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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눈물 끝에 '미투' 했지만…피해자 되는 피해자들"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8년 2월 28일 (수)
■ 대담 :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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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벌받지 않을 거란 생각에 우선 "안 했다" 대응
- 연예인들은 자숙 후 다시 복귀하는 절차 있어
- 피해자와 달리 가해자에겐 '있을 수 있는 일'
- 수사기관 신뢰 부족으로 신고 주저하기도 해
- 피해자가 역으로 고소당하는 사례 늘고 있어
- 성범죄에 있어선 사실적시 명예훼손 개정 필요
- "왜 거부 안 했나" 피해자 위축되는 조사 방식 문제

 

▷ 김성준/진행자:

사회 각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의혹, 가해자, 이런 사람들이 계속 나오고요. 또 사과도 이어지고 있고요. 그만큼 피해자들의 울분이 폭발 직전까지 쌓여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말이죠. 고심 끝에 이렇게 미투 운동에 동참한 여성들이 어떤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이 분들을 보호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인 것이죠.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를 연결해서 피해자들을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 지 한 번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안녕하세요.

▷ 김성준/진행자: 

보니까 말이죠. 우선 배우 조민기 씨 성추문 논란 휩싸인 지 7일 만에, 어제죠. 결국 사과를 했고요. 또 많은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처음에는 부인을 하거나 침묵하다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소위 피해를 입었다는 여성들이 몇몇 더 나타난 다음에야 사과를 하고 시인을 한단 말이죠. 이게 도대체 어떤 심리일까요?

▶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예. 어쨌든 대부분 가해자들 같은 경우에는 자신이 일단은 성추행 사건 같은 경우에 부인을 하게 되면 법적으로 자신이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우선은 안 했다고 말을 하고. 그런데 실체가 계속 드러나니까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하는데. 연예인들 같은 경우에 대체로 이런 성범죄 사건이 발생되면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자숙한다고 하며 법적 대응을 해서 다시 컴백하는. 이런 절차적인 게 있잖아요. 아마 조민기 씨도 그런 식의 연예인들이 가지는, 그 정도의 수위로 본인이 생각했는데 피해자들이 상당히 많이 나오다 보니까. 일단은 자신이 연예인으로서 사과는 하고. 아마도 법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을 수 있도록 인터뷰하거나 준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성폭력상담소협의회 활동을 하시면서 많은 사건들을 보셨는데. 이 가해자들의 피해자의 고통에 둔감한 행태. 이것은 그냥 자연스럽게 보시나요? 흔한 일이라고 보시나요? 저는 너무나 사실은 가해자들이, 물론 자기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너무나 뻔뻔하다고 할 정도로 피해자들의 고통에 둔감하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이게 시각의 차이와 인식의 차이가 상당한 것 같아요. 피해자는 자신이 경험한 것을 평생 잊지 못하고 그것에 대해 계속 집중하는가 하면. 가해자는 그것은 하나의 자신이 있을 수 있는 일, 혹은 그냥 잊어버릴 수 있는 일. 이런 식의 생각의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피해자의 고통이 어떠한 상황인지를 가해자는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죠. 그래서 그것은 상당히 우리가 성차별적인 사회이다 보니까. 여성 위주로 피해자고 가해자가 남성이다 보니까. 피해자 입장에서 가해자들은 생각하지 못하는 성 인식, 이런 것들이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미투 운동에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이 참여하지 못했던 이유도 하나가 되겠습니다만. 괜히 내가 신분을 드러내고 여기에 참여했다가 또 2차 피해를 당하는 것 아니냐. 심지어는 무슨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를 당하는 것 아니냐. 이런 걱정들이 크지 않습니까.

▶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대체로 피해자들이 드러내서 말을 못하고 신고를 주저하는 이유가 바로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인데요. 일단은 자신이 말을 했을 때 주변인들이 비난하거나 조롱하거나 부정하거나. 이런 식으로 지지받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신고했을 때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이 내 말을 얼마나 믿어주고, 가해자 처벌에 대한 절차적인 보호 체계가 되어 있느냐. 이것에 대한 신뢰성이 없는 부분. 그리고 또 하나는 가해자가 이런 사건에 대해서 사실적시 명예훼손 내지는 무고죄로 역고소하는 역공의 형태. 이런 것들이 피해자들이 두려워하는 2차 피해의 예인데.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회에 대한 신뢰 혹은 지지. 이것에 대해서 자신이 안정감을 못 느끼기 때문에. 선뜻 말하기 혹은 처벌 의사를 드러내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 김성준/진행자:

이 미투 운동과는 별개로 이제까지 일반적인 성폭행 범죄 사건들을 쭉 보시면서. 통계적이라고 할까요. 가해자 본인이 2차 가해를 하는 경우. 또는 맞고소 같은 것을 통해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는 경우. 그런 경우가 통계적으로 많은가요?

▶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사실 지금 현재 검찰청이나 저희들도 이런 게 통계 수치로 나와 있는 것은 아니고요. 현장에서 체감하는 것은. 최근에 가해자를 무고했다는, 피해자가 무고에 대한 피소되는 경우. 명예훼손으로 피소되는 경우들이 사실 현장에서는 굉장히 많이 늘어나고 있는 상태이고.

▷ 김성준/진행자:

오히려 늘어나고 있어요?

▶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네. 늘어나고 있는 상태죠. 지금 특히나 최근 연예인 사건에서도 보듯이 무고로 계속 고소를 함으로써, 무고에 대해서 쉽게 가해자들이 역공의 형태로 하는 것이 피해자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이죠. 실제로 그러한 문화가 최근에 있었고. 그래서 현장에서는 그러한 체감률이 높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렇다면 이것은 정말 대책이 필요한 문제 아닌가 싶은데. 혹시 연합회 쪽 차원에서라든지 어떤 대책을 구상하거나 정부 측에 요구하거나 그러시는 게 있습니까?

▶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일단은 피해자가 제대로 자신의 피해를. 우리가 성폭력 사건에서는 대부분 물적 증거보다 정황적 증거가 상당히 많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럴 수밖에 없죠.

▶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피해자의 피해 진술이 정황적 증거, 이것이 가장 성폭력 사건에 많은데.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물적 증거, 법적 체계에서 물적 증거만을 되게 중요시 여기고. 피해자의 정황 증거에 대해서는 사실 인정받기 쉽지 않기 때문에. 수사나 사법 절차 안에서 피해자의 증언, 말. 이런 것들이 신빙성 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절차에 있는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상당히 필요하다고 저희는 계속 얘기하고 있는 부분이고. 그리고 사실적시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서 성폭력 범죄에 있어서는 상당히 법적 개정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되지 않느냐는 의견들이 있고요.

▷ 김성준/진행자:

성폭력 부분에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유예가 되어야 한다. 이런 말씀이군요. 

▶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네. 그런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리고 신고를 한 피해자가 신고 이후에 절차 안에서 2차 피해가 드러나지 않도록 보호 체계가 공고하게 되어야 하는 보호 대책에 대한 부분들도 많이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경찰이나 검찰에서 그런 것을 열심히 보호 대책 마련하겠다고 늘 얘기하는데 아직도 안 되는 모양이죠?

▶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아마도 피해자가 진술하러 갔을 때 질문 받는 내용들이 상당히 모욕적인 경우도 많이 있거든요. 이를테면 왜 도망가지 않았느냐, 왜 지금 고소하느냐, 왜 말하지 못하느냐, 왜 거부하지 않았느냐. 이런 식으로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의 질의 태도가. 사실 피해자가 자기 경험을 구체적으로 혹은 정황적으로 잘 얘기할 수 없도록 위축하는 조사 방식에 대해서 저희들이 문제를 많이 제기하고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 말씀 들어보니까 고쳐져야 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

▶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사실 한국의 법이나 제도가 잘 구비되어 있지 않다기 보다는. 법과 제도는 많은 부분 운동을 통해 많이 만들어졌는데. 이 법과 제도에 있는, 특히 실현하는 사람들이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법과 제도와 실현하는 사람들의 인식 차이가 사실 많이 좁혀져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 법과 제도는 갖춰져 있지만 실천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씀. 좀 새겨들을 말씀인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네. 감사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까지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와 말씀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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