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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판다] 삼성 경영권 승계 때마다 요동친 에버랜드 땅값 (풀영상)

정명원 기자 cooldude@sbs.co.kr

작성 2018.03.21 11:18 수정 2018.03.21 11:2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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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땅값①] 뚝 떨어졌다 껑충 뛰었다가…에버랜드의 '수상한 땅값'

<앵커>

지금부터 저희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이재용 부회장은 2심에서 집행 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재판부가 그렇게 판단한 결정적인 근거 가운데 하나는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승계 작업 자체가 없었으니까 권력자에게 청탁할 이유도 없었다는 논리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을 남겨둔 상황에서 SBS 탐사보도팀이 수상한 땅을 발견했습니다. 이 땅은 경기도 용인에 있습니다. 여러분 잘 아시는 에버랜드와 그 주변에 퍼져 있는데 땅을 다 합치면 여의도의 4배가 조금 넘는 어마어마한 크기입니다. 

저희가 이곳이 수상하다고 이유는 바로 땅값 때문입니다. 땅값이 뚝 떨어진 채 한동안 유지되다가 갑자기 또 이례적으로 껑충 뛰기도 합니다. 그런데 땅값이 급격하게 변하는 시기에 공교롭게도 삼성의 경영 승계 작업에 있어서 결정적인 일이 벌어집니다. 저희는 경영권 승계의 주요 길목에서 용인 땅이 어떻게 활용됐을지 한 달 넘게 면밀히 살펴봤습니다.

먼저 전체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서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땅의 윤곽을 이병희 기자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기자>

국내 제1의 테마파크 에버랜드가 위치한 경기도 용인시 포곡읍입니다. 놀이공원과 워터파크, 호암미술관 등 주요 시설을 중심으로 포곡읍의 5개 리에 걸쳐 이건희 회장과 삼성물산 소유의 땅이 넓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SBS는 이 땅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이 지역 등기부등본에 오른 실소유자들을 알아봤습니다. 그 결과 2,029필지 1천 2백48만여 ㎡, 약 3백 78만 평의 삼성 관련 토지를 찾아냈습니다.

필지별 지번을 지도에 하나하나 맞추는 이른바 매핑 작업을 거쳐 전체적인 윤곽을 그려낼 수 있었습니다.

이건희 회장 개인 소유의 토지는 565개 필지, 6백 31만 ㎡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삼성물산 법인 소유 토지는 1,386개 필지, 5백 88만 ㎡로 47.2%입니다. 나머지 2%가량은 이건희 회장이 친척 등과 공동 소유하고 있는 땅입니다.

SBS 탐사보도팀은 이 땅의 공시지가를 확인했습니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국토교통부가 조사해서 공시한 토지의 단위면적당 가격인데 각종 세금과 부담금을 부과할 때 기준으로 쓰는 객관적인 토지 가격입니다.

특이한 점은 에버랜드의 중심부 4백 15만 ㎡, 약 126만 평은 개별 필지들이 하나의 가격으로 묶여 움직였는데 지난 2014년까지 ㎡당 8만 원대의 낮은 가격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수도권의 테마파크여서 에버랜드와 자주 비교되는 서울랜드 공시지가는 같은 시기 에버랜드의 5배였고 같은 용인에 있는 한국민속촌의 땅값도 에버랜드보다 3만 원 이상 비쌌습니다.

경기도 파주의 하니랜드 공시지가는 20만 5천 원. 경기도 포천의 서운동산도 9만 원으로 에버랜드보다 더 비쌌고 그보다 더 북쪽에 있는 경기도 연천의 한탄강유원지가 에버랜드와 같은 8만 원대였습니다.

[유선종/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공시지가를 흔히들 관리한다는 표현을 써요. (땅값이) 낮은 상태가 좋은 경우가 일반적이니까 주변과 상관없이 크게 오르지 않도록 이렇게 누르고 있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죠. 기업 보유 부동산들은…]

유원지의 접근성, 인지도, 브랜드 가치 등 모든 면을 고려할 때 에버랜드의 공시지가가 너무 낮다는 지적이 그래서 줄곧 제기돼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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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땅값②] 삼성 경영권 승계 때마다 땅값 '요동'…2015년에도?

<앵커>

공시지가는 나라에서 정하는 겁니다. 그런데 유독 용인 에버랜드의 땅값이 다른 데 비해 지나치게 낮게 유지됐다는 점은 상당히 의아합니다. 이 내용 취재한 탐사보도팀 이병희 기자와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에버랜드 땅값이 낮게 유지된걸, 부동산 전문가는 '눌려져 왔다'는 표현을 쓰던데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건가요?

<기자>

저희도 그것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취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땅값이 낮게 유지된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앞선 리포트에서 같은 시기 다른 유원지들과 공시지가를 비교했는데요, 이번에는 시기별 변화를 보시겠습니다.

94년 당시 에버랜드가 있는 전대리의 표준지 공시지가는 9만 8천 원. 같은 시기에 서울랜드는 11만 5천 원, 한국민속촌은 9만 2천 원.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울랜드의 가격은 급격히 올랐고, 한국민속촌도 꾸준하게 우상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반면 에버랜드 땅값은 이렇게 폭락한 이후에 오름폭이 굉장히 낮았고 결국 다른 유원지들과 격차가 상당히 커졌습니다. 특히 최근 10여 년간 에버랜드 주변 각종 개발 호재를 감안하면 이런 가격이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낮은 공시지가가 세금 혜택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쟁점으로도 떠올랐습니다.

선대인 경제연구소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선대인/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 이런 기준가(공시지가)가 잘못 잡혀있기 때문에 사실은 국가나 지자체가 거둬들어야 하는 세수에 대해서, 원래 걷어들여야 하는 세수에 비해서 굉장히 적게 걷게되는 측면이 있는거죠.]

<앵커>

그런데 공시지가 변화 그래프를 보면, 다른 곳들과는 달리 에버랜드만 1994년에서 1995년으로 넘어간 시점에 공시지가가 크게 떨어지네요?

<기자>

저희도 땅값을 조사하면서 이상했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94년에 표준지 공시지가가 9만8천 원이었는데, 바로 이듬해인 95년에는 3만6천 원으로 폭락한 겁니다.

공시지가는 국가가 각종 세금과 부담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시세보다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폭락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죠.

<앵커>

그렇다면 1994년에서 1995년 넘어가는 시점에 삼성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가요?

<기자>

공시지가가 떨어진 뒤 바로 이듬해인 96년에 에버랜드는 전환사채를 저가로 발행해서 이재용 부회장 남매들에게 배정합니다.

시중 가격보다 약 1/10 수준의 헐값에 전환사채가 발행됐는데 이걸 주식으로 전환해서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의 디딤돌이 되는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때문에 땅값 하락이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가능한 한 싸게 발행하고 싶어했던 삼성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졌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인 김경률 회계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김경률/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 당시에는 에버랜드의 기업가치를 낮추는 게 이재용 부회장의 이해관계에 전적으로 일치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라면 그 중에 제일 핵심적인 게 토지의 가치를 낮추는 것이었을 텐데, 공시 지가를 3분의 1토막 내면 그 기업가치는 상당히 낮아지죠. 당시에 아주 지대한 역할을 했을 것 같은데요.]

<앵커>

그 이후에 공시지가가 계속해서 올라가는 형태를 보이는데, 여기 물음표를 쳐놓은 것을 보면 그 이후에 땅값이 크게 변하는 건가요?

<기자>

네, 역시 이번에도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결정적인 시점이었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게 2014년인데, 이듬해인 2015년 에버랜드 땅값이 매우 이례적인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앵커>

그 부분은 다음 리포트에서 소개해드리도록 하죠, 이병희 기자 이야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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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에버랜드 땅값③] 이례적으로 껑충 뛴 공시지가…삼성은 그대로 '수용'

<앵커>

지금까지는 에버랜드 땅값이 크게 떨어졌던 이유를 말씀드렸는데, 반대로 3년 전인 2015년에 과연 에버랜드 땅값이 갑자기 오르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당시 상황을 한세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에버랜드의 놀이시설과 워터파크가 모여 있는 중심부 땅은 2014년까지 개별 필지가 하나의 가격으로 묶여 같이 움직여 왔습니다. 각각의 필지는 국토교통부가 매년 산정하는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 삼아 개별 공시지가가 매겨집니다.

그런데 2014년 에버랜드를 대표하는 표준지는 포곡읍 가실리 148번지 한 곳뿐이었습니다. 개별 땅의 주 용도가 유원지든 임야든 아니면 잡종지든, 이 하나뿐인 표준지 가격대로 개별지의 공시지가가 매겨졌던 겁니다.

그런데 2015년 들어 매우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한 곳뿐이던 표준지가 7곳으로 늘어났고, 한 곳을 뺀 나머지 6곳의 공시지가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새 표준지들은 위치와 용도에 따라 싼 곳은 ㎡당 15·16만 원, 놀이시설 지역은 25만 원, 호암미술관 지역은 28만 원으로 제일 비싼 곳은 40만 원까지 폭등했습니다.

당시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의 평균 상승률은 4.1%. 정부청사 이전 같은 호재 덕에 세종시가 기록한 전국 최고 상승률 15.5%를 고려하면 사실상 전례가 없는 수치입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조정흔/감정평가사 : (표준지 공시지가를) 현실화를 한다고 해도, 5% 넘게 올리는 거는 사실 되게 부담스럽거든요. 그런데 이게 왜 갑자기 또 이렇게 28만 원으로 껑충 뛰었는지 이것도 잘 모르겠어요, 사실은.]

[임재만/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 (표준지 공시지가를) 올릴 이유가 없을 텐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데요. 그리고 본인(삼성)들이 올리는 게 아니라 (감정평가사가) 평가를 하는 건데, 평가가 어떻게 해서 이렇게 갑자기 2배가 될 수 있을까?]

에버랜드의 표준지 선정과 가격 산정을 담당한 감정평가사 A씨 역시 이례적인 상승이라고 말합니다. 다만, 표준지를 나눠 공시지가를 현실화했던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에버랜드 땅값이 주변 농지보다 못하다는 등 당시 오해의 소지가 많았다면서, 에버랜드의 인지도가 국내 1위라는 점을 고려해서 땅값을 평균 이상으로 상승시킨 것이며, 무리가 되더라도 한꺼번에 많이 올리는 방향성을 두고 국토교통부, 한국감정원과 협의한 결과라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A씨가 2011년~2015년까지 5년간 에버랜드의 공시지가 업무를 담당한 감정평가사였다는 점입니다.

[변선보/변호사, 감정평가사 : 표준지를 예전대로 4년에 걸쳐서 썼던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했을 텐데, 5년 차가 됐을 때 같은 분이 계속 평가를 하면서 표준지를 새로 다 바꿨다는 얘기는, 갑자기 사람 생각이 이렇게 바뀌기가 좀 어렵잖아요. 사실, 좀 독특한 특이한 경우죠.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바꿨다고 봐야겠죠.]

땅값의 현실화가 시급한 과제였다 해도, 납세자가 반발하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올리는 게 보통이라고 합니다.

[유선종/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기업이) 주가가 급등하는 것을 바라는 경우라면 가만히 있겠지만, 그게 아니고 저렇게 급등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고 민원을 제기하죠.]

삼성 측은 공시지가 확정 전 의견 제시는 했지만 공시지가가 크게 오른 뒤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수용했습니다.

감정평가사 A씨는 임야에 적용하는 표준지 가격을 2만 원대로 낮춰 산정했고 그 결과 전체 공시지가 상승은 35%였다고 2015년 당시 용인시에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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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땅값④] 하필 2015년 치솟은 땅값…제일모직 가치 높이기?

<앵커>

들으신 대로 의심스러운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이번에는 탐사보도팀에서 함께 취재한 정명원 기자 나와 있습니다.

땅값이 떨어졌을 때와 마찬가지로 땅값이 크게 오른 2015년 역시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결정적인 시점이라고 앞서 전해드렸는데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기자>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갑자기 쓰러진 뒤, 이재용 부회장이 서서히 그룹 주도권을 장악해 갔는데요, 이걸 제도적으로 완성해가는 과정이 2014년 12월 제일모직 상장과 2015년 7월, 삼성물산 합병입니다.

당시 주가로 합병비를 계산했는데, 제일모직 1주를 삼성물산 3주로 인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보다 더 기업가치가 있어야 설명이 되는 합병이었던 거죠.

<앵커>

방금 전해드린 내용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 이 과정이 용인 에버랜드 땅값하고는 무슨 관계가 있죠?

<기자>

제일모직 기업가치가 더 있어야 인정이 되잖아요, 기업가치가 더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주주들을 설득을 해서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찬성을 설득할 수 있는데, 근거가 필요했던 겁니다.

합병 당시를 보면, 자산 규모로는 삼성물산의 가치가 거꾸로 3배 더 있다는 반론이 거세게 제기됐거든요. 당시 제일모직은 합병 전 매출이 5조 원 정도로 삼성물산의 1/5도 안 됐고요, 영업이익도 아주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숨겨진 자산 가치라도 높다고 해야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 설명이 되는 거죠.

제일모직의 에버랜드 땅 가치가 사실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크다. 그러니까 빨리 주식도 좀 사고 합병도 찬성해 달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왜 공시지가가 하필 그때 급등했냐고 묻자, 한국감정원이나 감정평가사 모두 오비이락일 뿐이라고 답했습니다.

<앵커>

왜 삼성물산이 아닌 제일모직의 기업가치가 더 높아야 했죠?

<기자>

이재용 부회장이 당시 제일모직 최대주주였기 때문입니다.

제일모직 지분을 23% 가지고 있었고, 대주주 일가를 다 합치면 42%나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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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에버랜드 땅값⑤] 쏟아진 '장밋빛 보고서'…삼성 합병 여론 조성?

<기자>

반면에 삼성물산 지분은 이 부회장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제일모직 중심의 합병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부회장의 이해관계에 맞아떨어지는 일들이 계속 벌어집니다.

이 소식은 이어지는 리포트들을 보신 뒤에 다시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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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 상장을 한 달여 앞둔 2014년 11월. 한 증권사가 제일모직 기업가치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제일모직이 보유한 "용인 에버랜드 땅 229만 평 부동산 가치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앞으로 토지 용도가 변경된다면 최대 3조 2천억 원의 가치가 있다며 구체적 숫자까지 추정합니다.

보고서를 낸 애널리스트는 용도변경 허가라는 불가능한 전망을 바탕으로 최대한 높게 추정했던 거라고 말합니다.

[유안타 증권 애널리스트 A씨 : 만약에 (용도)전환을 하면 어떤 뭐가 나올 수 있을지를 한 번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기를 했던 것이고요. 이게 실질적으로 그 정도 부동산 가치가 나올 수 있는 게 아니죠. 에버랜드 헐어버릴 게 아니잖아요?]

이후 대부분 증권사가 2014년 12월 제일모직 상장 전후, 또 2015년 7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전까지, 용도 변경이 되면 에버랜드 땅 가치가 3~4조는 된다는 장밋빛 보고서를 쏟아냅니다.

제일모직이 주가를 띄우고 합병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데 도움 되는 내용입니다. 에버랜드 주변 이미 개발된 땅의 표준지 공시지가를 활용해 추산한 보고서도 제일모직 상장 즈음에 나왔습니다.

[홍순탁 회계사/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 : 최소한 인정할 수 있는 금액이 공시지가죠. 그래서 공시지가가 올라와 있으면 토지 가격 이만큼 인정해 달라고 주장을 펴는데 아주 유리합니다.]

이 증권사들은 대부분 제일모직 최대주주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에 찬성하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반대한 곳은 한 곳에 불과했습니다. 반대 보고서를 작성한 김철범 씨는 다른 증권사들의 행태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김철범/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금융기관들에게는 삼성그룹이 최대 고객입니다. 삼성 의견에 따라줘야 되는 상황에서, 에버랜드 자산 가치를 부풀려야겠습니까? 줄여야겠습니까? 어떤 방식으로든 찾아내야지만 가까스로 그 가치를 맞출까 말까인데]

제일모직의 부동산 가치를 장부가 9천 1백억 원 그대로 계산한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삼성그룹 장충기 사장이 한화그룹 사장을 통해 사퇴를 압박했고, 그룹 임원이 직접 사퇴를 거론했습니다.

[주진형/전 한화증권 사장 (2016년 12월 16일, 국정농단 청문회) : 김연배 부회장께서 직접 그날 아침에 전화를 하시더니 급하게 오셔 가지고 두 번째 보고서 나간 것 때문에 구조본에서 굉장히 기분이 격앙돼 있다. 이렇게 되면 주 사장 물러나야 될 거다.]

에버랜드 땅 가치를 부풀린 증권사들의 장밋빛 보고서, 그 뒤에는 제일모직 주가 부양과 합병 찬성 여론을 노린 삼성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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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에버랜드 땅값⑥] 테마파크 호텔 짓겠다더니…합병되자 돌연 취소

<기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비율이 발표되고 난 뒤, 2015년 6월 에버랜드 일대 개발 계획 세부안이 공시됩니다.

생태 공원과 아쿠아리움, 리조트와 호텔 단지 등을 세워 디즈니랜드처럼 숙박하며 머무는 테마파크를 만든다는 대규모 계획이었습니다.

당시 제일모직은 삼성물산이 이 개발 사업을 맡게 될 거라며 이른바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습니다.

[윤주화 당시 제일모직 사장/긴급 기업설명회(15년 7월 1일) :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빨리 합병을 해서 양사의 시너지를 통합시켜서 성장 모멘텀을 만들고 성과를 극대화 시키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삼성은 합병 여부를 결정하는 주주총회를 보름 앞둔 7월 2일, 용인시와 양해각서까지 체결했습니다.

[용인 시정뉴스(15년 7월) : 용인시와 제일모직 주식회사가 포곡읍 전대리 에버랜드 1천300만 제곱미터 부지에 대규모 관광·상업 시설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7월 17일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은 통과됐습니다. 그런데 불과 넉 달 뒤, 에버랜드는 이 테마파크 호텔 건설 계획을 돌연 연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듬해인 2016년 10월 발표된 용인시 고시입니다. 연기됐던 테마파크 호텔 부지를 매화단지로 변경한다고 돼 있습니다.

합병하면 엄청난 매출 증대가 있을 것이라고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영 악화, 호텔 공급 과잉'을 이유로 계획을 취소한 겁니다.

[용인시 공무원 : 이거 뭐 한다고 했다가 바람만 잔뜩 잡고 MOU(양해각서)도 체결하고 막 했다가 갑자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의도적으로 사기 치는 거 아니냐고. 이거를 이렇게 '금방 뒤집을 만큼 검토가 안 된 채로 한 건가?' 하는 생각은 있죠.]

합병 논란이 한창인 때 발표된 대규모 에버랜드 개발 계획의 애초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공무원도 의심스러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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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땅값⑦] 들썩인 땅값…합병 통해 강화된 '이재용 경영 지배권'

<앵커>

용인 에버랜드 땅 공시지가가 상당히 이례적으로 급등하고 증권사들은 에버랜드 땅의 가치를 부풀린 보고서들을 쏟아냈습니다. 또 테마파크 호텔 계획은 합병 직전 발표됐다가 합병 이후 돌연 취소됐습니다. 이게 모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전후해서 있었던 일들입니다.

정명원 기자와 다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근본적인 질문이 될 것 같은데, 제일모직 중심으로 합병이 추진되면서 삼성의 경영 지배권이 어떻게 됐는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용어가 어려워 보이기는 하지만 간단합니다. 사실 당시 삼성 총수 일가의 고민은 삼성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삼성전자 지분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이건희, 이재용의 삼성전자 지분을 다 합쳐도 4%가 안 됩니다.

삼성전자 지배력 확보는 경영권 승계의 핵심인데요, 이걸 보시면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을, 삼성생명이 다시 삼성전자를 지배하잖아요? 그런데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당시 4% 이상 보유했습니다.

합병으로 이 지분을 사실상 확보한 것이죠.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으로 그룹의 양대 핵심 회사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안정적 지분으로 지배하게 됐습니다.

<앵커>

이재용 부회장은 합병 전 삼성물산 주식은 한 주도 없었다고 했는데,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은 어느 정도 갖게 됐나요?

<기자>

이재용 부회장은 16%로 통합 삼성물산 최대주주입니다.

일가 지분을 다 합치면 40% 정도인데요, 합병 전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만 7조 원이 넘는데, 이 부회장 개인 재산 규모와 거의 비슷한 이 지분을 합병으로 얻은 거죠.

삼성 측은 지가 산정은 정부가 하는 일이라서 자신들과 무관하고 합병 때 회사 자산 가치를 의도적으로 올릴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례적인 공시지가 산정이 적정했냐, 증권사들의 장밋빛 보고서 뒤에 누가 있었느냐는 앞으로 수사 등을 통해 규명돼야겠죠.

주목해야 할 것은 이 합병 성사의 결정적 역할을 한 국민연금공단입니다. 삼성과 국민연금 사이에 일어난 일을 취재한 부분은 내일(20일) 자세히 전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