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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자택 공사 작업자 "이명희, 폭언에 정상적 대화 힘들어…조양호가 말리기도"

[취재파일] 자택 공사 작업자 "이명희, 폭언에 정상적 대화 힘들어…조양호가 말리기도"

당시 조 회장 자택 공사 작업자, "5년간 갖고 있던 녹취파일…속이 후련하다"

이현영 기자

작성 2018.05.05 09:05 수정 2018.05.05 16:3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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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자택 공사 작업자 "이명희, 폭언에 정상적 대화 힘들어…조양호가 말리기도"
지난 2013년 여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자택 리모델링 공사에 참여했던 작업자가 직접 녹음한 음성파일에는 한 여성이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하는 것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욕설을 해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계속해서 고함을 지르고, 나가라는 말을 반복합니다.

"세트로 다 잘라버려야 해! 나가! 아우 저 거지 같은 놈, 이 XX야. 저 XX놈의 개XX, 나가! 나가! 나가! 야 야!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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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조 회장의 자택 리모델링 공사에 참여했던 A 씨는 이 녹취파일의 주인공이 조 회장의 부인, 일우재단 이사장 이명희 씨라고 주장합니다.

●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대할 수 있나"…녹취파일 제보

A 씨는 공사 기간 거의 매일 아침 조 회장의 부인이자 조현민, 조현아 삼남매의 어머니인 이명희 씨를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씨가 아침마다 자택 공사 현장에 와서 공사 진행 상황을 하나하나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때마다 이 씨가 일삼는 폭언과 욕설 탓에 이 씨가 지나가는 동선은 피해야 한다는 작업자들 사이 모종의 규칙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그날 그날 이명희 씨의 자택 내 예상 동선에 따라 공사 작업자들이 이 씨의 눈에 띄지 않게끔 숨을 수 있게 돕기도 했다는 겁니다.

"(이명희 씨가) 어떤 공정에 대해 미리 직원들한테 얘기를 해 놓으면 그 공정 이외의 사람들은 사모님이 다니는 동선에 눈에 띄지 않도록 (대한항공) 직원들이 다 와 가지고 막 저쪽으로 가라고... 내려가라고 하기도 하고 올라가라 하기도 하고 계속 그 동선에 안 보이게끔 다 사람들을 비키게 해요."

A 씨는 작업자들이 이명희 씨에게 보고 등을 해야 해 이 씨의 '동선'을 피하지 못하는 날엔 폭언과 욕설의 대상이 됐다고 말합니다. 2013년 여름, A 씨가 휴대전화 녹음 버튼을 누른 것도 이씨가 또 다른 작업자에게 욕설을 퍼부은 날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대할 수 있나.. 대한항공 사모가 이런 사람이었어?' 그런 마음에 녹음을 한 거죠."

그렇게 5년 뒤 A 씨는 해당 녹취 파일을 SBS에 제보했습니다.

● "이명희, 정상적인 대화 불가능…조 회장이 말리기도"

A 씨는 이명희 씨가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막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고. 사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옆에 있어도 잘 모르겠거든요. 그냥 막 소리를 지른다 막 이런 느낌만 있지 옆에서 들어도 너무 소리를 지르고 그래서 무슨 얘긴지…. 발음이 세게 나오니까 '욕을 하는구나' 하는 것만 좀 알아듣는 거죠. 정상적인 대화가 유지가 안됩니다 "
(사진=연합뉴스)
현장 작업자들은 이 씨가 매일 같이 일삼는 폭언과 욕설에 노출돼야 했지만, 정작 이들은 본인이 왜 폭언과 욕설을 들어야 하는지도 몰랐다고 합니다. 무작정 소리치고 욕설을 내뱉는 이 씨의 앞에 공사 작업자들은 그냥 고개를 푹 숙인 채 욕설을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이 씨의 폭언이 너무 심할 때는 옆에서 보고 있던 조양호 회장까지 '적당히 하라'고 자제시키기도 했다고 A 씨는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 '이명희 동영상'에 추가 녹취파일까지…경찰, 이명희 수사 본격화

지난달 23일엔 이명희 씨로 추정되는 여성이 공사 현장에서 한 공사 관계자를 질책하고 폭력까지 행사하는 영상이 공개돼 파장이 일었습니다. 영상 속 여성이 이명희 씨라는 주장에 따라 경찰은 즉각 이명희 씨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습니다. 경찰은 이명희 씨에 대한 피해자의 처벌 의사를 확인해 이 씨를 직접 불러 조사할 계획입니다.

A 씨도 지난 2013년 이 이사장이 대한항공 직원에 폭행을 시도한 정황이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대한항공 직원을 무릎 꿇리고 사모님이 그 앞에 앉더라고요. 어떻게 된 거냐고 소리 지르다 갑자기 따귀를 확 때렸는데, 직원이 무릎 꿇은 상태에서 고개를 뒤로 해서 피했어요. 그랬더니 더 화가 나서 막 소리를 지르면서 무릎 꿇은 무릎을 걷어찼는데 그것도 어떻게 피했죠."

대한항공 측에 이명희 추정 음성 파일과 함께 해당 내용에 대해 사실 확인을 요구했지만, 대한항공 측은 "회사 밖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사실 여부에 대한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일명 '이명희 동영상'에 이어 지난달 24일엔 SBS가 이명희 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추가 녹취파일을 공개했습니다.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욕설을 퍼붓는 음성이 그대로 공개되며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XX놈의 개XX'라는 욕설. 그 일주일 전 A 씨의 제보로 SBS가 보도했던 이명희 추정 녹취파일과 유사한 음성입니다. 대한항공 측은 역시나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 "괴로운 현장"…'혹시나' 해 보관했던 녹취파일

A 씨는 2013년 당시를 톺아보며 조 회장의 자택 공사현장은 한 마디로 '괴로운 현장'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굉장히 괴로운 현장이었죠. 폭발했다가 또 다른 사람 만나면 또 어김없이 폭발하고…. 굉장히 억압돼 있고 강압적인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직원들도 굉장히 꺼리는 현장이었죠."

매일 괴로운 현장을 버텨야 했던 A 씨는 방송이 나간 뒤 "혹시나 쓸 일이 있을까 해 5년 동안 녹취 파일을 보관해뒀는데, 이렇게 활용하게 돼 속이 후련하다"고 말하며 인사를 전해왔습니다. A 씨뿐 아니라 이처럼 조 회장 일가의 '갑질'에 몸서리치던 순간을 기록해둔 이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조 회장 일가의 갑질을 제보하는 SNS 대화방엔 이천 명 가까이 모였고 '조양호 일가 퇴진 촉구 촛불집회'를 위한 새로운 SNS대화방까지 생겼습니다. 조 회장 일가에 대한 경찰, 관세청, 공정위와 국세청 등의 전방위 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이번에는 내부에서 시작된 '변화의 바람' 또한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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