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표적 된 한국 비자…베트남 현지 경찰도 연루

강민우 기자 khanporter@sbs.co.kr

작성 2019.06.10 21:10 수정 2019.06.10 22:13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앵커>

한류 열풍과 박항서 매직 속에 우리나라와 베트남 사이 호감도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교류도 크게 늘면서 얼마 전부터는 우리 정부가 베트남에서의 비자 발급 조건을 크게 완화했습니다. 하노이를 포함한 3개 대도시 주민에게는 언제든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5년짜리 복수 비자를 내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악용해서 불법 체류, 돈벌이 수단으로 홍보하는 현지 브로커들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실제 현지에서 어떤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지, 거침없이 간다 강민우 기자가 베트남에 가서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12월 새로 도입된 베트남 대도시 복수비자, 베트남 3대 대도시에 거주한다는 증명만 있으면 받을 수 있는 데다 5년간 횟수 제한 없이 한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 신청자가 몰립니다.

한국 비자발급센터는 오전 10시부터 업무를 시작합니다.

지금 시간이 아침 9시쯤이니까 아직 센터 문이 열기도 전입니다만, 벌써부터 사람들이 이렇게 별도로 마련된 임시 대기 공간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응우옌 반 투엇/대도시 복수비자 발급 신청자 : (복수 비자 신청자가) 매우 많은 것 같아요. 비자가 5년 동안 효력이 있으니까 조건이 되는 사람이면 그냥 만들어 놓는 거죠.]

신청 대상은 하노이와 호치민, 다낭 3개 대도시 지역에 호적이 있거나 1년 이상 거주한 사람.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 주민인 만큼 불법체류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정부 설명입니다.

문제는 거주지를 입증할 수 있는 호구부나 거주증, 우리나라로 치면 주민등록등본을 내게 돼 있는데 이를 위조한 서류가 판친다는 것입니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상에서 돈만 주면 비자에 필요한 서류를 위조해준다거나 심지어 자격 조건이 안 돼도 비자 발급을 해준다는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이것이 정말 가능한 일인지 제가 직접 한번 연락을 취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거주증 위조 브로커 A : 신분증과 호적만 있으면 할 수 있습니다. 선불이고요.]

돈만 더 내면 이력 조작까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거주증 위조 브로커 B : 가족 중에 불법 체류자가 있으면 가능은 한데, 가격이 더 올라갑니다. 그 사람의 (불법체류)이력도 다 지워버려야 하니까요.]

브로커를 접촉해 하노이 거주증 발급을 시도해봤습니다.

선약금을 넣은 뒤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자 오토바이를 탄 브로커가 나타났습니다.

제가 방금 건네받은 위조 거주증입니다.

베트남 현지에서 '까떼바'라고 불리는 거주 증명서인데요, 하노이에 살고 있지 않는 데도 가족 전체가 1년 넘게 하노이에 살았다, 이런 증명 내용이 버젓이 들어 있습니다.

거주 증명서를 받는 데 든 비용은 우리 돈 17만 원, 신청부터 수령까지는 단 하루면 됐습니다.

위조 서류지만 엄연한 베트남 정부 공식 문서입니다.

브로커와 연계된 베트남 경찰 등이 직접 발급하는 것입니다.

[거주증 위조 브로커 C : 우리 쪽은 경찰이 직접 하는 겁니다. 여기저기 통하지 하지 않고 저희는 경찰이 직접 만들어 줍니다.]

현지 경찰까지 유착하다 보니 우리 대사관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걸러낼 방법이 있을 리 없습니다.

대사관은 오늘(10일)부터 해당 대도시 호적이 있는 주민에 한해 비자를 내주기로 하는 등 뒤늦게 심사 절차를 강화했지만, 이 역시 브로커 손바닥 안입니다.

[거주증 위조 브로커 C : 호적도 할 수 있습니다. 좀 이따가 저희가 만든 호적 사진 예시 보여 드릴게요. OO지역으로….]

돈을 더 내면 아예 직접 비자를 받아주기도 합니다.

[비자 브로커 A : 비자 발급 보장형은 모든 비용을 다 포함해서 6,000달러입니다.]

베트남 대도시 노동자 월급이 400달러가 조금 넘는 것을 고려하면 1년 연봉에 맞먹는 거액을 내고 한국행 비자를 받는 이유는 단 하나, 돈벌이밖에 없습니다.

[비자 브로커 B : 그런데 어쨌든 한국에 가면 다 이탈해서 불법 체류할 거잖아요?]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불법 체류하는 것은 베트남에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올해 5월 기준으로 국내 베트남 불법 체류자 수는 4만 8천여 명을 넘어섰습니다.

지난해에는 유학비자를 받아 들어온 베트남 청년들이 곧바로 잠적해 당국이 부랴부랴 비자 발급을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베트남 현지에서 공문서 위조가 쉽고 한국 불법 체류 수요가 많아 대도시 복수 비자에 문제 소지가 있다는 것은 도입 당시부터 예견된 일이었지만, 뾰족한 대책도 없이 시행부터 한 것입니다.

허술한 비자 제도가 한국과 베트남 간 교류를 활성화하기는커녕 양국 관계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영상취재 : 김용우, 영상편집 : 김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