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판다①] 하나투어, 손님 볼모로 "미수금 없다는 문서 만들어라"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작성 2019.06.11 20:42 수정 2019.06.11 22:2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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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SBS 탐사보도 끝까지 판다팀은 관광객들은 모르고 있는 패키지 관광의 실체를 어제(10일) 이 시간에 전해 드렸습니다. 국내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가 패키지 관광 상품 팔아서 사람들을 외국에 보내놓고는, 정작 현지 여행사에는 줘야 할 돈을 주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외국에 가 있는 관광객들에게 들어가야 할 돈 일부가 하나투어 본사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내용 이어서 오늘은 하나투어가 이렇게 현지 여행사에 주지 않은 돈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또 다른 갑질 의혹은 없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대형 여행사가 만든 패키지 관광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연속 보도, 먼저 김지성 기자입니다.

<기자>

한 해 200만 명 이상 한국인 여행객이 찾는 유럽.

유럽에서 10년 넘게 하나투어 여행객을 받아온 여행사 사장 김 모 씨를 현지에서 만났습니다.

여행사 사장은 취재진에게 서류 한 장을 꺼내 보여줬습니다.

지난 2009년 영국 런던에 있는 하나투어 유럽법인과 체결한 합의서입니다.

김 씨 회사가 5년간 하나투어 본사와 거래하면서 생긴 미지급금 가운데 12만 유로, 우리 돈 1억 6천만 원을 하나투어 유럽 법인이 김 씨 회사에 지급한다는 내용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총 금액 중 일부를 탕감한다'는 문구입니다. 탕감 액수를 물어봤습니다.

[김○○/유럽 현지 여행사 대표 : 이 각서 쓸 때 내가 약 38만 유로인가 45만 유로인가, 다 탕감하고 내가 이 액수 받기로 하고 사인한 거예요.]

받아야 할 돈의 3분의 1만 받고 나머지는 없는 것으로 합의한 것입니다.

[김○○/유럽 현지 여행사 대표 : (그래도 어떻게 3, 4억 원을, 적은 돈도 아닌데 포기하신 거예요?) 일을 하려니까 (이거라도 받으려고?) 이걸 받고 내가 일을 해야 되니까. 제가 그 다음에 몇 년을 더 했잖아요.]

하나투어로부터 손님을 계속 받으려면 서명하는 것 외에는 달리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나투어에 확인해봤습니다.

[정기윤/하나투어 홍보실장 : (2009년 4월에 하나투어 런던지사가 유럽의 한 여행사랑 미지급금에 관해서 합의서 작성한 사실 알고 계세요?) 아니오. (12만 유로만 받고 끝내기로 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취재가 더 진행되자 하나투어도 사실이라고 시인했습니다.
하나투어 비리하나투어가 미지급금을 털어 없애는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의 한 현지 여행사 대표는 하나투어 담당자가 '미수금이 없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만들어 보내 달라는 요구까지 했다고 말했습니다.

받을 돈이 있는데도 받을 돈이 하나도 없다는 내용의 허위 문서를 요구한 것입니다.

확인서를 보내지 않으면 앞으로 손님을 보내지 않겠다는 말에 이 사장은 할 수 없이 확인서를 만들어 보냈다고 털어놨습니다.

실제로 이 확인서 작성 뒤에 미수금은 없는 것이 됐습니다.

역시 손님이라는 무기가 동원됐습니다.

SBS 취재로 미지급금 문제가 불거지자 하나투어는 각 지역 담당자들에게 미지급금을 보고하도록 내부 지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나투어 측은 미지급금은 본사 차원에서 금지하고 있는데, 일부 실무자들이 실적 관리를 위해 부적절하게 처리했다는 입장입니다.

[정기윤/하나투어 홍보실장 : 여행업계가 워낙 성수기 비수기 요금 변동이 많다 보니까 지금 것을 다음에 줄게 이런 것들을 약간 악용해서 미수를 만들고… 본부장까지도 징계를 하는 거죠, 관리 책임을 물어서.]

하나투어는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지만, 하나투어 직원들 사이에서는 실무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김종태, VJ : 김준호, CG : 이준호, 구성 : 탁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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