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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저널리스트] 사고 나면 또 하청 노동자…반복되는 '죽음의 외주화'

정윤식 기자 jys@sbs.co.kr

작성 2018.03.11 10:0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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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뉴스가 '더 저널리스트(THE JOURNALIST)' 시리즈로 시청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번 순서는 '위험의 외주화'로 제대로 된 대우도 받지 못한 채 죽음까지 내몰리는 하청 노동자들의 실태를 취재하고 있는 정책사회부 강청완, 노동규 기자입니다. <편집자 주>

■ 최근 산업현장에서 숨지는 하청 노동자가 늘고 있습니다. 사고 위험 외에도 문제가 많다고요?

최근에 포스코에서 질소 누출 사고가 있었습니다. 포스코 냉각탑 안에 충전재를 충전하는 작업을 하던 분들이었는데요. 냉각탑 안에 질소 수치가 높아지면 질식할 위험이 있거든요. 이분들이 작업하다가 쉬는 시간에 휴식을 취하고 다시 업무에 투입됐는데 그때 이미 질소가 누출된 상태였던 겁니다. 작업에 투입된 지 10분 만에 산소가 부족해졌고 작업자분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네 분이 목숨을 잃었는데 모두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온수역 지하철 선로에서 돌아가신 분도 있었는데요. 이 분의 경우 정상적인 통로가 아니라 선로 옆 방음벽 펜스를 뜯어낸 쪽문을 통해 들어가서 혼자 작업을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러던 중에 선로에 들어오는 지하철을 보지 못하고 치여서 그대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습니다.

취재 중 만났던 조선소의 하청 노동자 한 분은 커터칼에 손가락을 베이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조선소의 커터칼은 우리가 종이를 자르다가 베이는 것과는 다릅니다. 공업용 칼날이나 그라인더에 긁히고 베이는 건데요. 사실 너무 자주 생기는 일이기도 하고 그런 일로 산업재해(이하 산재) 신청을 하면 집에서 쉬어야 하거든요. 그러면 자기 일이 없어질 수 있으니까 사고를 당한 사람도 쉬쉬하게 되는 거죠.

업체 측에서도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 그냥 넘어가라"고 하면서 공상처리를 합니다. 공상처리라는 것은 업체가 치료비를 주는 대신 산재라고 하지 말고 '집에서 다쳤다, '넘어졌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하고 치료를 받는 겁니다. 특히 조선소 하청업은 사업장이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실상 원청 안에서 일부 업무를 받아서 일하는 구조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사람이 다치면 산재 사업장이 되기 때문에 다음 계약에 불이익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점 때문에 산재 신청을 쉬쉬하고 숨기는 구조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 '원청'이라는 말이 사소한데요. 원청과 하청이 어떤 구조이기에 이런 일이 생기는 건가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삼성, 포스코, 현대 등의 대기업이 원청업체인데요. 잘 알려지지 않은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은 원청 노동자들보다 임금도 적게 받고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등 상대적으로 힘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청업체의 업무 중 일부가 하청업체에 외주화되는 구조인데요. 일을 하면 원청업체가 용역비를 주고 그 돈이 하청업체가 고용한 직원들에게 임금으로 지급되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업무의 외주화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사망사고 등의 일이 하청 노동자들에게 생기기 때문에 '죽음의 외주화', '위험의 외주화'라는 표현이 쓰입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산재로 인한 사망률이 1, 2위에 오를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 중 30% 이상이 하청업체 노동자들이고 계속해서 그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죠. 최근 몇 년을 살펴보면 사망한 노동자 가운데 하청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취재 중에도 계속 새로운 사고가 나더라고요. 기사를 쓰다 보면 계속 또 다른 사고가 나는 걸 보면서 '위험한 노동이 하청 노동자들에게 치우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기본적으로 하청 노동자들은 자신이 위험을 안고 갑니다. 그리고 원청 측의 감독이 소홀한 것도 사실이죠. 하청업체는 말할 것도 없고요.

■ 위험에 노출돼 있고 제대로 된 대우도 받지 못하고 있는 거네요. 이를 감시할 기관은 없나요?

임금 체불 문제나 일하는 곳에 대한 안전문제 등 관련된 권리에 대해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고용노동부입니다. 고용노동부는 관리·감독을 위해 근로감독관 제도를 운용하고 있거든요. 이 제도는 수시근로감독, 정기근로감독, 특별근로감독으로 나뉩니다. 정기근로감독은 올해 어느 사업장에 어떤 예방 활동과 감독이 이뤄질지 일정을 미리 세워서 나가는 겁니다.

불시에 감독하는 것을 수시근로감독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 법적으로 감독 일정을 알릴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근로감독관들은 서류를 먼저 봐야 한다는 이유를 들며 관행적으로 피감독기관에 서류 준비할 시간을 줍니다. 수시감독인데 미리 알리고 가는 것이죠. 그러면 당연히 피감독기관은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거고요.

취재했던 사례 중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인천에 있는 성모병원에 수시근로감독이 있다고 알려지자마자 120여 명의 관리자로 구성된 단체톡방이 만들어졌는데요. 그 방에서 근로감독관이 몇 명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방금 어느 방을 나갔는지 등 실시간으로 근로감독관들의 동선을 파악해 공유하더라고요. 또 대응 방안도 공유했습니다. "○○에게 질문할 것 같은데 면담에 응하지 마라", "바쁜척해라", "설문지만 두고 가라고 해라" 등 근로감독관이 피감독기관을 살필 수 없게 하는 조직적인 방해 요소가 실제도 있었습니다. 어떤 기업에서는 이게 매뉴얼로 만들어져 있더라고요.

■ 근로감독도 무용지물인 상황이군요. 사고가 났을 때 처벌 수위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고요.

사고가 나면 고용노동부나 수사기관에서 처벌하는 제도가 갖춰져 있지만 문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각 기업에 있는 근로감독관 수가 아주 적거나 그마저도 위탁해서 외주화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사업장에서 다치거나 사망하면 형사처벌이 이뤄지는데요. 2016년에 통계를 내보니 사망사고 벌금액 평균이 432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사고를 예방하려면 강한 처벌이 전제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사고가 발생해서 경영주가 구속되는 등 강한 처벌을 받으면 사고 예방을 위해 설비나 안전에 대한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벌금이 부담되지 않는 액수라면 기업 차원에서는 굳이 안전에 대한 투자를 늘릴 필요가 없는 거죠.

미국의 경우 하청노동자가 사망해서 원청 업체가 약 30억 원의 벌금을 낸 적이 있습니다. 영국에서도 슈퍼마켓 노동자가 사망했는데 해당 업체에 약 40억 원 정도의 벌금을 물린 사례가 있습니다. 이 같은 처벌로 기업이 파산 위기를 맞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사고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결국 '어떤 가치를 더 우선시하나'에는 정부의 의지나 사회 철학이 반영되는 부분인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덜 중시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 올해는 정부 차원에서 하청 노동자를 보호할 법이 마련되는 것을 기대해도 될까요?

하청 노동자 문제는 심층적이고 복잡한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제도적인 변화가 수반돼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영국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제도의 변화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줄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2007년 기업살인법이 제정됐는데 7~8년이 지나자 사망자가 절반 정도로 줄었고 미국에서도 관련법이 제정돼 20년 동안 30~40만 명의 노동자의 목숨을 구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고가 반복되면서 2013년에서 비슷한 법안들이 계속 발의됐습니다. 그런데 기업의 경제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반대가 많았습니다. 올해 들어 사고가 자주 나면서 관심이 고조됐는데요. 정부도 OECD 국가 중 산재 사망률이 가장 높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 5~6년 안에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걸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나온 법안들을 종합해서 개정하겠다고 정부가 밝힌 상태거든요. 잘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노동규 기자 / SBS 정책사회부
사고 나면 또 하청 노동자…반복되는 '죽음의 외주화'왜 일터에서 다치거나 죽어야 하는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돈을 벌고 처자식을 먹여 살리고 자아를 실현하는 곳이 일터인데 왜 여기서 일을 하다가 죽음에 이르러야 하는가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취재를 시작했거든요. 위험한 일을 거부할 권리 혹은 위험한 현장에서 안전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 노동자와 없는 노동자의 차이가 크다고 느껴졌습니다.

현 정부의 시책이기도 한데 근로감독관 증원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동 경찰'이라고 할 수 있는 근로감독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로감독관은 노동자들의 안전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산업현장을 관리·감독할 수 있고 사고가 발생하면 작업을 중단시킬 수 있는 자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도가 제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산업현장에 사고가 생겼을 때 뒤늦게 가는 게 아니라 근로감독관이 증원돼서 예방 차원의 활동이 이뤄진다면 노동자들이 돈을 벌고 자아실현을 위해 가는 일터에서 다치거나 죽는 일은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강청완 기자 / SBS 정책사회부
사고 나면 또 하청 노동자…반복되는 '죽음의 외주화'결국에는 어떤 부분에 더 가치를 두냐의 문제인 것 같은데요. 이 문제들이 결국 비용과 연결되거든요. 돈을 아끼기 위해 사람을 덜 뽑으니까 위험해지고 시스템이나 안전장비도 부족하다 보니 사고가 나는 겁니다. 결국 비용이 먼저인지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 먼저인지에 대해 산업계뿐만 아니라 기업, 국가와 사회 전반에서 우선순위를 재설정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 보도했지만 기사가 나갔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는 아닙니다. 크고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사라지거나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이번 취재를 계기로 취재진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하청 노동자분들께 도움 될 수 있도록 좋은 기사를 써서 조금이라도 바꾸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기획 : 정윤식 / 구성 : 안준석, 장아람 / 촬영 : 이용한, 정상보 / 편집 : 김보희, 한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