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선수 향한 잔인한 폭행' 그래도 상 받고 17년 임원한 수영코치

장아람 PD, 김도균 기자 getset@sbs.co.kr

작성 2019.02.02 09:01 수정 2019.02.02 09:0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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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기자들이 뉴스에서 다 못한 이야기를 시청자들께 직접 풀어 드리는 '더 저널리스트(THE JOURNALIST)'! 이번 순서는 중학생 제자를 폭행해 유죄 판결을 받은 지도자를 방치하다가 4년 뒤에야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수영연맹의 실태를 단독 보도한 스포츠부입니다. 김형열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대걸레로 제자 때린 코치…유죄 받았는데 징계 안 한 연맹

지난 2009년 2월, 서울 수영클럽의 A 코치가 15살 중학생 제자를 대걸레 자루로 수차례 폭행했습니다. 구령 소리가 작다는 이유였습니다. 또 4월에는 출발 자세를 교정해준다며 오리발로 제자의 무릎, 엉덩이, 허리 등을 때리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가기도 했습니다. 

이 사실이 경찰에 알려졌고 대한수영연맹은 2009년 11월에 징계위원회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징계위원회는 "사법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다시 논의하자"며 징계를 내리지 않은 채로 회의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2011년 1월 1심 재판부가 A 코치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다만 A 코치가 초범이고 가르치려는 의욕이 앞섰다는 점을 참작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의 형을 내렸습니다. 이후 A 코치의 항소와 상고가 이어졌지만 모두 기각돼 원심은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대한수영연맹은 징계위원회를 다시 열지 않았습니다. 

■ 수영계 떠난 적 없는데 "자숙했다"…상 받고 임원까지 한 코치

이렇게 세월이 흐르던 가운데, 대한체육회 감사에서 수영연맹이 5년 이상 폭력 지도자를 징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에 수영연맹은 지난 2015년 2월 ,급하게 징계위원회를 열었습니다. 폭행 사실이 알려지고 5년 만에 열린 징계위원회였습니다. 하지만 위원회는 불과 10분 만에 끝났습니다. 그것도 경징계 중에도 약한 수준의 징계를 결정하면서 말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당시 수영연맹 전무였던 정일청 씨는 "오래된 사건이고 A 코치가 수영계를 떠나서 자숙한 점을 감안해 징계를 내리자"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A 코치는 수영계를 떠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2002년부터 대한수영연맹의 산하단체인 서울시수영연맹의 이사였던 A 코치는 2015년 2월까지 서울시수영연맹의 이사직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심지어 A 코치는 경찰 조사를 받고 있던 2009년에는 서울시 교육감으로부터 300만 원 포상을 받기도 했고, 재판 중이었던 2010년에도 우수지도자로 150만 원의 포상금을 받았습니다. 이런 사람이 수영계를 떠나서 자숙했다고 말하는 것은 제 식구 감싸기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 규정도 모르고 사실 확인도 안 돼…코미디 같은 징계회의

징계위원회 회의는 더 가관이었습니다. 당시 대한수영연맹 규정에 따르면, 폭력을 저지른 지도자는 경미한 폭력의 경우 6개월에서 3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받고 중대한 폭력이면 3년 이상의 자격정지 또는 영구제명의 징계가 내려져야 합니다.

하지만 당시 징계위원회는 어떤 폭력이 얼마나 자주 있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자격정지 10개월을 결정했습니다. 심지어 위원회 위원들은 A 코치가 사법부에서 어떤 형을 받았는지도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회의 녹취록에 따르면, 한 참석자는 "10개월이라는 게 자격정지 징계가 맞냐"고 되묻습니다. 징계 규정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징계를 결정한 겁니다. 한 마디로 코미디 같은 징계회의였습니다.

◆ 김형열 기자 / SBS 스포츠부
더저널리스트_'15살 선수 향한 잔인한 폭행' 그래도 상 받고 17년 임원한 수영코치취재하면서 당시 피해 선수와 통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선수는 폭력을 당한 이후에도 수영장에서 코치를 계속 마주했고 굉장히 무서웠다고 털어놨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당시 피해 상황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으로는 피해자가 움츠러드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가해자가 엄벌을 받고 징계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잘못된 징계를 내린 경우, 징계를 결정한 사람들도 처벌받게 하는 시스템을 확립하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취재 : 김형열 / 기획 : 심우섭, 김도균 / 구성 : 장아람 / 촬영 : 조춘동 / 편집 : 이홍명, 문지환 / 그래픽 : 감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