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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저널리스트] "삼성 덕에 올림픽 유치한 거 아니냐"…취재진은 왜 '불편한 진실' 보도했나

송욱 기자 songxu@sbs.co.kr

작성 2018.04.15 08:58 수정 2018.04.15 09:3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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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뉴스가 '더 저널리스트(THE JOURNALIST)' 시리즈로 시청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번 순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있었던 삼성의 불법로비 의혹을 취재하고 있는 SBS 정치부의 전병남 기자와 이한석 기자입니다. <편집자 주>

■ '특별사면과 평창 올림픽, 삼성의 은밀한 뒷거래' 최초 보도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삼성에 근무했던 황성수 전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도 정유라에 대한 말 로비 실무작업을 했던 사람인데요.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특검이 압수수색을 통해 굉장히 많은 자료를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그중에 상당수를 입수했고 자료를 분석하다 보니까 2010년 2월부터 12월까지 황성수 전무가 주고받은 이메일이 있었습니다.

이메일에는 황성수 전무가 삼성 관계자들과 주고받은 내용, 그리고 아프리카 세네갈에 있는 라민 디악이라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아들인 파파 디악과 주고받은 이야기가 담겨있었는데요. 내용을 보면 굉장히 구체적인 언급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서 추가로 보도할 내용이 있을까 싶어서 자료를 찾기 시작했는데요.

실제로는 국정농단과 상관없는 '삼성', 'IOC', '평창 올림픽', '로비', '돈' 이런 내용들이 적힌 이메일 나온 겁니다. 이메일을 추려보니까 139건이나 됐습니다. 그래서 그 이메일을 시간 순서대로 배열해 보니 하나의 얼개, 삼성이 평창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서 IOC 위원들에게 로비를 했던 구체적인 정황들이 드러나게 된 겁니다.

■ SBS 8뉴스에서 3일 동안 리포트 20개를 쏟아냈습니다. 이번 보도 내용 간략하게 정리해주시죠.

애초에 기획하면서 그렸던 구조는 크게 세 줄기였습니다. 아프리카 로비스트인 파파 디악과 삼성이 접촉을 해서 27명의 IOC 위원 이름이 담긴 로비 리스트가 전달됐습니다. 그 로비 리스트 실체를 찾아봤더니, 2011년 올림픽 선정지 투표에서 평창을 지지할 수 있는 IOC 위원 중 본인이 확보 가능한 명단을 적어서 보낸 겁니다.

그 명단을 준 대가로 파파 디악은 삼성 측에 거액을 요구했습니다. 파파 디악의 요구 내용과 양측 간에 협상 내용, 그리고 실제로 그대로 삼성과 파파 디악의 계약이 이뤄졌는데요. 겉으로 봤을 때는 정상적인 후원 계약의 형태를 띤 로비 자금이 건네졌다는 내용을 보도한 게 첫날 보도였습니다.

둘째 날에는 첫날 보도의 연장 선상에서 파파 디악과 삼성이 맺은 계약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본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계약들 중에 삼성 측이 "정상적인 스포츠 후원이었다"라고 해명한 것들이 있는데요. 정상적인 스포츠 후원의 형태를 띤 계약도 있었지만, '정치자금을 달라', '2011년에 평창이 올림픽 유치 지역으로 선정되면 그에 따른 성공보수를 달라' 이런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삼성 관계자들끼리 주고받은 이메일에는 '로비',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 '회장님이 드러나지 않게', '그룹이 드러나지 않게' 이런 표현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를 감추기 위해 그리고 일련의 과정을 기획하고 주도한 삼성의 내부 조직인 V11에 대해 마지막 날 보도했는데요. V11을 총괄한 사람이 오너 일가인 김재열 현 제일기획 사장, 당시 제일모직 전무였다는 사실과 실명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IOC 위원 일부가 글로벌 기업인 삼성 측에 어떤 식으로 금품을 요구했는지, 어떤 식으로 청탁했는지 등 구체적인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 IOC까지 연관돼 있어서 취재 과정도 복잡했을 거 같은데요.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일단 취재 대상은 IOC 전체 위원이 아니었습니다. IOC 위원 정원은 115명인데 삼성 내부 관계자들의 이메일에 일부 IOC 위원들의 실명이 나와 있었습니다. 디악 리스트에 있었던 27명을 포함해 '△△ 지역에 ○○○'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이름들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취재 대상을 좁힐 수 있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IOC라는 조직이 전 세계적으로 VIP들이 모인 광범위한 조직이다 보니, 쉽게 접촉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취재에 물리적인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그래도 의혹을 제기했던 디악 리스트에 등장하는 27명의 IOC 위원들에게 모두 연락을 취했습니다. 이메일에 등장하는 IOC 위원들을 찾기 위해 취재진이 직접 유럽과 아프리카에 갔고 그중에 두 명을 인터뷰할 수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사망한 사람도 있고 이메일 혹은 전화에 응답하지 않거나, "인터뷰하지 않겠다"라고 밝힌 IOC 위원들도 있었습니다.

■ 일각에서는 "결국 삼성의 행위가 국익에 도움 된 거 아니냐"라는 반응도 나옵니다. 어떻게 생각 하나요?

취재진도 평창 올림픽을 열심히 봤고 대한민국 선수가 금메달을 딸 때 환호했습니다. 보도하기 전에도 수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이 사안을 보도할 수밖에 없었던, 보도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특별사면을 받습니다. 사면 이후, 평창 올림픽 유치에 발 벗고 나섰고 유치에 성공했죠.

이명박 정부에서 올림픽은 국가사업이자 숙원사업이었습니다. 실제로 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뒤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올랐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숙원사업이라고 해서 정부 자금을 사용해 이룰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의 자금력, 즉 금고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금고처럼 이용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또 삼성 측은 로비 자금으로 올림픽을 유치해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그 대가로 특별사면이라는 일반인들은 쉽게 얻을 수 없는 초법적인 혜택을 받았다고 의심할 수 있는 거죠.

이 같은 정부와 권력, 기업 간의 긴밀한 공생관계가 비단 이명박 정부 만의 일은 아닐 겁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도 구조는 거의 비슷합니다. 최순실 씨에게 말 로비를 하고 그 대가로 삼성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았다는 게 특검의 주장이잖아요. 이런 식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교묘하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권력과 자본 간의 공생관계, 즉 정경유착이 있는 거죠.

정부가 계속 자본에 신세를 지고 이런 정경유착이 공고한 그들만의 세계에서 반복된다면, 앞으로 정부가 기업에 말을 제대로 하는 게 가능할까요? 결국, 거기서 오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과 시민들에게 돌아오지 않겠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악순환 되는 고리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꼈고 '이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으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취재진이 보도할 때 '불편한 진실'이라고 이야기했던 겁니다.

■ "왜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야 보도를 하냐"라는 질문도 많은데요. 지금 보도를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기자들은 수없이 많은 취재를 합니다. 하지만 취재했다고 해서 다 기사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취재해서 기사로 내보내려면 팩트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게 '명분'입니다. 물론 IOC 위원들이 해외에 있었기 때문에 취재 과정에 넉 달 가까이 걸리는 등 물리적인 시간이 길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취재를 하면서 보도의 가치가 있다는 결론 내리기 위해 파악해야 했던 지점이 있습니다. 삼성의 행동이 국익을 위한 것이었느냐, 아니면 삼성만의 사익을 위한 것이었느냐를 입증하는 게 가장 중요했거든요. 그 사익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과정, 그 취재에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렸습니다.

■ 이번 보도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진 못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아쉬움도 남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애초에 보도했을 때, 국내 언론이 추종 보도를 한다든지 같이 이슈에 뛰어들어서 취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솔직히 하지 않았습니다. 현실적인 부분도 있고 이 보도에 대한 부담감, 불편하지만 진실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다른 국내 언론이 '우리가 선점한 것도 아닌 것을 굳이 따라 보도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생각할 거라고 저도 판단했습니다.

포털 사이트의 메인에 걸리지 않았고 국내 언론이 추종 보도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회적 의미가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외신들이 이번 보도에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고 실제 유력 일간지들도 추종 보도를 실었거든요. 또 IOC나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취재하는 매체에서 "만나고 싶다", "내용을 좀 알고 싶다", "인터뷰하고 싶다"는 연락도 받았습니다. 이런 면을 고려했을 때, 눈앞에 보이는 반향이 없더라도 의미 있는 기사를 보도했다고 생각합니다.

■ SBS가 잇따라 삼성과 관련된 심층 취재를 이어가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관련 자료를 최초로 입수한 시점이 지난해 말입니다. 그러니까 최근 SBS의 보도로 큰 이슈가 됐던 삼성 관련 다른 내용과 비교하더라도 '삼성을 의식해 기사를 썼다'라는 지적은 조금 부적절할 거 같고요. 취재한 내용이 있고 그 내용이 확인된 상황에서 충분히 기사로 보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보도한 것일 뿐이지, 삼성이라서 집중적으로 취재해 리포트를 만든 것은 전혀 아닙니다.

통상적으로 지상파 방송에서 한 가지 주제의 기사를 3~4일간 10여 분 이상의 분량으로 집중 보도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래서 예상치 못했던 오해가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권력이 자본에 신세를 지고, 그 신세를 받았다는 이유로 정부에게 초법적인 특혜를 요구하는 그들만의 뒷거래. 이런 것들이 올림픽 유치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올림픽 유치는 국민적인 영광이 맞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좋다고 해서 그 부도덕한 과정까지 용인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할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전병남 기자 / SBS 정치부
전병남기자3일 동안 8시 뉴스를 통해 준비했던 내용을 1차적으로 보도했는데요. 사실 아직 내용이 좀 더 남아있고 취재진이 지켜보고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추가적인 내용을 보도할 수 있는 시점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는데요. IOC 측에서 진상 조사에 나서면 추가 보도를 해야 하는 상황도 생길 겁니다. 그리고 이외에도 시청자분들께 그리고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판단이 생기면 보도를 더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 이한석 기자 / SBS 정치부
이한석 기자삼성이라고 해서, 또는 삼성이 아니라고 해서 SBS 취재진들이 보도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항상 취재에 나설 수 있고, 취재를 위해 마음을 열어놓고 있거든요. 시청자분들께 언제든지 SBS로 무한한 제보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기획 : 송욱 / 구성 : 안준석, 장아람 / 촬영 : 주범, 정상보 / 편집 : 이홍명, 김보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