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잣대 된 추모…유족들이 전한 '상실의 고통'

편견·갈등 속 왜곡된 아픔

이경원 기자 leekw@sbs.co.kr

작성 2019.04.16 20:38 수정 2019.04.16 22:0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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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년이 흐르는 동안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추모했는지도 한 번 되짚어보겠습니다. 희생자 가족들의 상처를 보듬고 고통을 함께 나누려던 사람들도 많았지만, 사고로 자식 잃은 사람이 당신들뿐이냐, 이제 그만할 때 됐다면서 또 한 번 아픔을 주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이 이념적인 편견과 정치적인 갈등 속에 어떻게 왜곡됐는지 그 아픔을 다룬 연구 결과를 이슈취재팀 이경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난 5년, 원했든 원치 않았든 희생자 유족은 정치적 논란의 한편을 차지했습니다.

누구는 지지하며 함께 울었고 누구는 비난하고 조롱했습니다.

여러 영역에서 추모는 정치의 잣대가 됐습니다.

[희생자 어머니 : 언론도, 학자도 양심을 팔았습니다. 최소한 종교인과 지식인은 가슴 치며, 본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뉘우칠 줄 알았습니다.]

지난한 정치 갈등 속, 피를 나눈 친척도 등을 돌리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가까운 이들에게마저 지지받지 못하는 현실에 상실감은 더 커졌습니다.

[희생자 아버지 : 친척과 대화하면 얘기가 계속 겉돌았습니다. 말을 더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분노는 가까운 곳을 향했습니다.

죄책감에 짓눌린 엄마들이 일 때문에 육아에 소홀했던 남편을 책망했던 것은 공통된 정서였습니다.

아이의 죽음 뒤에도 원망은 계속됐습니다.

[희생자 어머니 : 갑자기 아이 일기장이 없어져서 물었더니, 남편이 태워 보냈다고 했습니다. 며칠을 원망했습니다. 다 읽지도 못했는데, 지금도 너무 아쉽습니다.]

[희생자 어머니 : 애들 아빠가 좋은 모습만 생각하라고 아이 시신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죄책감이 듭니다. 마지막에 안아주지 못한 게 자꾸 생각납니다.]

아빠들은 세월호 유족이라는 사회적 낙인에 더 힘들었습니다.

유독 인생이 실패했다는 표현을 자주 썼습니다.

[희생자 아버지 : 그 사건으로 행복은 다 깨지고, 실패한 인생이 돼버렸습니다. 본의 아니게 제도권에서 이탈된 느낌입니다. 그런데 아이는 죽고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어떤 편견도 없이 유족을 바라보는 것, 그리고 그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는 것, 나아가 이들을 보듬는 제도적 손길도 깊은 공감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 참사의 또 다른 교훈일 겁니다.

지난해 발표된 서울대 이현정 교수의 논문에는 유족 25명의 고백이 담겼습니다.

아버지 10명, 어머니 15명이 함께했습니다.

(영상편집 : 이승진, VJ : 정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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