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제보하기

[취재파일] 녹지가 많은 지역에서 자란 아이가 똘똘해진다

안영인 기상전문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8.03.06 08:15 수정 2018.03.06 11:02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녹지가 많은 지역에서 자란 아이가 똘똘해진다
우리 아이들이 넓은 초원과 숲을 맘껏 뛰어다니며 자랄 수 없을까? 나무 대신 아파트 숲에서 자라는 아이들한테는 어찌 보면 꿈만 같은 소리일 것이다.

살아 있는 생명체인 녹지가 풍부한 지역에서 자란 아이일수록 녹지가 없는 지역에서 자란 아이에 비해 인지기능이 보다 잘 발달하는 등 거주지역의 녹지가 뇌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Pujol et al., 2018).

스페인과 미국 공동연구팀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지역에 거주하는 초등학생 253명을 대상으로 거주 지역의 녹지공간과 뇌의 회백질과 백질의 발달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조사했다. 뇌 회백질은 뇌의 외각 부분인 겉질로 중추신경계의 신경세포가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어 생각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부분이다. 이에 반해 백질은 뇌의 속질로 회백질과 회백질 사이를 연결하는 신경섬유로서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자료:두산백과).

연구팀은 아이가 태어나 자란 지역의 녹지 공간은 위성 자료를 이용해 추정했고 뇌 회백질과 백질의 구조는 3차원 고분해능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해 산출했다. 태어나 녹지가 많은 지역에서 성장하는 것과 뇌의 해부학적 구조 사이의 관계를 밝힌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결과 태어나 어린 시절에 녹지가 충분한 지역에서 성장할 경우 뇌 발달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기에 장기간 녹지에 노출될 경우 녹지가 부족한 지역에 거주하는 아이보다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회백질과 백질의 부피가 커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래 그림에서 노랗고 하얗게 표시된 부분이 부피가 커진 회백질과 백질 부분이다(그림 참조). 회백질과 백질의 부피가 커진다는 것은 어린 시절 녹지에 많이 노출되면 노출될수록 시각이나 청각, 후각, 촉각 등 각종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좋아지고 반대로 주의력 결핍은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어린 시절 자연과의 충분한 접촉과 교감이 어린이 뇌 발달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녹지가 충분한 지역에서 성장할 때 뇌 부피가 커지는 부분 (자료:Pujol et al.,2018)어린 시기에 살아 있는 생명체인 녹지와 지속적으로 교류할 경우 정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안정될 뿐 아니라 무언가를 발견하고 창조적인 활동을 하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능력 또한 크게 발달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연구팀은 특히 일반적으로 녹지는 주변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덮인 지역보다 미세먼지도 적고 소음도 적고 다양한 미생물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하는데 이 모든 것들이 뇌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다른 조건이 같다면 어린 시기에 자연과 충분히 교류하며 자랄 경우 우리가 측정이 가능할 정도로 뚜렷하게 뇌가 잘 발달하고 이후 평생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바이오필리아 가설(Biophilia hypothesis)>이 있다. 미국의 사회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Edward Osborne Wilson)이 그의 저서 바이오필리아(biophilia)에서 주장한 '자연친화 가설'로 인간은 선천적으로 자연과 살아 있는 다른 형태의 생명체를 좋아하고 그들과 함께할 때 정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낀다는 가설이다. 어린 시절 많은 시간동안 선천적으로 그리고 유전적으로 좋아하는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지낼 수 있는 환경이 뇌 발달에 긍정적인 역학을 한다는 이 논문의 분석 결과가 자연친화 가설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근거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생각이다.
(사진=픽사베이)물론 이번 연구의 한계도 있다. 보다 많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연구를 해봐야 하고 또 다른 지역이나 기후가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인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환경부가 발표한 '통계로 본 국토·자연 환경'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말 현재 우리나라 총인구 가운데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은 전체의 91.0%나 된다. 1960년 말 39.1%에 불과했지만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시골에 어르신들이 많고 어린이가 적을 것을 고려하면 어린이들의 도시지역 거주 비율은 이보다 더 높은 것이 분명하다.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아이를 적어도 어떤 환경에서 키워야 하는지, 또 앞으로 도시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을 해야 하는지 한 가지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참고문헌>

* Dadvand P., Pujol, J., Macià D., Martinez-Vilavella G., Blanco-Hinojo L., Mortamais M. Alvarez-Pedrerol M., Fenoll R., Esnaola M., Dalmau-Bueno A., Lopez-Vicente M., Basagaña X., Jerrett M., Nieuwenhuijsen M., Sunyer J. The Association between Lifelong Greenspace Exposure and 3-Dimensional Brain Magnetic Resonance Imaging in Barcelona Schoolchildren.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 February 2018

(사진=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