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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다 널 좋아해서 그런 거야"…데이트 폭력,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리포트+] "다 널 좋아해서 그런 거야"…데이트 폭력,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드라마에서 한 남성이 여성을 벽에 강하게 밀치거나, 싫다는 데도 손목을 세게 잡아끄는 장면 종종 보셨을 텐데요. 흔히 '상남자', '박력남'이라고 불리는 이런 행동이 데이트 폭력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데이트 폭력
또 폭행 등의 신체적 폭력이 아닌 욕설과 고함도 상대가 원치 않으면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여성이 남성에게 이 같은 행동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016년에는 30대 남성이 혼인신고를 거부한 여자친구의 손가락을 흉기로 자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는데요. 데이트 폭력, 도대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일까요?

오늘 리포트+에서는 데이트 폭력의 실태를 짚어보고, 올바른 대처법은 무엇인지 정리해봤습니다.

■ "미안해, 다 좋아해서 그런 거야"…데이트 폭력으로 매년 46명 사망

경찰청이 발표한 '연도별 연인 간 폭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5년 사이 적발된 데이트 폭력 건수는 평균 7,296건으로 집계됐습니다. 게다가 5년간 목숨을 잃은 피해자도 233명에 달했습니다. 매년 46명이 데이트 폭력으로 숨진 셈입니다.

최근 발생한 부산 데이트 폭력 사건도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부산에 사는 여대생 A 씨는 지난 3월 22일 자신의 SNS에 남자친구 B 씨로부터 데이트 폭력을 당한 장면을 담은 CCTV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얼굴 곳곳에 멍이든 사진과 함께 공개한 영상에는 A 씨가 옷이 벗겨진 채로 엘리베이터 앞에서 B 씨에게 끌려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픽
문자 그래픽+폭행당한 자료 사진
○○아, 도와줄 거지? 잘 말해줄 거지?
아픈 거 빨리 낫고, 다른 남자 만나지 마라 ㅡㅡ
미안해 공주야
- 부산 데이트 폭력 사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 中 //
A 씨는 자신의 SNS에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하자 그가 3월 21일 오후 집으로 찾아와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당시 상황을 목격한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B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는데요. B 씨는 체포된 뒤에도 A 씨에게 문자를 보내 '이건 너무 심하다', '잘 말해달라', '다른 남자 만나지 마라'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때리는 것만 폭력은 아니다…매일 휴대전화 검사하는 것도 '데이트 폭력'

부산 데이트 폭력 사례처럼 신체적 폭력으로 상해를 입는 경우도 있지만 또 다른 고통에 시달리는 피해자들도 있습니다. 데이트 폭력은 언어적·정서적·경제적·성적·신체적 폭력을 통틀어 일컫는 말입니다. 데이트 관계의 범위도 좁게는 현재 연애 중인 사이부터 넓게는 과거에 사귀었던 사이, 또는 호감을 갖고 있는 상태도 포함됩니다.

2016년 한국여성의전화가 실시한 데이트 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통제'로 인한 데이트 폭력이 62.6%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데이트 폭력에서 통제란, 누구와 함께 있는지 항상 확인하거나 휴대전화 등을 자주 검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어 성적 폭력이 48.8%로 그 뒤를 이었고 언어적·정서적·경제적 데이트 폭력도 45.9%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실태조사
■ "내가 잘하면 나아질 거야"라는 생각…'폭력의 늪'으로 빠지는 길

데이트 폭력은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증거 수집이 어렵고, '내가 잘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좋아하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신고를 미루는 피해자가 많습니다. 실제로 데이트 폭력을 경험하고 '도움을 요청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평균 36.9%만이 '도움을 요청했다'고 답했습니다. 나머지 63.1%는 언어적, 신체적, 성적 폭력을 당하고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겁니다.

서울시가 한국여성의전화와 공동 제작한 '데이트 폭력 대응을 위한 안내서'에도 이런 문제는 여실히 드러납니다. 이 안내서에는 싸우다 뺨을 맞았는데 상대가 울면서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빌어 용서해줬지만, 다시 폭력을 가한 상황이나 "만나주지 않으면 죽겠다"고 윽박지르는 탓에 만남을 이어가는 상황 등이 소개돼 있습니다. 또 술만 마시면 욕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는데 평소에는 다정해 헤어지지 못하겠다는 사례도 등장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례 모두 데이트 폭력에 해당하므로 상대와 관계를 계속 이어갈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만약 혼자서 해결하는 것이 두렵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가족이나 지인, 상담소를 적극 활용하라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그래픽
데이트 폭력, 이럴 때는 의심해보세요
자가진단표 + 상담소 전화번호
출처: 데이트 폭력 대응을 위한 안내서 (서울시·한국여성의전화·한국성폭력상담소 등 공동 제작) /
도움 요청 번호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안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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