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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박원순 선거 공보물에 "공공임대주택 13만 호"…허위사실인가?

박세용 기자 psy05@sbs.co.kr

작성 2018.06.09 10:3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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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사실은] 박원순 선거 공보물에 "공공임대주택 13만 호"…허위사실인가?
[2018 국민의 선택]

"박원순의 6년! 서울시의 6년!" 동안 서울시는 주거복지를 확대했다고, 민주당 박원순 후보는 선거 공보물에서 주장했습니다. 서울의 집집마다 배달된 공보물에 담긴 내용입니다. 서울시민 누구나 주거로 힘들지 않게 공공임대주택을 2017년 기준으로 13만 호 이상 공급했다는 것입니다. 13만이 작은 숫자가 아닙니다. 한 집에 2~3명 산다고 가정하면, 20~30만 인구에 주거복지를 제공했다는 뜻입니다. 경기도 군포시 인구가 30만이 조금 안 되는데, 군포시 인구 전체를 수용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임기 6년 안에 지었다는 얘기입니다. 사실일까요?

● 안철수 "허위사실 아닌지 박 후보가 답해야"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는 이 수치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선거 공보물에 사실상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 아닌지 박원순 후보가 답해야 한다고, 지난 3일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습니다. 안 후보의 의심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한 셈법입니다. 2017년 공공임대주택 전체 물량에서 2011년 물량을 빼보니까, 13만 호가 안 나온다는 겁니다. 임대주택을 대거 철거한 것도 아닌데, 계산이 안 맞는다는 것이죠.

서울에서 공공임대주택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주체는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입니다. 2017년 주택 재고량 186,653호에서 2011년 재고량 127,981호를 빼면, 5만 8천여 호가 나옵니다. 13만 호랑 차이가 많이 나죠. 그런데 어떻게 13만 호를 공급했다고 주장하느냐, 허위사실 아니냐, 라는 게 안 후보의 입장입니다. 어제(6월 7일) 방송 3사 토론회에서도 공공임대주택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있었습니다. 안 후보의 말입니다.

"박원순 후보가 본인 공공임대주택 실적을 발표하는데 발표 때마다 달랐습니다. 어떨 때는 전임 시장의 실적을 합산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건물이 준공된 다음에 실적으로 잡아야 하는데, 도장만 찍은 인허가 정도 수준에서 그 실적을 잡다 보니까 결국은 서울시의회에서 잘못을 인정하는 것까지 동영상에 잡히고 있다." (6.7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

박원순 후보는 토론회에서 이런 비판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 13만 호 공급? 서울시 계산 방식을 보니…

13만 호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서울시가 어떻게 13만이라는 숫자를 계산했는지가 핵심입니다. 취재진은 서울시 임대주택과가 지난 4월 23일 민주평화당 윤영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자료에는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의 임기 중에 공급한 공공임대주택의 실적이 담겨 있습니다. 바로 이 자료에 '13만'이 나옵니다. 공급량을 어떻게 계산했는지 그 기준도 나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3선 출마 선언문 12만 호 임대주택 공급 연도별 공급량위 표에 나온 '민선 5기'는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2011년 10월부터 2014년 6월까지입니다. '민선 6기'는 박 시장이 재선에 성공한 뒤 2014년 7월부터 최근까지를 뜻합니다. 서울시는 공공임대주택 종류를 건설형과 매입형, 임차형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건설형'을 보면, 공급량의 기준이 민선 5기 때는 '사업승인'으로 되어 있고, 민선 6기는 '착공'으로 돼 있습니다. 즉 건설형 공공임대주택의 경우에는, 안철수 후보의 말처럼 실제로 주택을 다 지은 것을 실적으로 잡은 것이 아니라, 사업승인만 나거나 첫 삽을 뜨기만 했어도, 서울시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했다는 실적으로 잡았다는 뜻입니다.

● 선거 공보물에 "13만 호 공급"…허위사실인가?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을 계산할 때 서울시는 숫자를 늘리고 싶은 유혹에 시달릴 것입니다. 주택을 다 지어서 준공을 끝내고 실제로 입주한 숫자를 계산해야 시민 입장에선 상식적으로 보일 것 같습니다. 서민이 입주해야 실제로 공급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계산하면, 전임 시장이 사업승인을 내주고, 전임 시장 때 공사를 시작했지만, 현 시장 때 입주만 완료했다는 이유로 현 시장의 업적만 빛나게 되는 거 아니냐, 이게 당적을 가진 시장들의 오래된 불만일 것입니다.

박원순 후보만 해도 자신이 서울시장일 때 사업승인을 내주거나 공사를 시작한 공공임대주택이 수 만 호에 달하는데, 이게 공사 중이라는 이유로, 실제 입주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박원순의 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민이 실제로 입주하는 것과 무관하게 13만 호라는 숫자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민 입장에서 보면, 실제 13만 호가 공급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13만이라는 숫자를 굳이 쓰고 싶다면, '공급'이라는 표현의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 국토교통부와 LH공사도 '준공' 기준인데…

서민이 실제 입주한 것도 아닌데, 정부와 지자체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했다고 홍보하고, 서민은 체감하지 못하고, 늘 실적 부풀리기 논란에 휩싸이고, 이런 지적은 사실 오래됐습니다. 그래서 국토교통부도 지금은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을 계산할 때 '사업승인' 같은 행정적 절차나, '착공'을 기준으로 삼지 않습니다. 그건 공무원의 기준, 공급자 마인드라는 비판 때문입니다. 2015년부터 수요자 중심으로 바꿨습니다. 정부는 현재 '준공' 기준, 즉 공사를 마친 것만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에 산입하고 있습니다. LH공사도 공사를 마친 것만 공급량에 넣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을 발표할 때 반드시 '준공'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토해양부도 2015년 '준공' 기준을 도입할 때 무슨 특별한 규정을 바꾼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냥 계산하기 나름인 것입니다. 국토부는 '준공' 기준으로, 서울시는 '착공' 기준으로, 서로 다른 계산법으로 저마다 다른 공공임대주택 공급량 통계를 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박원순 후보가 선거 공보물에 자신의 6년 임기 동안 공공임대주택 13만 호를 공급했다고 홍보하는 것을 '허위사실'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단지 서민이 입주한 물량이 실제로 13만 호는 아니다, 서울시는 이걸 알면서도 '착공' 기준으로 임대주택 공급량을 집계해오고 있었다, 또 실적 부풀리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13만 호 논란은 단지 서로 다른 기준에서 나왔을 뿐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