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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워마드 성체 훼손? 낙태죄 폐지에 대한 절박한 목소리"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8년 7월 11일 (수)
■ 대담 :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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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소장
- 혜화역 시위, 남성 혐오에 대한 공식 구호 없었어
- 남성 중심적 체제 위협 시위에 '과격함' 형용사 붙어
- 성체 훼손? 가톨릭 신자들 '낙태죄 폐지 반대' 주장
- 설득의 언어 '페미니즘', 온라인 공간에선 무용지물
- 여성 의제를 정부가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가 관건
- 디지털 성범죄, 남녀에 따라 수치심의 정도 달라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 다양한 표현 수단에 과격한 단어 나올 수밖에 없어
- 기존 남성들이 여성 차별한 것에 대한 '미러링' 시위
- 소수가 저지른 성상 훼손, 여성들도 찬반 갈릴 것
- 여성 모욕의 온상지 된 인터넷, 방치되다 결국 악화
- 남녀 문제로 싸움 붙으면 기득권자만 이득 보게 돼
- 남녀 불문하는 디지털 범죄, 성별 구분 없어야 해

▷ 김성준/진행자:

<김성준의 시사 전망대> 2부 시작하겠습니다. 오늘(11일)은 2부 통틀어서 특집 대담을 한 번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워마드 얘기입니다. 지난 주말에 주최 측 추산으로 6만 명 정도 모인 혜화역 시위에서 일부 과격한 남성혐오 구호가 등장해서 논란이 됐었죠. 또 한 남성혐오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톨릭의 성체를 훼손한 사진, 또 예수를 조롱한 글이 올라와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극우 성향 일베 사이트의 여혐 논란에 맞선 남혐이냐. 이런 얘기까지 나오고 있고요. 이 상황 참 어떻게 봐야 할지. 관련해서 말씀을 나눠보겠습니다. 이 자리에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예. 안녕하세요.

▷ 김성준/진행자: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예. 안녕하십니까.

▷ 김성준/진행자:

참 민감한 사안이고, 또 우리 사회가 어떻게든 논의를 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오늘 긴급 대담을 마련했는데요, 우선 윤김지영 교수님께 질문을 드릴게요. 지난 주말 혜화역 시위. 이 시위의 본질은 홍대 미술 수업에서 남성 모델 사진 찍어 올렸던 여성 모델, 구속이 됐고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만. 이 여성 모델에 대한 수사가 너무나 여성 입장에서 볼 때 편파적이었다. 남자였다면 그렇게 수사를 열심히 했겠느냐. 거기서 비롯된 것이란 말이죠. 그것과 시위에서 워마드의 남성혐오 구호가 등장한 것과의 연관성을 볼 수 있습니까?

▶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일단 저는 그 집회에 직접 참여한 사람으로서 4시간 남짓 집회가 이어졌는데. 그 4시간 구호 중에서 공식 구호로는 그 단어가 결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몇몇 언론에서는 그것이 공식 구호로 채택되었다고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고. 시간이 긴 시위에서 여성들은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 중에서는 입법적, 사법적, 행정적 차원에서의 제도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 그리고 여성들이 어떻게 남성 공포를 넘어서서 분노의 목소리를 함께 공명하고 함께 연대할 것이냐의 목소리가 굉장히 유의미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특정하게 지금 문제시되는 그 단어는 주최자 측이 아니라 앞에 앉은 시위자, 참여자의 몇몇 구호가. 세 시 정각에 4만여 명, 그리고 6시 정각에 6만여 명 여성들이 공식적으로 동시에 외친 것처럼 오보된 경향이 있다고 했을 때.

결국 이 여성 혜화 시위가 정치적인 의미에서 봤을 때 여성운동사 안에서는 여성 의제라고 하는 단일 의제로 여성 시위에서는 최대 규모라고 했을 때. 여성사의 운동 안에서도 일종의 기록 갱신일뿐만 아니라 굉장히 유의미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유의미한 논의는 전혀 이야기되지 않고 특정한 구호를 마치 외치기 위해서 여성들이 거리로 몰려나가서 4시간 동안 뙤약볕에 있었던 것처럼, 혐오 시위로 낙인 찍는 것. 여기에 대해서는 문제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하는 입장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언론의 특성이 작용한 면도 있는 것이고요. 잘못한 면도 있을 것 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이 과격한 남성혐오 구호들이 혜화역 시위의 의미를 훼손했다고 보시나요?

▶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일단 저는 다시 되묻고 싶은 것은. 과격한 시위와 온건한 시위의 기준법이 무엇인지 되묻자는 것이죠. 왜냐하면 남성 진보 인사 중심으로 조직되었던 여태까지의 촛불시위라든가, 그런 시위에서의 과격함의 기준은 소위 말해서 파이프를 들고 나왔는가, 화염병을 던졌는가, 전경들과 물리적인 대치가 있었는가. 그 여부를 통해서 과격함을 얘기했다면. 혜화역 시위에서는 그러한 것들이 전혀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일부가 얘기했던 특정한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만으로도 과격함을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이야기는 그만큼 여성들이 감히 공적인 영역인 거리에서 6만여 명이라는 최대 규모로 나와서 정치적인 의사를 발화했다는 것 자체가 남성중심적인 체제에서는 위협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그것 자체로 일종의 위협적이고 과격함이라는 형용사가 붙지 않았나. 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래서 제가 드리는 질문은. 다시 말해서 지금 말씀하시는 것은 혜화역 시위 전체의 취지와 지향점은 여기서 문제가 된 남성혐오 구호와는 거리가 있는데. 그러면 그런 남성혐오 구호들이 혜화역 시위 전체의 취지를 훼손한 면이 있느냐는 질문인 거죠.

▶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아무래도 전술적으로 봤을 때 이렇게 집중적인 공격의 포화를 받는다는 측면에서는 분명히 다음 시위에서 여성들이 이런 혐오 시위로 몰리는 부담감을 경각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전술적인 조율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그런 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죠. 언론에서는 사실 아까 속성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약간 논란거리를 찾아내야 하니까. 전체 시위는 그렇게 과격한 시위가 전반적으로 아니었고, 또 혐오 발언을 전반적으로 한 것이 아닌데. 그중에서 시위 피켓이라든지, 발언들이 문제가 됐다는데 그것을 부각했던 측면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발언이라든지 행위가 분명히 있던 것은 사실이었고요. 다만 거기에 관련돼서도, 참여하신 분들 사이에서도 토론이 있었던 거죠.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시위 문화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단일 주제였어요. 특히 여성 문제 관련해서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거리에 나와서 시위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터넷이라고 하는 자발적 공간에서 누가 주도적으로 나오라, 마라 이렇게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나오셨고 이게 전면적으로 증가했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자율적 참여를 하시다 보니까 이 안에, 각자 자신의 표현들을 하고 싶은데. 그 수단을 이런 수단을 가지신 분도 있고, 저런 수단을 가지신 분이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그 사이에서 이런 과격한 단어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그러면 그 단어들을 과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 또 그 단어들이 실제로 나왔는데 이게 어떤 식으로 해서 지금 언론에서 다뤄지고 있고, 또 다른 상대인 일베 사이트다, 극우 사이트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런 것들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필요는 있겠죠.

▷ 김성준/진행자:

그런 면에서 저희가 살펴봐야 될 부분이 많아서 이런 자리를 마련한 건데, 이 얘기를 한 번 드리면 어떨까 싶습니다. 논란이 커지다 보니까 워마드 회원 중에서 댓글이 올라온 거겠죠. 한남, 다시 말해서 한국 남성들이 수백 명을 살인하는 것보다 여자가 빵 쪼가리 하나 태우는 게 더 큰 일이냐. 이런 식의 표현이 나와서 더 논란이 되기 시작하는데. 아주 기본적으로 시작해서 워마드라는 일종의 커뮤니티에. 오늘은 또 저게 떴더라고요. 워마드 사이트에 이슬람의 코란을 소각하는 사진이 떠서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고 그런데. 이런 과격한 것들이 워마드 사이트 등을 통해서 번져가고, 계속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것 자체가. 그냥 놔둬도 되는 다양성의 한 조각인가요, 아니면 문제가 있다고 보시나요?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일단은 그것은 짚고 넘어가야 될 부분이 있어요. 왜 워마드가 이런 행태를 하느냐는 거죠. 물론 도가 넘었다, 안 넘었다, 그 전에요. 그래서 사실 미러링이라고 하는 시위 방법. 이것을 짚지 않을 수 없어요. 미러링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거울 비추기거든요. 기존의 남성들이 얼마나 여성들에 대해서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발언들을 했는가, 이런 것을 거꾸로 반사해서 당신들에게 보여주겠다는 차원에서 원래 이렇게 과격한 행동들을 했었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대상으로 삼아야 될 것과 아닌 것이 있는데. 여기서는 종교를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이것이 더욱 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 이 점을 일단 짚고 넘어가야겠죠.

▶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먼저 기존의 종교 교리를 믿고, 믿음 체계를 공유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런 사건이 굉장히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거기에 있는 글을 분석해 봤더니. 일단 성체 훼손을 한 사람이 어떻게 얘기하냐고 얘기하느냐면. 자신은 모태신앙이었다. 즉 다시 말해서 자신은 자신이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서 신앙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부모에 의해서 강요를 받았던 신앙이기 때문에 자신은 가톨릭의 교리를 공유하는 믿음 공동체의 일원이 아니었다고 밝힘과 동시에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이렇게 말씀해주신 종교만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것 안에서 왜 종교까지 건드리는가 하면.

가톨릭 교리에서 우리가 얘기하는 예수 그리스도나 하느님 아버지라고 했을 때 신의 형상도 여전히 남성형일 뿐만 아니라. 기존의 가부장적인 체제뿐만 아니라 거대한 보편적 종교 형상도 항상 여성을 착취하거나 여성을 억압하는 이데올로기 중 하나로 작동해온 측면이 있다고 하는 것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또 하나 가장 예민한 지점이 무엇인가 하면. 현재 여성들은 낙태죄 폐지 운동을 아주 격렬하게 벌이고 있고. 지금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판결 여부에 대해서 그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낙태죄 폐지를 여성 의제의 가장 중요한 의제로 부상시키고 있고, 여성들의 생존권 중 하나로 보고 있는데. 어떠한 일이 있었는가 하면 가톨릭의 고위직에 있는 성직자들이 나서서 낙태죄 폐지 반대 운동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언론의 주목도를 받았고.

가톨릭 성직자들이 여성 가톨릭 신자들에게 낙태죄 폐지 반대 사인을 강제적으로 요구하는 케이스가 일어나서 굉장히 여성들에게 공분을 샀다는 것이죠. 정말 보편적인 종교라고 했을 때 우리는 그것이 평화와 공존의 언어라고 하는데. 이것이 여성에게는 여성의 순결성을 강요하거나, 여성의 임신중절권을 일종의 죄로 단죄하는 것에 대해서 이런 종교가 어떻게 가장 여성 소외와 여성 억압의 의식적이고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계속해서 강화하는 기제가 되어 있는가에 대한 강력한 문제의식이 결국 이렇게 가장 과격하고도 무모한 방식으로 터져나온 것이 아닌가. 그 맥락성도 짚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맥락에 있어서 단순히 가톨릭을 혐오한다든지, 가톨릭을 폄하하기 위해서 성체를 불태우는 모습을 보여준 게 아니라. 그 배경에는 그만큼 가톨릭이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요인들에 대한 인식이 존재하고 있다는 말씀이시잖아요.

▶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가장 절박한 여성 의제인 낙태죄 폐지에 대해서 가톨릭이 너무나 보수적이기 때문에.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그런 문제들이 그동안 지속되어 왔어요. 그런데 어차피 사회운동이라는 것은 외연을 확장하는 데에 기본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자연스럽게 설득과 공유를 하는 과정인데. 자칫 이렇게 불태운다는 것 자체는 어차피 시각적으로 자극이 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특히 인터넷 공간에서는 적대적으로 느껴질 수가 있기 때문에. 과연 그 뒤의 배경이라든지, 여성 차별적인 행태들. 특히 종교 쪽에서는 보수적이라는 식이 많이 있었고요. 아까 말씀하신 충분히 그런 얘기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러면 과연 어떤 수단을 가지고 어떻게 외연을 확장시킬 것인가에 관련돼서 이 부분은 계속 과제가 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성상을 불태우거나 이런 것들이 아마 낙태죄나 여러 가지 관련해서 종교적인 차원에서라도, 모두가 그것을 다 찬성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 중에서도 일부 소수에 해당하시는 분이 했던 것이고요. 그 자체도 아마 그 내부에서, 여성들 스스로도 찬반이 갈리고 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수단적인 측면에서는 더욱 공유가 내부적으로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까지 보시기에는 이런 방식의 접근이 소위 말해서 여성운동의 지향점을 설명해주는 데 있어서 성공을 했다고 보시나요?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그런데 이 운동의 단계가 있는 것이거든요. 소수자일수록 단계별로 주목을 끌어야 하기 때문에. 가장 눈길을 끌 수 있을 만한 수단을 취할 수 있는 부분이 있죠. 물론 그것이 전략적으로, 가식적으로 했다는 것은 아니고요. 진정으로 진정성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측면에서 일단 눈길을 끌 수는 있겠지만 이것이 좀 더 확산이 되려면 다른 식으로 여러 가지 자리가 마련되어야겠죠. 한편으로 생각을 해보면 여성 입장에서 봤을 때는 과연 그런 자리가 많이 있었느냐. 과연 여성들이 느끼기에 종교적 편향성이라든지, 차별적인 행태들이 기존 종단에 많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수평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할 수 있고, 이런 전향적인 자리들이 과연 있었는가 하는 점을 되짚어볼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어떻게 보세요? 그러면 이제까지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려고 해도 그 목소리가 전달이 안 되고. 그렇기 때문에 방금 김 평론가 말씀하신 대로 좀 더 적극적이고 좀 더 눈에 띄는. 그러다 보면 과격할 수밖에 없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는 면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은 사실인데. 그게 우리 사회에서의 여성운동, 또는 여권 신장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들에.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안 들렸던 목소리를 들리게 만드는 데에는 성공했다고 보시나요?

▶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일단 설득의 언어와 우아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 기득권의 언어라는 것이죠. 즉, 다시 말해서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여성들이 아니라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학술적인 언어, 또는 객관성의 언어. 조금 더 정제된 언어를 할 수 있는 이들은 이만큼 목소리를 더 가져가지만. 10대, 20대와 같이 가장 헐벗고 취약한 계층에 있는 여성들, 중층적인 차별을 받는 여성들에게는 이러한 발화의 자리가 열려있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보여줬던 것 아닌가. 결국 그 얘기는 가장 과격하고 무모한 행위를 하고 있는 강경 노선이 있는가 하면. 그렇다면 그 강경 노선과는 다르게 그 의미를 해석하고 또는 그러한 전술이 갖고 있는 한계나 다른 지향점에 대해서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해석자의 목소리 역시 여성들 사이에서 더 많이 나오는 것. 그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 우리나라 여성운동이나 페미니즘 운동 단계에서 볼 때는 어떻습니까? 워마드와 같은 과격한 목소리라고 제가 얘기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그런 목소리가 필요할 정도로 아직도 장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목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나요?

▶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페미니즘 언어는 주로 설득의 언어를 사용했거든요. 그런데 2015년 이후에 메갈리아가 탄생하면서 설득의 언어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보여줍니다. 왜냐하면 설득의 언어는 온라인 공간에서는 정말 무용지물이거든요. 그래서 온라인 공간에서는 정말 여성혐오의 언어가 몇 초 단위, 몇 분 단위로 놀이화 되어서 증식되는데. 거기에 대해서 그것은 여성 차별이라고 이야기하면 바로 너는 진지한 무엇, 선비질을 하고 있다 등과 같은 것을 통해 항상 외면받는다고 했을 때.

결국 온라인 공간이 여혐을 뿌리뽑게 하기 위해서 온라인 공간이 남초의 공간이 아닌 여성의 공간으로 다시 재접수하기, 탈환하기 위한 것으로. 설득의 언어가 아닌 미러링의 언어라고 하는 가장 과격한 전복과 반격의 언어를 통해서 온라인 공간이 점점 여성들에 의해 재복원되는 것. 그 전략이 2015년 이후 가장 강력하게 페미니즘을 다시 재구성시켰다는 측면에서. 계속 이러한 어떻게 외연 확장을 할 것인가, 어떻게 더 가시화할 것인가. 이 두 가지 문제가 계속해서 충돌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렇다면 특히나 온라인 공간에서는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정제된 언어로써의 대화가 더 힘들어지겠네요.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일단 말씀하신 것처럼 공간 자체가 키보드 워리어라고 해서 주로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특히 성별로 얘기한다면, 젠더 관점으로 보면 남성들을 중심으로 장악해서 그런 담론들을 많이 마련해 왔죠. 그런데 그런 정치적인 역학 구도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서 일베라고 한다면 일베는 사실 정치적인 공학에서 탄생한 것도 많습니다. 그러니까 일베 사이트가 결국에는 주도했던 사람들 중 대부분이 정치적으로 한 쪽에 편향됐었던 사람들이고. 그런 관점에서 여성들을 차별하고. 여성들만 차별한 것은 아니에요. 특정 지역, 장애인, 소수자를 엄청 무차별적으로 차별적인, 인권 침해적인 담론들을 많이 만들어냈는데. 그것을 방치한 겁니다. 그러니까 인터넷 공간은 수평적이지 않고요.

또 모든 남성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모두 다 여혐을 한다. 그렇게 볼 수는 없어요. 인터넷 공간은 수평적이지 않고, 불균등하고. 그런 관점에서 분명히 담론을 생산하는 기지 같은 곳이 있었고. 그런 것들을 지난 10년 동안 방치한 겁니다. 방치했고 그 사이에 담론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특히 여성들에게 굉장히 모욕을 주게 되는. 그리고 특히 담론뿐만 아니고 동영상이나 사진, 여러 가지 범죄들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온상지가 됐거든요. 그것을 방치했던 정치적 역학 관계 속에서 악화가 됐던 거죠. 그런 면에서 아까 말씀하신 부분들을 반대로 타계하기 위해서 미러링 기법 같은 경우가 생겼기 때문에.

▷ 김성준/진행자:

그야말로 싸움의 전술로써.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남녀만의 문제가 아니고 어떤 기득권. 기득권 중에서도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왜 일베 같은 사이트를 방치했느냐. 그것은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지적이 안 되고, 너무 남녀 문제로만 부각이 되고 싸움을 붙이게 되는. 그러면 결국 이것은 또 다른 정치 세력 내지는 기득권자들이 더 이득을 보는 상황이 벌어져서. 이런 전반적인 상황도 한 번쯤 봐야되는 것이고, 이것을 과연 어떻게 제도적으로 접근할 것인가도 연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러니까요. 여러 가지 목적이 있든, 없든 간에 방치돼서 일베를 비롯한 일종의 여성혐오가 온라인을 지배하게 됐고. 그것에 대한 계속 미러링이라는 말씀을 하십니다만. 일종의 반발로서, 반작용으로서 워마드 같은 존재들이 부각되기 시작했는데. 어쨌든 일이 그렇게 벌어졌으니 어떻게든 순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되는 것 아닙니까? 계속 이렇게 전투적으로만 나가는 게 여성운동을 위해서도 이렇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잖아요.

▶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만약에 이런 미러링의 언어에 대해서 굉장히 비판을 많이 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 중 하나가 무엇이냐면. 미러링은 일종의 여성혐오의 원본을 부수면 당연히 사라질 것이라고 했을 때.

▷ 김성준/진행자:

거울이 없으면 비출 수 없을 테니까.

▶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여성혐오의 원본을 부수는 방식은 여성들의 각개전투가 아니라 아까 얘기되었던 낙태죄 폐지가 되는 것. 임신중절 합법화가 되는 것, 중단권에 대한 합법화가 제도적으로 이뤄지는 것. 그리고 디지털 성폭력이라고 하는 불법 촬영에 의한 여성 대상 남성 폭력이 제도적인 차원에서 근절이 되는 것. 그래서 여성들이 일상에서 불안 피해를 가질 필요가 없는. 일종의 여성으로서의 시민권자로서의 보편적 인권이 안전하게 인정받고 있다는 일상의 변화를 몸으로 느낀다면 굳이 미러링이라고 하는 과격한 언어만에 의존해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결국 이것은 제도적인 변화, 여성 의제를 얼마만큼 정부가 제도적으로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이 문제와 같이 연동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사실 외연 말씀을 약간 덧붙여서 설명을 드리면. 남녀라는 것은 사실 원초적인 구분이에요. 고대 이래로 사람을 판단할 때 남녀로 구분하는 것이거든요. 생물학적이든, 사회학적이든. 그런데 남녀를 양극단으로 봤을 때 중간 지점들도 있는 거죠. 그러면 여성들이 대부분 많이 당해오셨고, 차별이라든지 범죄 대상이 됐습니다. 그런데 예를 들면 디지털 범죄 관점에서 보면 몸 피싱 캠, 이런 것 같은 경우에 대상이 남녀를 불문하거든요. 그리고 남자, 여자 나눈 것이 아니고 결국 폭력, 범죄로써 노출되고 있는 약자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폭력에 노출되는 것은 여자, 남자를 불문하는데. 다만 그 비율이 여성들이 굉장히 많은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범죄라 하더라도 시위 현장에는 디지털 공간상에서 범죄로 고통을 당하는 분들이 같이 다뤄져야 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런 외연을 확장시키는 방식들도 이제는 고민해야 되고요. 그러면서 조금씩 넓혀가는 공론화장도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거죠.

▶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그런데 디지털 성폭력 같은 경우는 피해자가 98.4%가 여성이며. 일종의 디지털 성폭력에 대항하는 활동 단체의 활동가들 말을 들어보면 여성 피해자와 남성 피해자, 디지털 성폭력을 당한 여성 피해자와 남성 피해자가 보이는 반응성이나 감정 구조도 완전히 다르다고 합니다. 여성 피해자가 왔을 때는 처음으로 하는 말이 살려주세요. 자기가 살기 위해서는 이것을 삭제해야 하고, 자신은 자살 위협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고립 때문에 극도의 공포로 오신다면. 남성 피해자의 경우에는 이런 얘기를 합니다. 자기 주위에 있는 지인들만 안 보게 해 달라.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은 나는 별로 상관이 없는데, 지인들이 이것을 보지 않는 것을 막는다면 나는 다르게 퍼져나가는 것은 별로 상관없다고 했을 때. 같은 디지털 성폭력을 당했다 하더라도 정말 남성과 여성인가에 따라 수치심의 정도 또는 감정 구조, 피해 양상에 대한 이해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 평론가께서도 동의는 하시는 거죠?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그런데 그 영상 범죄가 어떤 것에 따라 약간 또 달라요. 그것은 세부적으로 학술적 연구를 하기 때문에. 일단 기본적으로는 맞고요. 이것이 연구가 많이 이뤄져야 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알겠습니다. 벌써 시간이 다 가버렸는데 정말 어려운 이슈고요.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좀 더 진지한 논의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두 분 말씀 정말 고맙습니다.

▶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예. 감사합니다.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감사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까지 건국대 윤김지영 몸문화연구소 교수, 그리고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와 함께 말씀을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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