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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라돈 침대에서 자도 되나요? '모릅니다'

정구희 기자 koohee@sbs.co.kr

작성 2018.05.10 19:24 수정 2018.05.11 13: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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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라돈 침대에서 자도 되나요? 모릅니다
● 침대 써도 되는 건가요? '모릅니다'

2만 대 넘게 유통된 침대에서 방사성물질인 '라돈'이 뿜어져 나온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일주일 만인 오늘.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중간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라돈이 방출되지만 위험하다고 단정 지을 순 없고, 안 위험하다고 말할 수도 없으므로, 침대를 쓰는 것이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원안위는 우선 침대에서 연간 최대 0.15mSv의 방사선이 나온다고 밝혔습니다. 연간 1mSv를 초과하면 안 된다는 기준을 만족하는 수치입니다. 그런데 방사성기체인 라돈은 숨을 쉬면서 코나 입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몸 속으로 들어오는 방사선의 양인 내부피폭선량은 연간 0.5mSv로 나타났습니다. 내부피폭선량은 기준치가 없어 이게 위험한 수준인지는 판단이 어렵다는 것이 원안위의 설명입니다. 원안위에게 조금 더 직접적으로 물어보았습니다.

Q. 침대가 안전한 것인가요?
A. 0.5mSv의 내부피폭은 있습니다. 저희가 명확하게 안전하다 아니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Q. 그럼 침대를 써도 되는 것인가요?
A. 내부피폭 0.5mSv가 기준이 없어서 안전한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불필요한 피폭선량이기 때문에 줄여야 합니다.

원안위는 두루뭉술한 대답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침대에 사용된 모자나이트(라돈을 배출한 원인 물질)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방안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안전하다면 왜 쓰지 못하게 하는 걸까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 산업과 방사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명분 하에 2011년 공식출범했습니다. 원자로의 안전문제와, 폐기물 처리문제, 생활방사선 등 문제를 규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입니다. 원안위의 목표는 하나입니다. 국민과 원자력 작업종사자들의 피폭선량을 최대한 줄이는 쪽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대진 침대 라돈 검출원안위는 오늘 해당 침대에서 어느 정도 방사선이 나오는지 발표했을 뿐 위해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습니다. 해당 침대에서 방사능이 나온다는 건 이미 다들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직접 라돈측정기를 들고 집안 가구를 조사하시는 분들까지 생겼습니다. 그럼에도 침대를 써도 되는 것인지 원안위는 '판단'은 커녕 '권고'조차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원안위가 왜 필요할까요? 단순한 방사능 측정은 다른 기관들이 해오던 것들입니다. 굳이 국무총리 산하에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따로 두어서 생활방사선과 원자력의 감시 역할을 맡겨야 하는 건지 필요성에 의구심마저 듭니다. 침대의 위해성조차 판단 못 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게 우리는 원자로의 안전성과 핵실험 폐기물의 감시를 맡기고 있습니다.
 
● 원안위 "하나로 원자로는 안전" 재가동 6일만에 수동정지

원안위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가동되고 있는 원자로가 안전한지 점검하고, 안전한 원자로들의 운영을 승인하는 일입니다.

대전에는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 원자로가 있습니다. 하나로는 2014년 7월 전력계통이상으로 가동이 중단되었고, 2015년에는 지붕구조물이 내진설계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등 문제가 잇따른 원자로입니다. 2015년부터 2017년 11월까지 2년 넘는 시간 동안 하나로 원자로의 안전점검을 시행했습니다. 원안위는 점검결과 하나로 원자로의 안전관련 구조물, 계통, 설비 등 49개 항목의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결국 2017년 12월 5일 하나로 원자로는 원안위의 승인을 받아 재가동이 됩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큰 반발이 있었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원자로를 다시 가동시킨다고 하니,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불안한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재가동한지 고작 5일 만에 원자로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원자로 수조수 상단에는 방사성핵종이 상승하지 못하도록 1.2m 깊이의 따뜻한 물(45℃ 이상)이 존재하도록 유지해야 하는데, 따뜻한 물이 고작 0.5m 깊이로밖에 형성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원자로의 정상가동이 불가능해진 겁니다. 결국 재가동한 지 6일만에 원자로를 '수동정지' 시킵니다.

주민들의 반대를 무시하며까지 원안위는 하나로의 '안전성'을 담보했습니다. 그런데 기본적인 원자로 안전성 감시조차 실패했습니다. 원자로가 잘 관리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이게 불과 6개월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 폐기물 감시도 엉망

원안위는 원자력 관련 시설의 폐기물들이 잘 처리되고 있는지 감시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또 수면으로 드러난 문제가 있습니다. 서울 공릉동에는 원자로와, 대전에 있는 핵연료개발시설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들의 일부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입니다. 시가 1억 2천만 원 상당의 순금 부품을 누군가 가져갔고, 34톤에 달하는 납덩이의 행방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구리전선 5톤은 협력업체 직원들이 몰래 팔아넘긴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금전적 가치는 없지만, 원자로의 폐 냉각수를 담아둔 드럼통 2개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원자력 관련시설 폐기물들이 곳곳으로 빠져나가고 있던 겁니다.
 
하지만 원안위는 올해 1월 이런 제보를 받고도 아직까지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지 못했습니다. 폐기물이 어디로 갔는지, 누가 가져갔는지 4달 넘게 파악을 못하는 등 조사가 지지부진하고 있음에도, 경찰이나 검찰수사조차 공식적으로 의뢰하지 않았습니다. 자체 조사를 해서 어떻게든 진상을 파악하려 하는 것이겠지만 무능력했던 겁니다. 이번 주에 언론보도가 나오고 나서야 검찰 수사의뢰도 고려하겠다며 조사에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물론 4개월의 시간이 짧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위 사건은 2000년부터 2014년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원안위는 해당 기관의 방사성 무단폐기와 반출에 대해 2016년 11월에 '특별점검' 실시했었습니다. 2016년에 폐기물 문제에 관해 특별점검을 하고도 이런 내용은 몰랐다는 것입니다. 그 사이 해당기관 전직 직원들이 퇴직하면서 조사는 더욱 힘들어졌습니다.원자력안전위원회(사진=연합뉴스)● 방사능 위험성은 전 세계 누구도 몰라…원안위가 안전한 방향으로 판단내려야

원자력과 그에 따른 방사능의 위험은 전 세계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걱정입니다. 그 위험성을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분야입니다. 그래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출범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는 원자로를 안전하다며 허가해주고, 원자력 폐기물이 어디로 갔는지 파악도 안되고, 가장 기본적인 감시 임무 수행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라돈침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말했든 방사능 측정은 누구나, 어떤 기관이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를 보고 소비자와 국민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원안위가 답을 주어야 합니다. 안전해서 사용에 문제가 없는 것인지,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지 '권고'라도 해야합니다. 원안위는 그 일을 하라고 만든 기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