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어마어마한데요, 특히 최저기온 31.0도는 기상청 관측 사상 가장 높은 기록이어서 올해 폭염의 강도가 얼마나 센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루 가운데 가장 낮은 기온이 초여름 최고기온을 웃도는 수준이니 대단하다 할 밖에요.
1994년을 떠오르게 하는 올해 폭염은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것에 공포감마저 느끼게 됩니다. 언제 물러갈지 그 끝이 잘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1994년 7월 폭염은 얼마나 대단했기에 비교 대상으로 늘 거론되는 것일까요?
대구 기온을 살펴봤더니 1994년 7월은 폭염 기세가 정말 무시무시했습니다. 7월 1일부터 낮 최고기온이 폭염주의보 수준인 33도를 웃돌기 시작하더니 4일 폭염경보 수준인 35도를 넘어섰고 이후 25일까지 22일 동안 35도 이하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25일 연속으로 폭염이 이어진 셈이죠.
특히 12~15일, 18~21일 등 8일은 낮 최고기온이 38도를 웃돌았고 12일, 15일, 20일, 21일은 39도를 넘어섰습니다. 39도를 웃돈 날이 무려 나흘이나 됐으니 94년 폭염이 그동안 범접할 수 없었던 전설로 남았던 것이죠.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폭염도 마찬가지죠. 94년 대구의 폭염은 아직은 더위가 한창이어야 할 7월 말 잠시 쉬어 가는데, 이때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 바로 태풍이었습니다. 7호 태풍 WALT가 그 주인공으로 남해를 따라 서진하면서 대구에 30mm의 비를 뿌렸고 이 때문에 최고기온이 27.9도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렇다면 올해 폭염은 어떨까요? 올해도 태풍 힘에 기댈 수 있지 않을까요?
아직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럽지만 한반도 주변 기압계에 작은 틈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올 폭염이 한반도에 중심을 두고 지상에서 상층까지 이어진 거대한 고기압 세력에서 비롯됐는데, 이 가운데 상층 고기압 중심이 서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보이는 것이죠.
요지부동이던 고기압 세력에 틈을 낼 것으로 기대되는 장본인은 바로 태풍입니다. 일요일 중국에 상륙해 소멸한 10호 태풍 '암필'에 이어 일본 동쪽으로 향하는 11호 태풍 '우쿵', 그리고 오늘 새벽 발생한 12호 태풍 '종다리'가 그 주인공입니다.


12호 태풍 '종다리'가 우리나라로 이동해 전국에 비를 뿌릴 가능성은 아직 낮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태풍이 북상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쪽으로 잠시 물러가면 상층에서 상대적으로 찬 성질의 공기가 한반도 쪽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전개된다면 한반도 기압계가 요동을 칠 가능성이 커지고 폭염에도 잠시나마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습니다.
아직은 시기적으로 먼 시점이어서 작은 기대에 머물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견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였던 한반도 주변 기압계에 작은 틈이 생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분명 8월은 일 년 가운데 가장 더운 달이지만 그나마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