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신고, 대처 못한 경찰…'매뉴얼'도 안 지켰다

'응급 입원' 제도 있지만 활용 드물어

박재현 기자 replay@sbs.co.kr

작성 2019.04.18 20:34 수정 2019.04.18 22:3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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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럼 주민들 신고에 경찰이 그동안 어떻게 대처했었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4년 전 이 아파트로 이사 왔던 피의자 안인득은 이웃에게 자주 행패를 부려서 올해 들어서만 7차례 경찰에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경찰은 구속할 만큼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는데 정말 문제가 없던 것인지 박재현 기자가 따져봤습니다.

<기자>

피의자 안인득은 지난 1월 취업 상담차 진주자활센터를 방문했다 직원들이 타준 커피를 마셨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커피 때문에 몸에 부스럼이 났다며 센터 직원 2명을 폭행했습니다.

2월 말부터는 윗집이 자기 집 쪽으로 벌레를 털어 몸이 가렵다며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여고생을 뒤쫓아가 초인종을 누르는가 하면 문 앞에 오물을 뿌려 4차례나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습니다.

안 씨 때문에 접수된 112신고만 올 들어 7건에 달했습니다.

[아파트 주민 : 베란다에서 문을 열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욕을 하는 걸 봤거든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욕을 하길래 왜 저러나….]

이상 행동과 피해자 신고 내용만 봐도 정신병력을 의심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경찰은 폭행 건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현장 대응 매뉴얼에 '폭력적이고 이상 행동을 하는 사람은 의료기관에 통보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겁니다.

또 경찰이 범행 위험이 있는 중증 정신질환 의심자를 응급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도 있지만, 기준이 모호한 데다 민원에 휘말릴 수 있어 현장에서 활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현장 경찰관 : 입증을 해야 되는데 옆에 사람이 바로 이야기를 해주면 좋지. 아니면 진술을 해주든지. 그걸 눈치로 어떻게 아나.]

범죄에 대응하는 경찰과 의료 정보를 가지고 있는 복지부처 간 협업 시스템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현행법상 경찰이 정신병력을 확인하려면 압수수색 영장을 받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경찰 관계자 :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보는 (보건복지부 등과) 경찰하고 공유가 안 됩니다.]

초동 대처에 대한 유가족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민갑룡 경찰청장은 신고처리가 적절했는지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지난해 말 임세원 교수 피살 사건 등 관련 사건이 끊이지 않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 차원의 시스템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영상편집 : 김종우, 자료제공 : 김한정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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