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늙어가는 중국, '연금 고갈' 경고등…중국 정부의 해법은?

『알쓸中잡』 알고 보면 쓸모 있을 수 있는 중국 잡학사전

지난달 중국 TV를 휩쓴 드라마가 있습니다. 저장위성TV에서 방영된 <또우팅하오(都廷好-ALL IS WELL)>입니다. "모두 좋다"라는 제목의 이 드라마는 3월 시청률 1위는 물론이고, 인터넷을 통해 90억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쑤저우(蘇州)에 사는 한 가정을 중심으로 남아선호 사상과 부모 봉양 문제 등 현재 중국 사회의 문제를 다루면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드라마에서 많은 시청자들의 애증을 받은 인물은 아버지 쑤다창(蘇大强)입니다. 평생 부인에게 눌려 살아온 그는 은퇴 이후 부인이 갑작스럽게 죽자 자식들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며 좌충우돌하는 캐릭터입니다. 이 과정에서 세 자녀는 누가 아버지를 모실 것이냐, 어떻게 아버지 생활 비용을 분담할 것이냐를 가지고 갈등을 빚습니다.

● 중국 노후 보장 제도 '양로 보험'
[월드리포트] 늙어가는 중국에 켜진 '연금 고갈' 경고등…중국 정부의 해법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에 나온 다양한 상황에 대해서도 시청자들의 관심은 컸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쑤다창은 매월 5천 위안, 약 85만 원의 퇴직 연금을 받고 있는데 도서관에서 일반 직원으로 일했던 그가 이 정도의 많은 연금을 받는 게 가능하냐는 얘기였습니다.

중국의 노후를 대비하는 연금은 기본양로보험과 개인양로보험 등이 있습니다. 기본양로보험은 우리나라 국민연금에 해당하는데 근로자가 가입하는 직공기본양로보험과 이에 가입하지 않은 농촌 주민 등이 대상인 도시농촌주민기본양로보험 등 2가지로 돼 있습니다. 직공양로보험은 의무가입이 원칙인 사회보험으로 매월 근로자와 고용주들은 근로자 월급의 8%, 20%씩을 각각 납부합니다. 15년 이상 가입하고 일정한 연령이 되면 연금식으로 지급받습니다. 개인양로보험은 본인이 노후를 대비해 가입하는 연금 상품입니다.

기본양로보험은 가입기간과 납입금액, 근로지역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퇴직 전 평균 수입 대비 연금의 비율을 나타내는 연금 대체율을 보면 중국은 45% 정도입니다. 퇴직 전 월급이 8천 위안이었다면 퇴직 후에는 평균적으로 3천600위안 정도를 받는 다는 뜻입니다. (드라마 얘기로 돌아가면, 중국에서 평균 월급이 높은 지역인 베이징이 매월 8천400위안인 것을 감안했을 때 5천 위안의 연금은 적은 편이 아니겠죠.)

● 중국도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타격…"2035년이면 연금 고갈"

노후를 책임지는 연금인 만큼 "내가 받을 때 연금 재정이 바닥나면 어떻게 하지"란 두려움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연금에는 지난 1월말 기준으로 660조 원의 적립금이 쌓여 있습니다. 전 세계 연기금 가운데 몇 손가락 안에 꼽힐 규모입니다. 하지만 저출산과 고령화 때문에 기금이 2057년에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심각한 저출산 때문에 시기가 앞당겨 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보험료 인상이나 수급 시기 조정 등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도 최근에 연기금 재정 문제로 한 바탕 논란이 빚어졌습니다. 지난 11일 중국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이 직공기본양로보험이 2035년에 소진될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습니다. 현재 4조2천600억 위안, 약 730조 원이 쌓여 있는데 2027년에 7조 위안, 약 1천200조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기 시작해 2035년에 고갈이 된다는 예측입니다.
[월드리포트] 늙어가는 중국에 켜진 '연금 고갈' 경고등…중국 정부의 해법은?
원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연금을 받는 퇴직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연금을 내는 인구는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중국 남성의 경우 법적 은퇴 연령이 60세입니다. 즉, 60세는 남성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입니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전국 60세 이상 인구는 2억4천900만 명으로 이미 전체 인구의 17.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월드리포트] 늙어가는 중국에 켜진 '연금 고갈' 경고등…중국 정부의 해법은?
그런데 중국에 태어나는 신생아 수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국은 1970년대 말부터 인구의 급속한 증가를 막기 위해 '한 자녀 정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그러다 인구 위기가 예상되면서 2016년부터 자녀를 2명까지 낳을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그 해에 신생아 수가 전년대비 상승하면서 인구 위기가 해소되는 듯했지만, 2017년과 2018년에는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속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신생아 수는 1천520만 명으로 전년보다 약 200만 명 감소해 1961년 이후 가장 적었습니다. 아이를 더 낳으라고 독려를 해도 중국인들도 치솟는 집값과 생활비, 양육비에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기피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따라 1990년대에는 연금을 내는 5명이 퇴직자 1명을 부양했는데, 2018년 말 기준으로는 2.6명이 퇴직자 1명을 부양하고 있습니다. 앞서 사회과학원은 중국 인구가 2029년 14억4천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줄어들 것으로 예고한 바 있는데, 추세대로라면 2050년에는 연금 납부자 1명이 은퇴자 1명을 부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일부 지방에서는 연금 재정 고갈이 이미 심각한 문제입니다. 연금은 그동안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관리해 왔습니다. 하지만 인력 유출이 많고 경제 성장이 더딘 일부 지방 성에서는 연금 재정이 이미 부족한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중앙 정부는 지역별 기금 재정을 조절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기업의 연금 납부율을 오는 5월부터 20%에서 16%로 낮출 예정입니다. 경기가 하강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기금 수입이 줄어들어 고갈을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습니다.

● 부랴부랴 진화에 나선 중국 정부…"퇴직자들 안심하라"

지난 23일 연금을 관리하는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이하 인사부)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1분기 정례 브리핑이었지만 주로 사회과학원 보고서에 대한 해명에 초점이 맞춰진 자리였습니다. 네이밍쥔 인사부 양로보험국장은 우선 기업 납부율을 낮춘 것에 대해 당장은 기금에 부담은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케이크'를 더 크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부담을 줄여주면 더 많은 기업과 근로자가 보험에 가입에 할 것이고, 결국 기금에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월드리포트] 늙어가는 중국에 켜진 '연금 고갈' 경고등…중국 정부의 해법은?
또한 사회보험을 위험 전략비축기금으로 이미 2조 위안을 쌓아 놓았고, 나라 소유의 자본 일부를 전환해 사회보험기금을 보강하는 작업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국유기업이나 국유기업이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의 지분 일부를 기금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양로 보험에 대해 중앙재정에서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양로 보험 개혁 또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네이밍쥔 국장은 "종합적이고 과학적인 운영으로 기금은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테니 퇴직자들은 안심하라"고 강조했습니다. '모두 괜찮다'는 정부의 발표에 중국 네티즌들은 "진짜 괜찮을까" "연금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살아있을 수 있을까?" "아이를 더 많이 낳아야 한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우리나라 수치와 비교해 본 것처럼, 중국 연금 규모는 인구와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작은 편에 속합니다. 또한 중국 인사부가 설명한 것처럼 재정이나 국유재산으로 연금 지급을 보조하거나 보장하고 있어 정부의 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때문에 중국에서는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 남성의 법정 퇴직 연령은 60세이고, 여성 간부는 55세, 여성 일반 노동자는 50세입니다. 지난 2012년 인적자원사회보장부는 정년을 점진적으로 연장해야 한다며 2045년까지 남녀를 불문하고 정년이 65세로 올려야 한다고 건의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안에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해 의견 수렴에 나선다는 계획인데, 인민의 노후 보장이란 '발등의 불'을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 [취재파일] 왜 비행기 엔진에 동전을 던질까?
▶ [월드리포트] 주차장 따로 파는 중국 아파트…한 면의 가격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