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같던 월드컵…20년 전 태극전사들의 '붕대투혼'

진송민 기자 mikegogo@sbs.co.kr

작성 2018.06.23 20:47 수정 2018.06.23 21:3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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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월드컵을 전쟁처럼 치렀던 시절, '붕대투혼'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아파도 다쳐도 참고 뛰는 게 미덕처럼 여겨졌죠. 하지만 이젠 그런 시대는 아닙니다.

예전 선배들처럼 하라는 게 아니라 그 간절한 마음을 기억해보고 또 후회 없이 모든 걸 쏟아내자는 뜻에서 20년 전 월드컵을 소셜미디어 비디오머그에서 되짚어 봤습니다.

<기자>

[자 일단 주심이 경기를 중단시켰습니다.]

[부상이 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1998년 6월 25일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E조 한국 VS 벨기에.

후반 23분, 상대와 공중볼을 다투다 눈두덩이가 찢어진 수비수 이임생 선수.

[이임생 선수가 저렇게 된다면 헤딩에는 상당히 지장을 많이 받겠습니다.]

[그렇죠.]

유니폼 상의를 적실 정도로 피가 흘렀지만 이임생은 경기장에 들어가게 붕대를 더 빨리 감아달라 외쳤다.

<투혼 20년 전 월드컵대표팀 이야기>

1차전 對 멕시코 1-3 패배, 2차전 對 네덜란드 0-5 패배, 대회 도중 차범근 감독 경질.

16강 탈락은 기정사실이었지만 외환 위기 속 국민들에게 무기력하게 지는 모습은 보여줄 수 없었다.

후반 26분 유상철의 동점골, 무조건 이겨야 16강에 진출하는 벨기에는 동점이 되자 미친 듯이 몰아붙였다.

[이임생 선수죠?]

[이임생 헤딩 높게 떴습니다.]

[머리에 부상을 당했지만 계속해서 헤딩을 해주고 있어요.]

선수들은 그야말로 육탄 방어에 나섰다.

[윤영설 축구협회 의무위원장/당시 팀닥터 (한국일보 인터뷰) : 벨기에와 경기 전날 이임생이 방으로 찾아와 '선생님, 내일은 뛸 것 같아요'라고 하더라. '내일 나가면 너의 모든 걸 던지라'고 말해줬다…. 수많은 경기를 봤지만 그날의 감동은 잊을 수 없다.]

경기종료 20초전 한국팀은 이날 대회 첫 승점 '1점'을 올렸다.

'투혼' 한때 축구국가대표팀 유니폼 안쪽에 새겨져 있던 글자.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기획 : 이주형, 편집 : 조한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