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자신들은 전통적인 담배를 피우던 성인들의 흡연 대체재를 만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광고는 뒤집어보면 미국 청소년들이 그만큼 쥴을 많이 피우고 있고, 제조사까지 이를 두고 볼 수 없는 수준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흡연율 떨어졌지만…쥴 때문에 치솟는 美 청소년 전자담배 흡연 경험
쥴은 둔탁하게 생긴 기존 전자담배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창업자 가운데 한 명이 실제 애플에서 근무했던 디자이너 출신이었는데, 담배라기보다는 USB 메모리같이 생겼습니다. 정말 최신 아이폰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에, 쥴은 청소년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게 됐습니다.
FDA는 청소년들의 전자담배 흡연이 니코틴 중독으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습니다. 스콧 고틀립 전 FDA 국장은 "이렇게 전자담배에 중독된 청소년들이, 결국 담배를 피우는 실제 흡연자가 된다는 증거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 미 청소년 "쥴링은 너무 멋져 보인다"…"쥴링이 한국에서도 큰 문제가 될 것"
심지어 "학교에서 피워도 선생님이 잘 모른다"는 말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메릴랜드의 한 학교는 화장실에 출입문을 없애버렸다고 합니다. 화장실 안에서 쥴링을 하도 해서 선생님들이 연기가 나면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뉴저지에 있는 한 학교는 연기 감지기를 단 곳도 있다고 합니다. 쥴이 만들어낸 진풍경입니다.
오프라인에서 쥴을 살 수 있는 곳은 쥴랩스 홈페이지에 보면 친절하게 설명해놨습니다. SBS 워싱턴 지국에서 가까운 곳에 실제 가봤는데, 이곳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 주류, 담배를 전문으로 파는 곳이었습니다. 잠시 서서 지켜봤는데, 실제 쥴을 사 가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곳 사장님과 얘기를 해봤는데 "쥴을 사람들이 정말 많이 사 간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향을 첨가한 액상이 많이 나왔는데, 하도 많이 팔리니까 이제는 오프라인에서는 살 수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도 쥴이 최근 들어왔다고 하니까 "앞으로 청소년들이 쥴링을 많이 해서 큰 문제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런 전문점은 신분증 검사를 철저하게 하기 때문에 흡연 가능 연령 이하는 담배를 아예 살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통해 나이를 속여 쥴을 사고, 그걸 나눠 피워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 노스캐롤라이나, 쥴 상대로 소송…美 의회, 쥴 조사 착수
쥴이 대대적인 신문광고를 하면서 자신들이 청소년 흡연의 주범이라는 걸 물타기 하고 있지만, 미국 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지난달 미국 주 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쥴랩스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정부는 소송을 내면서 "의도적으로 니코틴의 위험을 축소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망고나 오이향은 물론 잘 팔리는 민트향까지 오프라인에서 아예 팔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이메일, SNS 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건 물론 스포츠나 공연, 심지어 자선 행사에 대한 협찬도 금지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새로운 세대가 전자담배에 중독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미 미국 시장을 석권한 쥴은 한국에서도 흡연 시장에 상당한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들이 광고하는 대로 담배를 피우던 성인들이 쥴로 갈아타는 일만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건 미국 사례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호기심과 세련된 외관에 끌린 우리 청소년들이 니코틴에 중독돼 사회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미국에서는 9개 주에서 더 성숙하고 자신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나이에 흡연을 하도록 하자며, 흡연 가능 나이를 21세로 올리기도 했습니다.
쥴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인지 우리 청소년들의 니코틴 중독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미국은 잠깐 방심한 일 년 사이 쥴이 청소년들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중독시켜버렸습니다. 니코틴에 한번 중독되면 끊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건 수많은 흡연자들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어린 청소년들이 잘 모르고 쥴링을 시작했다가 니코틴에 중독된다는 건 더 불행한 일입니다. 더 늦기 전에 정부 기관과 국회, 시민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청소년들을 니코틴 중독에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