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토크] '금천 20대 여성 살인사건'…아버지의 억울함은

"심신미약 피의자에게 죽은 우리 딸, 너무 억울합니다"

하륭 기자 ryung@sbs.co.kr

작성 2018.11.14 16:59 수정 2018.11.14 17:34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지난 10월 12일 저녁 11시, 아버지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OOO 부모님 되시죠? 따님이 남자친구하고 자취방에서 다툼이 있었습니다. 지금 따님 상태가 위독하니 보호자께서 빨리 가보세요." 담당 형사는 사건 발생이 오후 5시 전후에 일어났고, 딸의 휴대전화 잠금장치를 해제하느라 연락이 늦었다고 말했다.

저녁 11시 25분, 아버지는 전화를 받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갔다. 딸의 모습은 시신과 다름없었다. "머리 쪽으로 산소 공급이 30분간 안 됐습니다. 살아날 확률이 1%도 없습니다." 아버지는 담당 의사에게 딸의 상태를 들었다. 부모 입장에서 다시 한번 간곡하게 살려달라고 부탁을 했다.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딸의 스무 살 생일날, 딸은 사망했다.

아버지는 병원에서 나와 바로 경찰서를 향했다. 경찰은 가해자인 남자친구가 딸의 집에서 말다툼하는 도중에 우발적으로 목을 졸렸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 측은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군에서도 적응장애 등 정신적인 문제로 복무 기간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제대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평소에는 약도 안 먹었답니다. 그런데 제가 알고 있기에는 이 정신병이라는 건 약을 안 먹으면 자기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인지능력이 떨어진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제대를 한 날부터 사건 당일까지 약을 안 먹었습니다."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이란, 우리 형법 10조에 따른 것으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다. 현재 형사 사법체계는 보복보다는 교화를 통한 재범 방지 및 예방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심신미약 범죄의 감형에는 일정 부분 의미가 있다.

단, 재판부는 피고인의 심신 미약 여부를 판단할 때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게 된다.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내용, 방법, 범행 후의 정황과 피고인의 태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수사 단계와 재판 과정에서 정신 감정을 하게 되는데 이 결과 역시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재판부는 강남역 살인 사건 피의자의 경우에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했다. 피의자는 무기징역에서 30년 형으로 감형받았다. 손수호 변호사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피고인이 범행 후에 강남에 CCTV가 많이 있는데요. 전혀 개의치 않고 강남대로를 활보했습니다. 그리고 또 그다음 날 이제 살해 과정에서 자신의 옷에 묻은 피를 지우지도 않고 게다가 범행 도구인 식칼을 가지고 일터로 출근했거든요. 이런 평범하지 않은 행동을 볼 때 당시에도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을 것이다'라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심신미약 범죄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잔인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있었다. 피의자가 수사 과정에서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 청원 글엔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심신미약 감형에 반대한다'고 참여했다. 이미경 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심신미약 감형 논란에 다음과 같은 의견을 말했다.

"사건 초기에 가해 행위자들이 자백했다가도 변호인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조항으로 내가 혜택을 입을 수 있을 것인가'라고 하는 수단으로서 이게 사용되지 않는가 (우려스럽습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의 경우에는 형법 10조에 대한 견해를 이처럼 밝히고 있다.

"독일은 살인하는 극단적인 행위 자체를 비정상으로 보기 때문에 치료의 대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도 심신미약이나 정신병질로 감경이 돼서 나온다면 추후에 이 사람이 어떤 위험성이 있다면 형벌이 아니라 치료의 대상으로서 사회로부터 안전하게 격리하는 조치가 오히려 필요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금천 20대 여성 살인 사건' 피해자 아버지는 남들보다 일찍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우발적으로 목을 졸랐다고 주장하는 남자친구는 병원을 가지도 않았고, 장례식에 오지도 않았다. 남자친구의 부모에게조차 어떠한 사과를 듣지 못했다. 그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딸의 삼우제를 올리고 오는 과정에서 너무나 분하고 억울합니다. 정신병은 정신병이고, 살인은 살인입니다. 이건. 그런데 정신병이라고 해서 감형해주시면 안 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