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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8개 교육청은 아무도 징계하지 않았다" 유치원 감사보고서 ②

- 중부·영남·호남…그리고 전국 종합

[마부작침] "8개 교육청은 아무도 징계하지 않았다" 유치원 감사보고서 ②
'유치원'이란 만 3세부터 취학 전까지 아이들 교육을 위해 설립·운영되는 '학교'를 말한다. 최근 유치원 교비로 명품 가방 사고 휴대전화 요금·과태료 내고 월급 수천만 원씩 챙겨간 일부 사례가 드러나면서 유치원에 관심이 집중됐다. 여론의 압박에 전국의 교육청들은 그간 실시한 유치원 감사 결과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교육청이 공개한 내용만으로는 업계 전반에 비리가 만연한 것인지, 아니면 '침소봉대'된 것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이번에 공개된 유치원 감사 결과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유치원 교비의 개인 사용·급여 부당 수령·영리 추구·회계 관리 부실 등으로 나눠 위반의 대소경중(大小輕重)을 따졌다. 감사 결과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는지도 들여다봤다. 또 독자들이 직접 볼 수 있도록 각 유치원 감사 결과를 지역별로 따로 정리했다. '비리 유치원'인지, '억울한 유치원'인지 각자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보려 노력했다.

① 수도권(서울·경기·인천) 편에 이어 이번에는 크게 3개 권역, 중부(대전·세종·충남북·강원), 영남(부산·대구·울산·경남북), 호남(광주·전남북·제주) 감사 결과와, 전국 분석을 함께 공개한다.

1. 중부·영남·호남 원아 수 37만 명…72%는 사립 다녀

2018년 10월 현재 '유치원 알리미'(유치원 정보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전국의 유치원은 9,140개, 원아는 69만 2,139명이다. 수도권 다음으로 유치원과 원아 수가 많은 지역은 영남이다. 유치원 2,418개, 원아 19만 6,163명, 중부는 그 다음, 유치원 1,580개, 원아 9만 4,611명이다. 호남은 유치원 1,495개, 원아 7만 5,868명이다. 이 세 권역을 합치면 유치원 5,493개, 원아 36만 6,642명으로, 각각 전체의 60.1%, 53.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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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비율은 국공립 58.8%, 사립 41.2%지만, 원아 수는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사립유치원이 많다. 사립 26만 4,027명, 국공립 10만 2,615명, 사립유치원이 맡는 원아가 전체의 72%에 이른다.

3개 권역을 비교하면 중부와 호남 유치원 수는 국공립이 사립의 2배지만 원아 수는 반대로 사립이 국공립의 2배 수준이다. 영남권역은 유치원 수도 사립이 약간 많고 원아 수는 사립이 국공립의 4배에 이른다. 국공립에 비해 사립유치원 규모가 큰 경우가 많아 원아 수 차이가 큰 것으로 보인다. 전국 어느 지역이라도 유아 교육에서 사립유치원이 담당하는 몫이 크다는 얘기다.

○ 전국 유치원 감사 비율 19.6%…10곳 중 8곳은 감사받은 적 없어

이 3개 권역에서 각 교육청의 감사를 한 번이라도 받았던 유치원 수는 1,405개였다. 3개 권역 전체 5,493개와 견주면 25.6%, 즉 전체의 4분의 1 정도가 감사를 받았다. 수도권 유치원이 10.7%였던 데 비하면 감사받은 유치원 비율이 더 크다. 그렇다 해도 74.4%는 감사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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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치원으로 보면 2012년 이후 단 한 번이라도 감사받았던 유치원은 1,795개, 19.6%다. 전체 유치원의 80.4%, 7,345개는 최근 5년간 한 번도 감사를 받지 않았다.

▶중부권역(대전·세종·충남·충북·강원 교육청) 감사결과 보기 → http://bit.ly/2D4CFrZ
▶영남권역(부산·대구·울산·경남·경북 교육청) 감사결과 보기 → http://bit.ly/2Pe1KbD
▶호남권역(광주·전남·전북·제주 교육청) 감사결과 보기 → http://bit.ly/2ySjcYW



2. "유치원 회계질서 문란"…'회계 부실' 지적이 가장 많았다

● 감사 결과 분석, 이렇게 했다

[마부작침]은 이번에도 감사 지적사항을 5개 분야, 교무·학사, 운영·관리, 예산·회계, 인사·복무, 시설·인가로 나눴고 이를 다시 문제유형 9개로 추가 분류했다. '유치원 회계(교비)의 개인 용도 사용', '급여·수당 부당 수령', '원장·설립자 가족의 영리 추구', '리베이트', '회계 관리 부실', '원아 안전문제1-급식', '원아 안전문제2-시설·공사·차량', '근로계약·급여정산 등', '사유재산공적이용료'이다.

이렇게 추가 분류한 이유는 단지 감사에서 적발됐다고 해서 '비리 유치원'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각 교육청이 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공통으로 적어놨던 건 "관련 규정 미숙지로 인한 행정조치 미흡 등 경미한 위반사항을 포함하고 있다"였다. 위반행위의 경중을 가늠하기 위해 문제유형을 따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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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회계 분야 적발이 2,502건(48.5%)으로 가장 많았다. 수도권 61.6%보다는 낮지만 이 분야 적발이 가장 많다는 건 같았다. 유치원 돈을 개인 용도로 쓰거나, 관련 증빙서류 없이 유치원 회계를 집행하는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음은 운영·관리로 1,366건(26.5%) 적발됐다. 각종 계약 업무를 부적정 처리하거나 유치원 운영위를 부실하게 운영하는 등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인사·복무 분야 846건(16.4%), 교무·학사 분야 675건(13.1%), 시설·인가 분야 135건(2.6%) 순이었다.

○ 가계부보다 못한 유치원 회계…'회계 관리 부실'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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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의 나리유치원은 3개 권역 유치원 중에서 회수 요구를 받은 금액이 가장 컸다. 이 유치원에서 2016년 감사로 적발된 '예산집행 부적정' 금액은 4억 1,876만 원이다. 교육청은 품의서·견적서·세금계산서 등 증빙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마트에서 물건 사면 받은 영수증이 근거가 되듯 증빙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이 유치원은 회계의 기본부터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숙사 계약금(보증금)과 개인카드 사용료 2억 8,600만 원을 유치원 회계에서 지급했고, '사유재산 공적이용료' 명목으로 3억 5,230만 원을 누군가에게 지급한 뒤 1억 3,276만 원은 되돌려 받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고발까지 당했다. 나리유치원이 적발된 내역은 [마부작침]이 분류한 문제유형 중 '회계 관리 부실'과 '개인 용도 사용', '사유재산 공적이용료' 3가지에 해당한다.

가장 많이 적발된 문제는 '회계 관리 부실'이었다. 3개 권역, 14개 시·도 교육청에서 적발한 5,159건 가운데 2,034건, 39.4%가 '회계 관리 부실'이었다. 유치원과 원장이나 설립자 개인 회계를 구분하지 않은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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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질서가 문란하다'고 지적된 유치원도 있다. 충북 청주의 은성유치원은 유치원 설립자를 '소방시설 관리자'로 채용, 급여를 지급했으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도 않았다. 또 두 차례 교직원 해외연수 때 연수 경비 263만 원을 설립자에게 지급하고 유치원 근처의 설립자·원장 공동 소유한 땅을 생태학습장으로 사용하며 안전을 위한 울타리 설치비 484만 원을 유치원 회계에서 집행한 점도 지적됐다. 이는 9가지 문제유형에서 '회계 관리 부실'과 '개인 용도 사용', '원장·설립자의 영리 추구', '근로계약·급여정산' 등 4가지에 해당한다. 은성유치원은 불복해 지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최근 감사 결과가 실명 공개되자 돌연 설립자 건강 악화를 이유로 폐원을 신청했다.

○ '개인 용도 사용'은 전국 유치원 공통

경남 창원의 푸른하늘유치원 원장은 개인차량으로 출퇴근하며 유류비 769만 원을 유치원 돈으로 쓴 사실이 적발됐다. 유치원 사용 물품과 개인 물품을 유치원 돈으로 함께 샀고, 유치원 연합회비도 유치원 회계에서 지출했다. 원장은 감사받은 다음날 유류비와 물품 구입비, 연합회비 등 지적받은 돈을 유치원 회계로 입금했다.

유치원 돈으로 개인 차량을 사거나 보험료를 내고, 자신에게 부과된 재산세를 내는 등 '개인 용도 사용'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행해졌다. 9.3%가 '개인 용도 사용'이었다.

○ 급식·시설·차량…원아 안전과 직결된 문제도 12.9%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원아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도 드러났다. 대구 더좋은유치원은 2016년 교육청 감사에서 '유치원 급식운영 부적정'을 지적받았다. '곰팡이가 핀 냉동식품 및 유통기한 경과 식재료 보관', '식당 정수기 수질검사 미실시', '조리실 내 세탁기 설치' 등이 감사에서 지적된 내역이다. 영양사 없이 급식을 실시하거나, 학부모가 부담하는 원아 급식비로 교직원 식품대금을 지출하는 등 급식 관련한 적발은 74건으로 전체의 1.4% 수준이었다.

자격 없는 업체에 유치원 시설 관련 공사를 맡기고 공사 전후 안전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통학이나 현장학습 차량에 안전 점검이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지 않는 등 시설·공사·차량 문제 관련 적발도 591건, 11.5%에 달했다.

3. 8개 교육청 감사에서 징계 '0'…후속조치는 적절했을까

감사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조치 또한 중요한 문제다. 교육청 차원의 후속조치에는 유치원 기관에 대한 행정상 조치(기관경고 기관주의 시정 개선 통보), 교직원에 대한 신분상 조치(중징계-파면 해임 강등 정직, 경징계-감봉 견책 경고 주의), 재정상 조치(변상 회수 추가지급 추가징수 환급 보전 감액 재시공) 등이 있다. 감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국공립과 사립유치원 간의 차이가 다소 있었지만 교육청별 후속조치의 차이보다는 적었다.

● 징계는 단 39건…대부분은 경고·주의

충북 옥천의 삼양유치원. 교육청은 2015년 감사에서 직원 1명이 유치원 회계에서 14개월 동안 1억 3천만 원 횡령한 사실을 적발, 파면을 요구했다. 경남 창원의 다나유치원 원장은 별도 통장에 원아들이 낸 돈을 입금받은 뒤 1억 4천만 원을 빼내 임의로 사용해 해임 처분됐다. 이 두 사례, 파면1, 해임1에 정직 15건까지 합쳐 3개 권역에서 중징계 17건이 나왔다. 경징계인 감봉과 견책 22건까지 합하면 징계는 39건이다. 반면 경고는 911건, 주의 3,410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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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권역의 14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징계 조치가 1건도 없는 교육청이 무려 8곳이나 됐다. 중부에서는 충남과 세종, 영남은 대구, 울산, 경북, 호남에선 광주, 전남, 전북교육청은 감사 결과를 내놓고도 아무런 징계 조치를 하지 않았다.

행정상 조치로는 시정이 가장 많아 1,437건, 다음은 통보 300, 기관경고 48, 개선 47, 기관주의 31 순이었다. 재정상 조치는 회수 1,038건으로 최다, 보전 68, 추가징수 38, 환급 36 등이었다. 행정·재정상 조치에서는 3개 권역 혹은 교육청별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 수도권 '깐깐'? 중부·영남·호남 '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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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받은 유치원 수만 보면 수도권은 390, 중부·영남·호남 3개 권역은 3.6배나 많은 1,405개인데 중징계를 보면 수도권 52, 3개 권역 합계 17건으로 3분의 1 수준이다. 경징계는 수도권 99, 3개 권역 합계 22건으로 5분의 1 수준이다. 수도권에 비해 다른 권역 징계는 훨씬 적었다. 수도권 교육청이 상대적으로 깐깐하고 3대 권역 교육청은 역시 상대적으로 관대한 것처럼 보일 정도다.

각 교육청별 감사 결과를 보면 특정 지역에 '비리 유치원'이 몰려있다거나 혹은 아주 드물다거나 하는 지역별 차이가 확연하진 않다. 결국은 '제각각'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감사기준도, 징계 같은 후속조치도 그렇다. 이렇다면 감사 결과를 받아들이고 개선하려는 노력도 제각각이 될 수밖에 없다.


4. 전국 유치원 감사 결과 종합해봤더니...

2018년 10월 현재 전국에서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69만 2,139명이다. 사립유치원이 유치원 숫자로는 47.4%로 절반이 못 되나 원아 수로는 51만 7,306명, 전체의 74.7%로 국공립보다 3배나 많다.

● 전국 유치원 5곳 중 4곳, 감사에서 제외

최근 5년 사이 감사를 한 번이라도 받은 유치원 1,760개(폐업이나 개명 등으로 유치원 알리미에 정보가 없는 등 불분명한 유치원 35개 제외) 중에 국공립은 207개, 사립은 1,553개이다. 전체 유치원 수와 비교하면 국공립은 4.3%, 사립은 35.8%가 감사를 받은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국공립의 95.7%, 4,599개, 사립의 64.2%, 2,781개는 2013년 이후 감사를 받은 적이 없다. 감사를 받은 적 없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대략 47만 명이다.

국공립과 사립유치원을 견줘볼 또 다른 지점은 감사 적발 건수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감사 결과를 합쳐보니 국공립유치원 467건, 사립유치원 5,986건으로 집계됐다. 각각 7.2%와 91.8%다.(합계 100%가 아닌 건 감사내역엔 있지만 불분명한 유치원 몇 곳이 있기 때문이다.) 감사받은 유치원 수로는 사립이 국공립의 7.5배인데, 적발 건수는 사립이 국공립의 12.8배이다. 사립유치원이 더 많이 감사를 받았고 적발도 더 많이 됐다고 볼 수 있다.

○ '회계 문제'가 절반… 규정 탓하는 유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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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발된 내용을 5개 분야로 나눴을 때 가장 많은 건 역시 예산·회계로 51.1%, 그 다음은 운영·관리, 인사·복무, 교무·학사, 시설·인가 순이었다. 국공립유치원은 상대적으로 운영·관리, 인사·복무 지적이 많았고 사립은 예산·회계 비중이 절반 이상, 교무·학사 적발도 11.0%를 차지했다.

9개 문제유형에서는 38.7%가 '회계 관리 부실'로 가장 많았고 '원아 안전문제2-시설·공사·차량', '근로계약/급여정산 등', '유치원 회계의 개인 사용' 이 유형이 11%대로 비슷하게 나왔고 '급여·수당 부당수령', '원아 안전문제1- 급식', '원장·설립자 가족의 영리 추구' 순이었다.

국공립과 사립유치원은 '회계 관리 부실' 적발률이 38% 내외로 비슷했는데 사립에서는 '유치원 회계의 개인 사용' 국공립에서는 '급여·수당 부당수령'이 상대적으로 더 비중이 컸다. '원장·설립자 가족의 영리 추구', '리베이트', '사적재산공적이용료' 유형은 사립에서만 적발됐고 국공립에선 1건도 없었다.

● 모두가 '비리 유치원'은 아니지만…

[마부작침]이 분류한 9개 문제유형 중 '급여·수당 부당수령'과 '원장·설립자 가족의 영리 추구', '리베이트'는 중대한 위반행위로 '비리'라 부를 수 있는 수준이다. 받아서는 안 될 돈을 챙겨갔거나 적정가보다 비싸게 원장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체와 거래하거나 뒷돈을 받는 행위 등이다. 520건, 전체의 8.0%로 나타났다. 원아 안전문제(급식·시설·공사·차량)는, '비리'가 아니더라도 원아들 안전과 직결돼 소홀해선 안 되는 것들이다. 닭 한 마리로 끓인 닭죽을 원아 80명에게 나눠 먹이는 등 부실 급식을 제공하거나 유치원 시설 공사를 무면허업체에 맡기거나 안전 규정 확인 없이 통학차량을 운행하는 등의 행위가 적발됐다. 847건, 13.0%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4대 보험 미가입, 연말 정산·원천징수 소홀 등 역시 '비리'로 보긴 애매하지만 사업자의 기본에 대한 문제다. 722건, 11.1%. 이렇게 세 가지를 합치면 30% 수준이다.

가장 많이 적발된 '회계 관리 부실'(38.7%), 그리고 '유치원 회계의 개인 용도 사용'(11.0%). 합치면 절반에 육박하는 이 문제유형을 어떻게 보느냐가 관건이다.

○ 감사 결과의 투명한 공개가 우선

[마부작침]이 감사 결과 하나하나를 확인하고 9개 문제유형으로 분류는 했지만 38.7%에 대해서는 '회계 관리 부실'이라는 표현 이상으로 규정할 순 없었다. 교육청 설명대로 "규정 미숙지(未熟知)로 인한 경미한 위반사항"으로 볼 부분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규정하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는, 지금 교육청이 공개한 감사 내용만으로는 단순한 규정 위반인지, 아니면 정말 '비리'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유치원의 감사 비협조로 그 정도밖에 조사할 수 없었던 건지, 그래서 제대로 감사할 수 있는 수사권 등 권한 강화가 필요한 건지, 아니면 교육청이 '유치원 봐주기' 차원에서 적당한 선에서 덮은 건지, 혹은 그저 지금 공개된 정도의 문제밖에 없었던 건지 판단하기엔 내용이 너무 부족했다. 감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그래서 우선 중요하다. 징계를 단 1건도 하지 않은 교육청이 8곳일 정도로 제각각인 점도 문제다. 형평성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11월 4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유치원 감사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시·도 교육청의 재량 사항을 축소하고 전국적으로 통일된 처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치원 회계의 개인 사용'은 어떻게 봐야 할까.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이와 관련해 "사유재산의 '개인 사용'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라면서 "설립자들 지위를 보장해줄 수 있는 유아교육법과 사립유치원에 맞는 재무회계규칙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단순한 회계 규정 위반까지도 전부 적발하면서 이를 '비리'인 양 포장하는 건 지나친 사립유치원에 대한 비난이라는 시각도 드러내고 있다.

유치원 연합회의 이런 주장을 단지 비리를 감추고 자신들을 정당화하기 위한 궤변이라고만 치부할 순 없다. 2012년 누리과정을 도입하면서, 국민 세금으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게 됐는데도 관리 감독을 어떻게 할지는 지금까지도 정리하지 못한 교육당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규정에 따라 감사는 실시하되 대부분 비공개로 일관하고 상황을 방조해왔던 것도 당국이 그동안 해온 일이다.

하지만 정부의 회계규칙 제정 추진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며 공청회를 가로막았던 유치원 측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 사이에도 교육청 감사는 진행됐고 감사를 받은 유치원 대부분(정부 발표는 91.6%)이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사립유치원을 위한 회계규칙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학교법인을 전제로 한 회계규칙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정호,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 2017)

2017년 2월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유치원·어린이집을 종합점검한 뒤, 유치원 특성을 고려한 재무회계규칙 개정을 하는 등 유치원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7년 12월 말에는 "건전한 사립유치원 육성·지원을 통한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유아교육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10월 '유치원 사태'가 불거진 뒤 10월 25일 교육부가 발표한 방안의 이름 또한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이다. 이번엔 달라지길 바란다.

▶ [마부작침] "우리 아이 유치원은 괜찮을까" 유치원 감사 종합보고서 ① - 서울·경기·인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김학휘 기자 (hwi@sbs.co.kr)
안혜민 기자·분석가(hyeminan@sbs.co.kr)
김그리나 디자이너·개발자(greena@sbs.co.kr)
인턴 : 윤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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