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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소년범 재판, 日 1시간 vs 韓 3분"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8년 5월 7일 (월)
■ 대담 :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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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호통 판사 천종호의 변명> 소년들의 최후 진술
- 소년범 중 생계형 범죄가 95%…중범죄는 5%뿐
- 청소년회복센터, 부모 보호 없는 아이들 보살피는 곳
- 소년범 재판, 하루 6시간 100명…한 아이당 3분 꼴
- 소년원 한 끼 식사비용 1,640원…국가 지원 빈약
-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피해자, 어버이날 만나기로 해



▷ 김성준/진행자:

지난 주말 어린이날 맞이해서 자녀들과 나들이 나가셨던 분들 많겠죠. 아이들 얼마나 좋았을까요. 반면에 최근 이 아이들, 청소년들 사이에서 강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소년법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국민 청원에 30만 명 가까이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 탓만 할 수는 당연히 없는 것이고요. 과연 이 소중한 아이들, 뭐가 부족한 걸까요? 지난 8년간 소년재판을 전담하면서 호통 판사, 소년범의 대부. 이런 별명을 얻은 분입니다.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연결해서 말씀 좀 나눠보겠습니다. 판사님 안녕하십니까.

▶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예. 안녕하십니까. 천종호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최근에 책을 또 쓰셨더라고요. 제목이 ‘호통 판사 천종호의 변명’이던데. 왜 변명입니까?

▶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제목은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따왔고요. 그 변명은 엄격하게 해석하면 변론입니다. 소크라테스가 재판을 받으면서 최후진술을 한 내용이 소크라테스의 변명인데요. 소크라테스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 변론한 겁니다. 그런데 비행청소년들은 스스로 자기 자신의 실상을 알리고 국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입장이 안 됩니다. 그래서 제가 그들을 대신해서 그들의 실상을 알려주고 국민들에게 호소하기 위해서 변명이라고 이름을 지어봤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 변명에 대해서 오늘(7일) 말씀을 쭉 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우선 책 내용이 어떤지, 주로 어떤 변명이 있는지 소개 좀 해주십시오.

▶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예. 기본적으로 매년 7만 명 정도의 소년범이 발생합니다. 그 중 5%가 중범죄에 해당하는데요. 나머지 95%는 생계형 범죄고 가벼운 범죄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 95%를 보시는 것이 아니고 5%를 보시고 엄벌하라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뉴스에 나오는 게 5%니까요.

▶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예. 그런데 저희들 입장에서는 95% 중에서 건져내야 할 아이들이, 건져낼 수 있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렇게 건져내기 위해서는 그들의 실상을 먼저 알고 왜 여기에까지 이르게 됐는가를 분석해주셔야 되는데. 그에 대한 분석은 전혀 없이 엄벌주의를 외치다 보니까 5% 아닌 나머지 95% 아이들도 함께 묻혀서 아무런 도움 없이 절망하고 좌절에 빠지는 것을 보고, 이 아이들이라도 살려야 되겠다는 입장에서 그들의 실상을 대변해주고 싶어서 책을 썼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어떻게 보면 지금 말씀 들어보니까 그 책의 내용을 실천하는 일환으로 이번 책도 인세를 청소년회복센터에 전액 기부하신다고 들었는데. 청소년회복센터, 이 이름이 좀 생소한데 어떤 곳입니까?

▶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중범죄 저지른 아이들은 교도소, 소년원, 그 다음에 격리 시설에 들어갑니다. 나머지 95% 아이들은 우리와 함께 있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그 중에서 보호자의 보호력이 없는 아이들, 보육원 출신 아이들. 이런 아이들에 대해서 비행청소년이라는 낙인을 찍어서 아무런 보살핌을 주지 않으면 그 아이들은 또 재범을 하게 됩니다. 재범을 하게 되면 결국 또 3범, 4범이 되어서 중한 범죄를 저지르고 범죄자의 길로 갈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그런 아이들, 사회에 나와 있는 아이들 중 부모의 보호력이 없는 아이들. 부모를 대신해서 24시간, 365일 대안 가정을 이뤄서 보살피는 곳이 청소년회복센터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렇군요. 판사님이 소년 재판을 맡으신 동안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재판하셨습니까?

▶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만 8년 소년 재판을 했고요. 대충 12,000명 정도로 추산할 수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이 소년 재판이라는 게 전에도 그런 지적을 하신 것을 제가 읽어본 기억이 있는데. 우리나라 소년 재판이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는데요. 어떤 문제점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기본적으로 제가 교토가정재판소에 갔을 때 한 아이당 할애되는 시간이 한 시간이더라고요. 한 시간 동안 아이의 얘기를 충분히 듣고 부모의 얘기, 교사의 얘기, 조사관들의 얘기를 듣고 거기에 맞는 처분을 내리는데요. 2010년도 제가 창원에 갔을 때는 하루 6시간에 평균 100여 명 정도 되는 아이들의 재판을 해야 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러면 이게 한 아이당 몇 분입니까?

▶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대충 나눠보니까 3분이더라고요.

▷ 김성준/진행자:

3분이면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부르고 나면 1분이 지나고 날 텐데.

▶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그래서 아이들은 99% 자백을 하기 때문에 범죄 사실 가지고는 크게 다투지 않는데. 아이들에게 충분히 이야기할 시간을 주지 못하고, 그런 면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이것도 인력과 자원의 문제입니까? 왜 이렇게 소년 재판이 후진적으로 운영됩니까?

▶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소년 재판. 지금 전국에 판사님들이 3천 명이 넘으시는데요. 30명 정도가 소년 재판에 임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2010년도에 비해 올해는 조금 사정이 낫습니다. 저출산으로 인해서 사건 수가 확 줄어버렸거든요.

▷ 김성준/진행자:

그렇습니까? 그것도 참 저출산의 영향이 여기까지도 오네.

▶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부산가정법원의 경우에는 약 40%가 줄었습니다. 그런 재판적인 문제도 있고요. 재판 외적인 문제로 소년원 문제라든지, 아까 말씀드린 청소년회복센터 같은 것들. 그런 것에 대해서 국가의 지원이 너무나 빈약합니다. 예를 들어서 소년원의 한 끼 식사 비용이 1,650원이거든요. 중학생 급식 비용이 4,500원에서 4,000원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 덩치 크고 전국에서 가장 힘이 센 아이들이 모여있는데 1,650원이라는 이 금액만으로 아이들이 하루를 지내야 한다는 게 안타까운 일이죠.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많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판사님은 이른바 호통 판사로 유명하신데. 이제까지 호통을 쳐서 효과를 보셨다고 생각하십니까? 아이들이 호통을 받고 나서 많은 변화를 보이던가요?

▶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법정에서는 아이들이 체통을 지켜야 할 판사가 자기 앞에서 어떻게 저리 심하게 호통을 치는지에 대해 깜짝 놀라고. 순간적으로는 무언가 느꼈을 건데요. 그 뒤에 우리 국가와 사회가 아이들을 보살펴주고 그 마음을 지속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셔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바깥에 나가서 어떻게 마음이 바뀔지는 잘 모르고요. 어쨌든 법정에서는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보는 것 같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호통뿐만이 아니라 지난해 얘기죠,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피해 학생이 판사님께 보낸 편지도 아마 화제가 됐었는데. 그 때 너 내 딸 해라, 이렇게 말씀하셨다는 것 아니에요?

▶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예. 여중생 폭행 사건의 피해자 아이도 사실은 학교에서 장기 결석을 하고 있었고요. 약간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도 자기가 가출하고 있는 동안 비행을 저질러서 자기 문제로 재판을 받게 됐거든요. 왔는데 학교에 돌아가야만 이 아이가 그 비행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제가 학교에 돌아갈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판사님과 사진 찍자. 그러면서 학교에 돌아갔을 때 누가 뭐라고 하거든, 네가 판사님과 사진 찍었다고 보여주고 판사님 딸 하자고 했다. 학교 가서 잘 적응하고 다시는 가출하지 말고, 결석하지 말고, 잘 학교를 마치고 꿈을 키우라고. 그러자 아이가 저에게 편지를 보내왔고요. 내일 어버이날이라고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래요? 내일이요?

▶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예.

▷ 김성준/진행자:

아이고, 잘 하셨네.

▶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사무실로 찾아온다고 해서 밥 사줄 준비하고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밥도 사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셔야죠. 참 다행입니다만. 어쨌든 지금 말씀하신 것을 쭉 정리해서 들어보면 아무리 청소년 강력범죄가 늘어도 소년법을 없애고, 성인처럼 처벌해야 한다. 이런 것은 절대 반대이신 것 아니에요.

▶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예. 소년법을 폐지하는 전제는요. 소년법은 형법의 부하법이기 때문에 형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문제가 커집니다. 많은 말씀을 드릴 수는 없지만요. 예를 들어서 소년법을 폐지하게 되면 14세 이상의 아이들에 대해서 사형과 무기징역 형을 선고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그 아이들에게 공직선거법상의 참정권이나 선거권을 줘야 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아예 문제가 있는 것이로군요.

▶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예. 공직선거법과 민법, 청소년보호법 모든 법체계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폐지는 좀 어려운 것 같고요. 강력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에 대해서는 저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알겠습니다. 저희가 말씀을 더 들어야 하는데 벌써 시간이 다 돼서. 다음 기회에 한 번 더 이와 관련해 깊은 말씀을 들을 기회를 주시면 좋겠고. 내일 어버이날 그 아이 정말 잘 챙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그렇게 하겠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네.

▷ 김성준/진행자:

지금까지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의 말씀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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