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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최저임금 산입범위, '저임금 노동자'를 우선 생각하라

국회로 넘어간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해법은?

[취재파일] 최저임금 산입범위, '저임금 노동자'를 우선 생각하라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상여금과 수당을 포함할 것인가? 단순하지만 정말 어려운 사회적 결정이 큰 고비를 맞고 있다. 소득 양극화 해소에 더해, 서민들의 소득을 늘려 경제 전반에 '선순환'을 부르는 길고 중요한 과정에서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의 큰 걸음을 시작했다. 법정 최고임금을 준수하는 엄격함과 제도적 강제성이 필수적인 것이라면, 그 법정임금의 산정 기준 개편은 기업과 노동자 모두 중대한 이해가 걸린 결정이다.

논의 과정은 예상했던 대로 쉽지 않다. 6일 오후 시작해 밤새 계속된 최저임금위원회의 마지막 소회의는 결국 결렬돼, 이제 공은 정부와 국회로 넘어간다. 노사의 주장은 팽팽하게 대립해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양측 모두 '생존의 문제'라는 것이다. 어차피 풀어야만 할 숙제라면 그래도 형편이 나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그리고 중산층 근로자보다는 한계기업, 그리고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초점을 맞춰 해법을 찾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 정기상여금 포함 여부가 핵심

지난해부터 꾸준히 논의된 방안은 월급처럼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하는 것이다. 현재 최저임금은 기본급·직무수당·직책수당 등 매달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산입되고 상여금과 야간·휴일 근로수당, 그리고 식비와 숙박비 같은 복지비는 제외된다. 잔업이 많은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적지않은 기업들이 성과에 동반해 지급하는 상여금과 야근수당을 합치면 연급여가 4, 5천만 원에 이르는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데, 현행 최저임금 범위로는 그래도 법정임금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게 재계의 불만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외국에 비해 협소하다 보니 생기는 일로,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를 주면서도 법정임금 한계에 직면하거나, 위반 대상으로 처벌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특히, 재계는 상대적 고임금자가 최저임금제의 영향으로 더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을 추진하는 정부에선 경영계의 반발도 고려해야 하고, 실제로 조정의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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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되는 것은 이 사안의 결정을 위해 운영된 전문가 18명의 태스크포스(TF)의 결론이다. 지난해 12월 22일 노동계·경영계·공익 위원 간사 6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된 '최저임금 제도개선안'은, "1년간 매달 지급되는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한다"는 것이다. "1개월을 초과하여 지급되는 임금을 총액을 유지하며 매월 분할 지급 하는 것은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이 아니며 이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논의 과정에선 "한 달이라도 상여금이 나오지 않을 경우 1년간 받은 상여금 전액이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노사 모두 반대하고 나섰다. 경영계는 "1년 동안 지급된 모든 정기상여금을 12개월로 나눠서 최저임금에 산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반감시킨다며 반대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노동계 입장에선 한국의 최저임금 기준이 그동안 심각할 정도로 열악했고, 아직도 더 인상할 필요가 있는데도 어려운 과정을 거쳐 크게 인상된 최저임금 기준의 효과가 산입범위 조정으로 퇴색된다는 우려가 강한 것이다.
 
대승적 합의의 마지막 기회였던 최저임금위원회 소위가 무위로 끝나자 노사 양측은 날 선 반응을 내놨다. 한국 노총은 "핵심 쟁점인 산입범위와 관련해 상여금만이 아니라 복리후생비까지 포함하고, 나아가 TF 권고안에서조차 다수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던 업종·지역별 구분적용을 끝까지 요구했다"며 경영계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리고 당초 논의 자체는 거부하지 않은 정기상여금의 최저임금 포함 방안도 사실상 거부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 총협회도 곧바로 입장을 냈다. "지급 주기나 산정 주기와 상관없이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 제수당 및 금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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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임금노동자를 지원할 방법은?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번 논의를 위해 한국노동연구원에 연구를 의뢰했었고, 이 자료는 중요한 참고근거로 활용됐다. 연구원은 2016년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결과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올해 인상된 수준인 시간당 7천 530원으로 올렸을 때를 가정해, 거론되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방안들이 미칠 영향을 분석한 의미 있는 자료를 내놓았다.

임금 수준으로 하위 20%의 저임금 노동자 가운데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혜택을 받는 노동자의 비중은 66.9%였다. 이 정도의 저임금 근로자가 최저임금 기준 인상으로 급여가 오르게 된다는 의미이다. 여기에서 TF의 권고 방안처럼 상여금을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시키면 혜택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는 66.1%로 나타났는데, 물론 비율이 하락했지만 생각만큼 큰 차이가 아니었다. 식대·교통비 등 기타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시켜 분석하면 64.1%로 나타났다. 만약 회사에서 제공하는 식비가 최저임금에 포함된다면 회사는 이 식대 금액을 포함한 급여가 최저임금 기준에 못 미치는 만큼의 기본급을 인상해야 한다는 의미다.

통계적 결과로 볼 때 저임금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상여금을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보다, 각종 수당을 포함시켰을 때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의 입장처럼 상여금과 수당을 모두 최저임금 범위로 계산하면 그 효과가 더 축소될 것임은 당연하다. 산업현장의 저임금 노동자들, 소상공업계의 근로자들의 경우, 임금에서 수당에 대한 의존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같은 자료를 두고도 상반된 해석은 가능하다. 2016년 기준으로 급여가 올해 최저임금인 7천 530원 미만인 근로자는 332만 명 규모인데, 최저임금에 고정 상여금과 수당을 합산하면 269만 명 정도로 줄어든다. 경영계에선 실제 최저임금 이상을 버는 근로자가 많다는 근거로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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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와 수치를 내려놓고 다시 생각해보자.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선 갑자기 한꺼번에 닥칠 부담을 완화해 적응의 기회를 만든다는 면에서, 노동계에선 여전히 낮은 최저임금 기준을 상대적으로 신속히 인상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필요한 합의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그중에도 임금인상의 온기가 가장 아쉬운 저임금 상황의 노동자들을 잣대로 타협을 시도하면 어떨까? 수당이 아닌 정기상여금을 산입하는 방식은 이미 정치권에서도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됐고, 노동계도 한때 진중하게 고려했던 대안이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차원의 논의를 벌일 필요가 있다. 상여금 비중이 유독 큰 우리나라 직장의 임금구조는 각종 수당 산출근거를 축소하기 위한 기업들의 잘못된 관행에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재계도 최저임금 산입범위 협상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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