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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누구를 위하여 '국군외상센터'를 만드나

박하정 기자 parkhj@sbs.co.kr

작성 2018.07.19 13:4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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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만의 여명' 작전 뒤 석해균 선장도, 귀순 병사 오청성도 모두 외상센터를 거치며 다시 생명을 되찾았다. 이들의 이야기로 언론이 들썩일 때마다 외상센터는 그 존재만으로도 만능해결사 대접을 받았다. 석해균 선장과 병사 오청성을 치료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와 그 의료진도 주목받았다. 이렇게 총기사고, 교통사고, 폭발사고 등으로 일반 응급실에서 처치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외상센터로 이송된다. 이송되자마자 수술 등의 조치를 통해 환자들은 고비를 넘겼다.

주목받던 환자가 안정을 찾고 퇴원을 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그래서 다시 스포트라이트가 꺼지면, 외상센터도 천덕꾸러기로 돌아왔다. 외상 전담으로 일을 할 전문 인력은 부족했고, 낮은 의료 수가와 진료비 삭감 등으로 외상센터를 둔 병원은 적자를 봤다. 환자 이송도 제대로 되지 않아 권역외상센터가 아닌 일반 병원 응급실에 환자가 누워 귀중한 시간을 흘려보내다 결국 권역외상센터로 옮겨지기도 한다. 민간 권역외상센터는 전국 17곳에 지정됐고 지금까지 12곳이 문을 열었지만 아직 이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데 지금, 국방부도 국군외상센터 건립에 뛰어들었다.
국군수도병원 내 연병장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국군외상센터.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내 연병장에 국군외상센터가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설계가 나왔고 올해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공사에 들어가는 돈은 495억 원.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건물이다. 국군외상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은 꽤 오래 전부터 언급돼 왔다. 지난 2007년 국방부가 작성한 <軍 의무발전 추진경과 및 병원혁신 추진계획 보고>를 보면, "수도병원 등에 총상 및 화상환자 전문 치료 등 특성화"한다는 문구가 등장한다. 2011년에 국방부가 발표한 <12-16 군 의료체계 개선계획>에서 이 내용은 '외상센터'로 구체화된다. "의료수요가 집중되는 수도병원의 질적·양적 개선을 위해 투자를 늘리고 중증외상센터의 조기 확보"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2017년에 발표된 <17-21 군 보건의료 발전계획>에서도 국군수도병원과 국군외상센터에 대한 강조는 이어진다. 다빈도·특수 질환을 민간이 아닌 군에서 직접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 아래 10년 가까이 구상돼 왔던 국군외상센터. 5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쏟아 부으며 첫 삽을 뜬 이 국군외상센터가 국방부의 목표대로 제 기능을 잘 할 수 있을까. 또 국군외상센터의 배후병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군수도병원도 군 의료 체계도 그 역량을 잘 키워 왔을까.

● 전국 군 외상환자 · 민간 환자, 모두 국군외상센터로?

앞서 말했듯 국군외상센터는 국군수도병원 내에 들어선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즉 경기 남부 지역이다. 이미 운영되고 있는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인 아주대병원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헬기를 타고 직접 시간을 재 봤다. 4분 30초 정도가 걸렸다. 인근 대학병원인 분당서울대병원과는 더 가깝다. 1분 40초 정도다. 대형 병원 세 개가 인근에 몰려 있게 되는 셈이다. 2017년 2월 김 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등이 보건복지부의 용역을 받아 진행한 연구 <예방 가능한 외상사망률 평가 및 외상센터 운영활성화>에서는 전국 권역외상센터 운영에 따른 진료권을 구분하고 있다. 연구 당시 지상에서 30분 내에 환자를 이송하는 비율은 전북권이 가장 낮았고 (중증 외상 환자의 경우 20.9%) 그 다음이 강원권 (35.0%), 울산권 (37.8%) 수준이었다. 현재 수도권에는 민간 권역외상센터 3곳이 문을 연 상태다. 국군외상센터라고 한다면 꼭 이곳이 아니라 전방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거점 병원 시설 등이 부족한 강원권 등에 들어서는 게 오히려 낫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이것이다.
유근영 국군수도병원장이 지난해 11월, 앞으로의 국군외상센터 운영 방식에 대해 국방뉴스를 통해 밝히고 있다.위치 문제는 또 있다. 국방부의 현재 계획은, 전국 군 외상 환자를 모두 이곳 국군외상센터로 이송해 와 치료하겠다는 것이다. 유근영 국군수도병원장도 지난해 11월 국방뉴스에서 "전국 어디서나 발생되는 외상 환자들을 단시간 내에, 골든타임 내에 헬기로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해 치료하겠다고 밝혔다. 이걸 가능하게 하려고 국방부는 의무후송헬기도 내년까지 8대 더 도입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대로라면, 만약 부산에 있는 군부대에서 군 외상 환자가 생겨도 가까이 있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를 놔두고 경기도 성남의 국군외상센터까지 헬기로 환자를 이송해 치료를 하겠다는 뜻이 된다.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골든아워'라는 단어가 무색한 상황이다.

정경원 /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부교수
"최대한 빨리 20분~30분 이내에 환자가 최종 치료가 가능한 외상센터로 이송되는 게 생존율을 높이고 그런 이송 체계가 돼야지만 안정적으로,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 근거가 되는데, 전국 환자를 의무헬기를 도입해서 (이송)하겠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예요."


국회예산정책처도 2017년 국방부가 처음 국군외상센터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제출한 예산안을 분석하며 이 문제를 지적했다. 이렇게 전국의 군 외상 환자를 모두 분당에 위치한 국군외상센터로 이송하겠다는 계획이, 군 환자 수요를 과다 추정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는 거다. <2017 예산안 분석 종합>에서, "생명이 위급한 환자의 경우 국군외상센터로 이송하는 것보다는, 인근 권역외상센터를 이용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어 실제 (국군외상센터) 수요는 국방부 추정보다 적을 수 있다"는 언급과 함께, "국군외상센터 신축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국회예산정책처는 평가했다.

군 외상 환자 수요가 부풀려졌다는 건 국방부도 모르지 않았다. SBS 탐사보도부는 국군외상센터 설립 추진 TF가 지난달 기획재정부에 보고한 문건을 입수했다. 문건에서 TF는 스스로 군 외상 환자 수요가 1년에 167명이라고 분석하면서, 그 예측이 과장됐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군 환자 수요의 7배가 넘는 민간 환자 1,194명을 받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어질 외상센터 규모를 봤을 때 전체 환자 1,361명을 받아야 운영이 되는 건데 군 외상 환자 수요가 그 정도가 되지 않으니, 민간 환자를 받아 국군외상센터를 운영하겠다는 거다. 총상이나 폭발사고 같은 군의 다빈도·특수 질환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던 당초 목표와도 거리가 다소 멀어진다. 민간 환자를 이 정도 비율로 받아 공공의료로서의 역할도 다 하겠다는 모델이었다면, 장소 선정이나 이송 체계 등에 있어서 다른 민간 권역외상센터나 지방자치단체와 더욱 사전에 유기적으로 협조하면서, 국군외상센터가 어떤 역할을 분담하고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지, 이렇게 국군외상센터를 짓는 게 최선인지 등에 대해 함께 머리를 맞대가며 사업을 진행했어야 했다.
SBS가 입수한 국군외상센터 설립 추진 TF의 문건.● 외상 전문 의료진 충원은 어떻게?

국군외상센터가 지어지면, 국방부는 군의관 등 자체 인력과 함께 인근 대학병원인 분당서울대병원 인력을 파견 받아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계획이다. 국군외상센터 설립 추진 TF도 이를 당연한 전제로 두고 있다. "브랜드 파워 활용 및 한정된 전문외상인력 확보 위해 분당서울대병원과의 협력 필수"라는 문구가 설립 추진 TF 문건에 명기돼 있다. 단기·장기 군의관 등 군병원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인력만으로는 국군외상센터 운영이 어려움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김록권 / 전 국군의무사령관
"(민간 의료진) 의존도가 높아 버리면 굳이 군 병원에 그런 센터를 지을 게 뭐 있어, 분당서울대병원으로 보내면 되지. 그렇잖아요? (건립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매년마다의 운용입니다, 운용."


군 의료 체계 내 단기 군의관들의 배치 문제, 무면허 의무병의 불법 의료 행위 문제 등을 SBS 탐사보도부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국군외상센터가 들어선다 해도 배후병원이 되는 국군수도병원의 의료진과 함께 일하게 되는데(현재 민간 권역외상센터도 배후병원(모병원)의 시설이나 인력 지원을 받으며 운영된다), 현재 외상 전문 인력이 충분하지 않고 앞으로 그 전문 인력을 확보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면 국군외상센터의 성공적인 운영 가능성에는 당연히 물음표가 던져질 수밖에 없다. 국군의무사령부는 2016년 내부에서 작성한 문건에서 국군수도병원을 두고, "군의 유일한 3차 의료기관을 표방하고 있으나, 고난이도 질환 입원, 수술 등 실질적인 진료 종결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민간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게 된다는 분석이다. 외과 전문의 몇 명으로 외상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송된 환자를 처음 맞게 되는 소생실부터 수술실, 중환자실, 일반 병실까지를 모두 감당할 수 있는 외상 전담 의사와 간호사, 이들을 포함한 스태프들을 얼마나 갖출 준비가 되어 있는지 국방부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봐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으로부터 외상 전문 인력을 파견 받는 것 자체가 현실적인 지에 대해서도 이미 지적은 제기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7 예산안 분석 종합>에서, "민간의 센터가 전담 전문 의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분당서울대병원의 전담 전문 의사 인력 충원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이 현재 외상센터를 따로 운영한다거나 외상외과를 두고 꾸준히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있는 상황이 아님은 차치하고서라도, 외부에서 새롭게 외상 전문 인력을 수혈해 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민간 권역외상센터에서도 의료진을 쉽게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보건복지부가 민간 권역외상센터가 있는 병원들에게 지원하고 있는 예산 중 68억 원이 전문 인력 자체가 없어 지원되지 못하고 남았다.보건복지부는 민간 권역외상센터가 있는 병원에 응급의료기금 예산을 운영비로 지원한다. 대부분이 인건비, 당직비, 교육훈련비 등 인력에 대한 비용이다. 지난해 이 병원들에 배정된 예산 309억 원 가운데 68억 원이 '불용액' 처리됐다. 쓰지 못해 남은 것이다. 2017년 12월 기준, 개소한 민간 권역외상센터에서 국비 지원을 해 주는 만큼 외상 전담 전문의를 모두 채용한 곳은 1곳도 없다. 의사의 경우만 해도 이렇게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지원한 돈을 다 쓰지도 못하고 있는데, 국군외상센터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고 보는 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일 수 있다.

● 군 장병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다면

건물을 짓는 것, 장비를 사 오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취재 중 만난 한 외상 전문가는 지금 추진되고 있는 국군외상센터 사업을 두고 '국방부에서 진행하는 군 의료계의 4대강 사업' 같다고 비유했다. 막대한 예산, 즉 국민 혈세를 들여 설비나 시설을 마련하지만 그것이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는 못하고, 이미 만들어진 설비나 시설은 있으니 그걸 감당하기 위해 또 다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예산이 계속 투입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국군외상센터를 두고서도 군 안팎에서 여러 의견이 나온다. 민간 외상 분야에서 권위자를 영입해야 한다거나, 민간 환자를 받겠다면 완전히 문을 열고 인근 민간 권역외상센터나 대학병원을 돕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경원 /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부교수
"(군에서) 기본적인 어떤 의료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는 상황에서 외상센터를 하겠다는 건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으로 갔을 때는 또 문 닫는 하나의 군 병원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예산 집행의 효율성만을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다. 막대한 예산이라도 그것이 군 환자의 생명을 제대로 지키는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진다면 그 가치가 있다. 현재 추진 방식은 그와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연대 의무중대, 사단 의무대, 군 병원으로 이어지는 군 의료 체계 내에서 아픈 병사들은 여전히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국군외상센터인가. 군 의료 체계, 과연 먼저 점검해야 하고 살펴야 하는 것이 어떤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