 나왔습니다. 어디서 조사하느냐에 따라서 다 다르거든요. 여기서 여론 조사하면 트럼프 지지율이 100%일 겁니다. 여론조사는 요즘 너무 부정확합니다.]
● "모두가 싫어했던 김정은과 트럼프니까 대화한 것"…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는?
[로버트 크루거 : 모든 사람이 김정은과 대화하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니까 그걸 해낸 겁니다. 오랫동안 미사일 발사가 있었지만, 중단됐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몇 년 동안 그들은 잠잠할 것입니다. 그건 한국이나 모든 세계의 다른 모든 국가를 위해서 좋은 일입니다. 북한의 핵무기는 더 이상 위협이 되지 못합니다.]
[조 지벌토니 : 북한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한 압박을 계속해야 합니다. 전쟁을 하지 않고, 지금처럼 핵무기를 사용하는 걸 중단하도록 압박해야 합니다.]
[에드 : 저는 북한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동맹국인 한국을 보호하는 걸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적어도 김정은과 대화를 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멜로디 빈센트 :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취임했을 때 전 정부는 전쟁을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 나라에 평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는 힘을 통해 평화를 가져온 사람입니다.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 빨간 모자 지지부대 등에 업은 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할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 좌충우돌로 너무 큰 분란을 일으킨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내심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큽니다. 뮬러 특검의 수사로 사실상 면죄부를 받기는 했지만, 사법 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충분히 기소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많습니다. 강성 의원들은 기회 될 때마다 탄핵을 입에 올리고 있고, 낸시 펠로시 의장은 탄핵에는 신중하지만, "트럼프가 퇴임한 뒤에 감옥에 가는 걸 보고 싶다"고 할 정도입니다. 최장기간 정부 셧다운을 불러온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전격 선포하고 추진했다가 연방지방법원에서 제동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중국과의 무역 분쟁 문제는 이미 미국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참에 기술을 훔치고, 정부 보조금으로 반칙을 일삼는 중국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트럼프 행정부는 하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도 극적인 싱가포르 합의 이후 지지부진합니다. 미국인들에게는 북한은 약발이 떨어진, 가물가물한 기억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뜻밖에 좋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악재입니다.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벌어진 충돌에 사람들이 염증을 느낀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캠프 내부에서 조사했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온 여론 조사까지 유출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가짜 뉴스라며 펄펄 뛰는 해프닝까지 있었습니다. 정치인은 여론조사 결과에 누구보다 예민합니다. 신경이 안 쓰일 수는 없을 겁니다. 지금은 20명 넘게 난립한 민주당이지만, 후보가 결정되고 나면 앞서고 있는 여론조사가 실제 대세론으로 점점 굳어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미국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할 거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습니다. 현직 프리미엄이 있는 대통령은 재선을 못 하는 게 오히려 큰 이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인단을 가져가는 방식의 독특한 미국의 대선 제도는 생각보다 더 큰 의외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플로리다를 비롯한 러스트 벨트의 스윙 스테이츠를 가져가면서 승리했습니다. 민주당 후보가 이번에는 반대로 자신들이 내준 경합 주를 찾아오는 데 공을 들일 것은 뻔합니다. 또 초반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돼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재선 출정식에서 나타난 것처럼 응집력 강한 빨간 모자 부대의 엄청난 응원을 등에 업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는 게 민주당에게 쉽지 않은 건 분명해 보입니다.
(사진=연합뉴스,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