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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임금 삭감하는 악법이다"…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노동계 반발 거센 이유는?

[리포트+] "임금 삭감하는 악법이다"…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노동계 반발 거센 이유는?
지난 28일,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진통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개정안은 정기 상여금과 식비,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사용자의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라는 게 개정안에 대한 국회와 정부 설명인데요.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는 조치이자 임금을 삭감하는 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리포트+] '임금 삭감하는 악법이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 걸까요?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 리포트+에서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해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 국회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도대체 무엇이 달라지는 걸까?

이번에 국회에서 처리된 법은 최저임금법 6조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6조 4항에서는 '최저임금의 산입(算入)범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산입범위라는 용어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요. 근로자가 받는 월급 항목 중 최저임금 지급 기준을 적용하는 범위를 '최저임금 산입범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이 산입범위가 확대된다는 겁니다. 월급 명세서를 통해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어디까지 늘어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직장인의 월급 명세서는 기본급, 상여금, 식비, 교통비 등의 항목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기본급과 직무·직책 수당 등의 고정 수당만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됐습니다. 즉, 기업이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잘 지급하고 있는지를 따져볼 때 기본급과 직무·직책 수당까지만 확인하면 됐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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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내년부터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가 포함될 예정인데요. 상여금의 경우, 최저임금의 25% 넘는 금액이, 식비나 교통비 등의 복리후생비는 7% 초과하는 금액이 최저임금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이 비율은 단계적으로 낮아져 2024년이면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전액이 포함됩니다.

25% 초과분과 7% 초과분이 최저임금 산정 때 함께 고려된다는 건데, 예시를 통해 좀 더 쉽게 따져보겠습니다. 올해 월 최저임금인 157만 원을 기본급으로 받고 상여금을 50만 원, 복리후생비를 20만 원 받는 근로자가 있다고 가정해봤습니다. 이때 상여금은 157만 원의 25%인 39만 원, 복리후생비는 7%인 11만 원을 넘는 금액부터 최저임금에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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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서, 50만 원의 상여금 중 39만 원을 제외한 11만 원과 20만 원의 복리후생비 중 11만 원을 제외한 9만 원이 기본급과 함께 최저임금으로 산출되는 겁니다.

■ '16만 원 오르는 줄 알았는데'…최저임금 인상 효과 줄어드는 이유는?

이처럼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면, 최저임금이 오르더라도 사실상 그 효과는 줄어든다는 게 노동계가 주장하는 내용의 핵심입니다. 현행 최저임금 체제와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시행됐을 상황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리포트+] '임금 삭감하는 악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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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본급 157만 원에 복리후생비 20만 원을 받는 근로자 A씨가 있다고 가정해봤습니다. 최저임금 제도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 최저임금이 10% 올랐다면, A 씨의 월급은 193만 원으로 약 16만 원 인상됩니다. 하지만 개정된 최저임금법을 적용하면 내년도 A 씨의 월급은 185만 원으로 약 8만 원 인상됩니다. 복리후생비의 7% 초과분이 최저임금에 포함되면서 인상 효과가 16만 원에서 8만 원으로 줄어드는 겁니다.

■ 노동계, 위원사퇴에 총파업 투쟁까지…거세지는 '최저임금법 개정안' 후폭풍

정부는 법안 논의 과정에서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가 최저임금에 포함되더라도 연소득 2천500만 원 이하의 저임금 노동자들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해왔습니다. 정기 상여금 25% 이하, 복리후생비 7% 이하를 받는 저임금 노동자는 최저임금 인상분이 그대로 임금 인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29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최대 21만 6천 명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기대보다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이는 2천500만 원 이하를 받는 노동자 중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324만 명의 6.7%에 해당합니다. 노동계의 주장처럼 저임금 노동자지만 일부는 개정안으로 인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누리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근로자마다 임금의 세부 항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똑같이 2천500만 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더라도 학교 비정규직 등 성과급이나 복리후생비를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저임금 노동자는 개정안으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산입되는 비율이 해마다 낮아져 2024년에는 모든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포함되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 수는 매년 늘어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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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당초 이번 개편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보장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고임금 노동자지만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일부 경우처럼, 기본급에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덧붙여 완성되는 한국 특유의 임금체계도 늦었지만 이번 기회에 고치겠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산입 확대로 일부 저임금 노동자들의 피해가 예상되자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최저임금제도 자체를 근로장려세제와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최저임금과 묶어서 어떻게 정책조합을 해 나가는 게 효과적인지 현재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외에도 노동계는 정기 상여금 외에 격월, 분기, 반기 별 등에 지급되는 상여금을 매월 지급하는 형태로 바꿀 때 근로자, 노동자의 '동의'가 아닌 '의견청취' 등으로 가능하도록 해 개정안에 맹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노동계는 강경책으로 이번 개정안에 맞서고 있습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2020년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이 사실상 무의미 해졌다"며 최저임금위원회 파행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총파업 투쟁에 나섰습니다. 이에 따라 내달로 예정됐던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실상 파행이 점쳐지는 등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전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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