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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이 제품 사면 인싸 된다"…무분별한 '인싸템' 마케팅, 이대로 괜찮나?

송욱 기자 songxu@sbs.co.kr

작성 2018.10.28 09:01 수정 2018.10.29 15:5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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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리포트+] "이 제품 사면 인싸 된다"…무분별한 인싸템 마케팅, 이대로 괜찮나?
최근 온라인 쇼핑을 하다 보면 자주 마주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인싸템'인데요. '인싸'란, 조직이나 또래 집단에 잘 어울리고 유행에서 앞서 간다는 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로, '인싸템'은 여기에 물건을 의미하는 아이템(Item)이 합쳐진 말입니다. 즉, '인싸들이 사용하는 물건'을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리포트+/28일 9시] '이 제품 사면 인싸 된다그런데 최근 온갖 상품에 '인싸템'이라는 단어가 붙고,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처럼 또래문화에 민감한 아이들에게는 위화감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무분별한 인싸템 마케팅,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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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서"…과거에도 있었던 시대별 '대세' 상품

네이버나 다음 등의 포털 사이트에 '인싸템'을 검색하면 수백 개의 상품과 각종 홍보 글이 나옵니다. 1천 원 안팎의 볼펜부터 10만 원을 웃도는 옷, 건강식품까지 그 가격과 종류도 천차만별입니다. 이런 인싸템 마케팅의 주요 타깃은 또래문화와 유행에 민감한 청소년인데요. 사실 인싸템처럼 유행을 선도하는 제품이 등장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과거에도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대세'로 불리는 제품은 매번 등장했습니다. 1980년대 젊은 층 사이에서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고가의 브랜드 운동화가 인기를 끌었는데요. 당시 인기 있는 브랜드 제품을 모방한 이른바 '짝퉁' 운동화까지 등장할 정도였습니다.

1990년대에는 고가의 청바지와 티셔츠, 모자가 유행했습니다. 리바이스, 폴로 등은 학생들이 수학여행 가기 전 부모에게 새 옷을 사달라고 조를 때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브랜드였습니다.
[리포트+/28일 9시] '이 제품 사면 인싸 된다2000년대 들어서는 노스페이스를 비롯한 각종 아웃도어 브랜드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난해는 롱패딩 열풍이 불기도 했죠. 이런 제품들도 현재 '인싸템'과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필요성을 느껴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서"라는 심리에 휘둘려 구매하게 되는 겁니다.

■ "이 제품 사야 '인싸' 될 수 있다"…아이들 현혹하는 '악덕 상술'이 문제

사실 최근 인기를 끄는 '인싸템'은 이전에 유행을 거쳐 갔던 제품들처럼 비싸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인싸템 마케팅에 대한 경각심을 늦춰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근 인싸템 관련 온라인 게시물들을 살펴보면, 청소년들의 소비 심리를 악용하는 '악덕 상술'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게시물에는 특정 음식점을 홍보하며 '○○역 맛집 인싸템'이라는 제목이 달려있습니다. 물건이 아닌 장소에까지 '인싸템'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광고 글이 더 많은 누리꾼들에게 노출되도록 유도한 겁니다. 게다가 인싸템이라고 이름 붙여진 제품이 너무 많아, 정확히 어떤 것이 유행인지 분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SNS는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인싸템'만 검색해도 2만 개에 달하는 게시물이 나오는데, 광고 글이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술에 아이들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겁니다. 실제로 청소년들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 올린 고민 상담 글 중에는 '인싸 되는 법 알려주세요', '인싸 되고 싶은데 △△ 사면 될까요?'라는 주제의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연맹 본부 강정화 회장은 S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청소년들이 또래 집단의 영향을 받아 집단적으로 소비하는 현상은 반복돼 왔다"며 "소비 활동에 대해 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질 수 있는 교육과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래 집단에 머무르고 싶어 '인싸템'을 소비하는 아이들. 어쩌면 청소년들의 주체적이고 가치 있는 소비를 막는 것은 무분별한 마케팅으로 아이들을 현혹하는 어른들일지도 모릅니다.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