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리포트+에서는 법정에 선 청소년들에게 진심 어린 호통을 쳐 '호통판사'로 불리고 있는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년법 논란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 "처벌 수위 낮아 범죄 또 저지를 것"…소년법 개정·폐지하자는 주장 나오는 이유는?
논란을 짚어보려면 소년법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년법에서 '소년'이란 19세 미만의 청소년을 의미합니다. 많은 사람이 소년법과 청소년보호법을 헷갈려 하는데요. 범죄를 저지른 소년에 대한 처분을 위한 법률이 '소년법'이라면 청소년을 해로운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청소년보호법'입니다.
소년법 개정과 관련해 갑론을박이 뜨거운 지점은 소년법 제59조 '사형 및 무기형의 완화'와 관련된 것입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죄를 범할 당시 18세 미만의 청소년이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도 15년 이하의 유기징역을 받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적용을 받아 징역 20년으로 가중처벌되더라도 사형과 무기징역은 피할 수 있는 겁니다.
소년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소년법에 따르면, 14살 청소년이 살인과 같이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도 최대 20년 형을 받기 때문에 30대가 되면 다시 사회로 나오게 되는데요. 이 경우 재범의 위험성이 있고 청소년들이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소년법 개정·폐지에 찬성하는 측의 주장입니다.
■ "잔혹 범죄 일부 청소년만 해당"…현행법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
현행 소년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측의 주장은 어떨까요? 우선 청소년 시기는 처벌보다 교화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등 극단적인 범죄에 맞춰 법 기준을 강화하면, 낙인효과를 방지하고 교화 가능성에 중점을 둔 소년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또 강한 처벌이 청소년 범죄를 억제하고, 재범률을 줄인다는 인과관계가 확실치 않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처벌의 수위가 높아지기 때문에 다른 행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청소년들은 지금 당장 저지른 일로 5년, 10년 뒤 미래를 추론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8년간 소년재판을 맡고 지난 2월 일반 법정으로 돌아간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는 S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에서 "소년범 중 5%만 중범죄에 해당하고 나머지는 95%는 생계형 범죄 또는 가벼운 범죄에 해당한다"며 "95%의 아이들 중에서는 교화할 수 있는 아이들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 한 명당 재판 시간 '3분' 불과…우리나라 소년 재판 근본적 문제는?
소년범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려면 우리나라 소년 재판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처벌 수위를 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판 과정에서부터 청소년들이 자신의 범죄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고 돌이켜볼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소년 재판에 필요한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천 판사는 이웃 나라 일본을 예로 들며 "교토 가정 재판소에서는 한 아이 당 할애되는 시간이 한 시간으로 이 시간 동안 아이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부모, 교사, 조사관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뒤 거기에 맞는 처분을 내린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천 판사가 2010년 우리나라에서 소년 재판을 맡았을 당시 한 명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3분에 불과했습니다.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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