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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교수들, 동료 성추행 의혹 공개

서울대병원 교수들, 동료 성추행 의혹 공개

남주현 기자 burnett@sbs.co.kr

작성 2018.03.08 18:39 수정 2018.03.16 15:3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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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동료 교수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하고 병원에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남주현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이게 그 보고서입니다. 미투 운동이 확산하기 전인 지난 1월 9일에 작성된 것으로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 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12명이 작성해 외과대학에 제출한 보고서입니다.

동료 A 교수가 교수의 본분에 배치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학생과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적절한 조사와 조치를 진행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교수들이 아홉 가지 행위를 문제 삼았는데요. 그 중 첫 번째가 학생과 병원직원들에 대한 성희롱입니다. A 교수는 지난 2013년과 전체 세미나 후 저녁 자리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간호사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간호사는 결국 다른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또 보고서에 따르면 A 교수는 의대생들과의 술자리에서도 학생을 성희롱해 학부모가 지도교수 변경을 요청했고 지도교수에서 배제됐다고 합니다.

A 교수의 성희롱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서 서울대 병원과 의대측은 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조사하겠다고 조금 전에 밝혀왔습니다.

A 교수의 반론을 듣기 위해 전화통화를 하기로 했는데요, 앞서서 다른 언론을 통해 "이것은 다 음해다, 사실과 다르다" 이런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앵커>

아직은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화이고요. 교수들이 나서서 이런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게 눈길이 가는 대목입니다. 의료계 관련 이야기 조금 더 해보겠습니다.

미투도 의료계에서 화두겠지만 태움, 계속 논란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지난 설 연휴였는데 서울 대형병원의 신입 간호사가 간호사들 사이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그게 바로 태움이 되는 거죠?

<기자>

조금 전 말씀하신 간호사의 사망원인에 대해서는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요, 태움 때문인지는 확인되진 않았습니다.

<앵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맞지만 아직 태움이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기자>

그러나 간호사 사회 내부에서 태움이 원인이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태움은 반드시 사라져야 할 악습이기 때문에, 그 원인을 분석해봤습니다. 간호사들의 증언부터 들어보시죠.

[전직 간호사 : 볼펜으로 이렇게 쭉쭉 찍어 누르면서 '뭐 하는 거야?' 약간 이런 거. 머리 이렇게 치고. 생각은 있느냐, 머리는 왜 달고 다니느냐 (그런 말들을 하죠.)]

[현직 간호사 : (간호사 선배가) 물어보셨고, 제가 그때 신규일 때라 거기에 대해 대답을 못 했더니, 너 어느 학교 나왔느냐, 이런 것도 모르느냐, 너 학교에서 몇 등이나 했느냐 그러는 거예요.]

간호사 10명 중 4명이 괴롭힘, 이른바 '태움'을 경험했다는 설문조사가 있었는데, 이 중 30%는 가해자가 직속 상관이라고 답했습니다.

태움이 반복되는 건, 신규 간호사들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 빨리 홀로서기를 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서울의 대형종합병원 7곳을 조사해보니, 신입 간호는 짧게는 한 달, 길어봐야 석 달간 교육받은 뒤 간호사로 홀로 섭니다.

[김소선/연세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 미국 같은 경우는 (간호협회에서) 신규 간호사의 수습 기간이 추천하는 게 1년입니다. 그걸 '레지던시 프로그램' 이라고 하고요.]

우리나라에는 교육을 전담하는 간호사가 없애거나 매우 적기 때문에 3년 차 이상 현직 간호사가 자신의 업무 보기도 벅찬 상황에서 1대 1, 신입 교육 업무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신규 간호사의 교육 기간을 충분히 두고, 교육 전담 간호사를 두면 어느 정도 해결될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못하는지?

<기자>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간호 인력 부족이 밑바탕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임상 간호사 수는 인구 1천 명당 5.9명으로 OECD 하위권이고, 간호사 한 명이 환자 16명을 돌봐야 해, 업무 부담이 미국의 3배가 넘습니다.

각 병원당 간호사 정원이 1962년 처음 의료법에 규정됐는데, 이 기준이 50년 넘게 그대로고, 이 기준조차 지키지 않는 병원이 수두룩합니다.

[조성현/서울대 간호대학 교수 : 1962년에 만들어진 이래 (정원 위반으로) 업무 정지를 당한 병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료법 위반을 한 의료기관에 대해 정말 강력한 법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간호사 인력을 늘리자는 건, 단지 간호사들의 업무를 줄여주자는 게 아니라, 환자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문제입니다.

<앵커>

간호사들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요?

<기자>

방금 전 말씀 드린 시스템도 개선이 돼야 하지만, 문화도 함께 바뀌어야 하는 것이잖아요? 다행히도 간호사들 내부에서도 이번기회에 근절하자는 분위기가 조성이 되고 있습니다.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태움은 간호 대학 시절부터 학습되고 재생산되거든요. 병원 실습 때부터, 선배 간호사들의 눈치를 보면서 태움에 익숙해진다고 하죠.

[현직 간호사 : 간호사들이 너무 바쁘기 때문에 학생 때부터 저희는 군기가 잡혀 있어요. 눈치도 엄청 봐야 하고, '눈치 없다', '센스 없다' 이런 얘기도 듣기도 하거든요 간호사들한테.]

태움을 후배들에게는 물려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동반돼야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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