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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문외한' 기자가 만난 '낚시꾼 스윙' 최호성 선수는…

'낚시꾼 스윙' 최호성 선수 취재후기

'최호성 골프선수? 누구지?'
취재기자가 골프선수 취재를 제안했을 때, '최호성'은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인터넷에서 사진을 찾아보니 40대 중반의 얼굴. 신예도 아니고 유명한 선수도 아닌 이 선수를 왜 굳이 취재하는지 의아했다. 주변 20~30대 친구들에게 이 선수를 아는지 물어봐도 고개를 끄덕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최호성 선수? 우아, 만나서 좋겠다. 만나보니 어때?"
회사 선배들이 이번에 어떤 아이템을 하는지 물었다. "최호성 프로요"라는 말에 다들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다. 골프채를 한 번이라도 잡아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열광하는 이름이 바로 '최.호.성' 선수였다.

지난 11월, 최호성 선수는 45세의 나이로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카시오 월드오픈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투포환을 돌리듯 클럽을 휘두르며 공을 타격하고, 마무리 동작은 낚시꾼이 물고기를 낚아채는 듯한 모습에서 골프계의 최고 인기 선수로 거듭났다. 최 선수의 이 같은 동작은 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2018년 골프계 최고의 화제로 뽑혔다. 2019년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출전 가능성까지 논의되고 있다. 마스터스는 현역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는 대회이다. 현재 66명만 출전권을 확보해 역대 최소 규모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다른 선수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타격 모습은 이른바 '낚시꾼 스윙'이라고 불린다. 최 선수는 어떻게 이렇게 관심이 집중된 그 만의 '낚시꾼 스윙'을 완성했을까?

최 선수는 수산고등학교 3학년 때 참치 공장에서 실습을 하다 전기톱에 엄지손가락 한 마디가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왼쪽보다 한마디 짧아진 오른쪽 엄지손가락. 이후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다. 막노동부터 광산 일, 배달까지 하다 안양의 한 골프장에서 잡일을 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성실함을 인정받아 1년 만에 계약직 사원이 됐다. 그리고 골프장에서 직원들도 골프를 알아야 고객서비스가 가능하다는 방침 하에 골프채를 처음 잡게 되었다.

"이게 어쩌다가 한 번 휘둘러서 제대로 맞아 한 200미터 가까이 날아갔어요."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손이 부르트게 하는 거 보고 '아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그냥 연습만 하는 줄 알았어요."


우리가 아는 유명 골프선수들은 대부분 초등학생 때 골프를 시작했다. 박세리는 초등학교 6학년, 신지애는 초등학교 5학년, 박인비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조기교육을 받았다. 최호성 선수가 골프채를 처음 잡은 건 25세 때였다. 가난했던 계약직 직원이 잡지를 보며 독학으로 터득한 골프는 독특한 타격 모습의 시작이었다. 그 후, 최 선수는 프로 데뷔 7년 만인 2008년 코리안 투어에서 첫 승을 거뒀다.

"겉모습으로 보기에는 좀 우스꽝스럽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거기에는 나름대로 이론이 있고, 철학이 있을 겁니다."
프로선수를 가르치는 프로로 알려진 허석호 선수는 최 선수를 이렇게 평가했다. 사실, 주말 골프를 주로 즐기는 아마추어들에게는 그의 타격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고 한다. '힘이 부족할 때 어쩔 수 없이 나오는 모습'이라고 한다. 그렇게 타격을 하게 되면 정확도가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낚시꾼 스윙'은 최호성 선수가 가진 특유의 성실함으로 정복한 골프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골프선수에게 겨울 휴식은 또 다른 훈련이다. 4일간의 취재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최 선수는 취재진을 여러모로 배려하고자 노력했다. 부인과 식사하는 모습을 담고자 할 때도 끊임없이 같이 식사를 하자고 권유했다. 결국, 몇 장면 못 담고 식사를 했다. 최 선수가 골프에 대한 사소한 부분까지 설명해주고자 애쓰다 보니 혼자 연습하는 장면에서도 그의 입이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골프에 완벽히 문외한인 기자까지도 감동을 받고, 그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최 선수의 삶이 그대로 묻어나는 '낚시꾼 스윙'. 세계를 매료시킨 건 어쩌면 '낚시꾼 스윙'이 아니라 '최호성 선수' 자체일지 모른다.

(영상취재 : 하 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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