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금까지 얘기를 정리하면 이런 겁니다. 에버랜드의 부풀려진 땅값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이렇게 크게 키웠는데 반대로 삼성물산은 갖고 있던 부동산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런데 이뿐 아니라 합병 과정에서는 또 한 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집니다.
그 내용은 한세현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삼성 입장에서는 세계 1, 2위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라스루이스'가 합병에 반대한 것이 부담이 됐습니다. 국외 투자자들에게 영향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김철범/전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연기금 대신 공부해서 '이런 상황은 이렇게 투표하시오', '저런 상황은 저렇게 투표하시오' 그런 조언을 해주는 그런 회사입니다. ISS 경우에는 거의 한중간에 있었습니다. '1대 1로 교환해라'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ISS가 엘리엇 편을 들었다고 보기에는 되게 어렵죠.]
이때 삼성물산이 보도자료를 냈는데, 이것을 보면 "ISS가 제일모직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를 반영하지 않아 합병 비율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것"이라는 대목이 등장합니다.
에버랜드 땅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했다면 합병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삼성이 ISS의 합병 반대를 반박하기 위해 제일모직 부동산 카드를 꺼내 든 겁니다.
합병 과정에서 삼성이 에버랜드 땅을 비롯한 제일모직의 부동산 가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유력한 증거로 보입니다.
[홍순탁 회계사/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 : 이게 사실 삼성물산 경영진이 가장 큰 배임을 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우리 회사 가치가 이만큼 높으니, 합병할 때 내 가치를 더 인정해달라는 노력을. 최선의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그런 노력을 한 흔적이 어디에도 없는 거죠. 제일모직은 어떤 수치, 이런 기초 자료까지 다 만들어 가면서 작업은 한 데 비하면…]
통상 회사들이 합병할 때는 서로 자사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위해 애쓰기 마련입니다. 그게 회사와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합병 상대인 제일모직의 가치를 왜 그렇게 낮춰 평가하느냐고 반박하는 대단히 이례적인 행태를 보였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박진훈)
['삼성 합병' 기획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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