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北 2·8 열병식의 함의…"北 미사일의 세대교체"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8.02.16 10:12 수정 2018.02.16 11:3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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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북한 건군절 열병식이 과거에 비해 간소하게 치러진 것을 두고 북한이 평창 올림픽과 남북 평화 무드를 의식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보여줄 건 다 보여줬지만 미사일의 양이나 열병 시간이 줄었으니 북한이 좀 자제했다고 보는 시각입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미사일의 구색을 살펴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작년 4월 열병식에서 한미 군 당국을 경악하게 했던 정체불명의 괴물 미사일, 발사 실패가 잦았던 무수단, 열병식 단골이지만 시험발사는 없었던 KN-08과 KN-14, 전통의 단거리 KN-02 따위는 이번 열병식에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최근에 몇 차례 시험발사를 통해 성능을 입증한 신형 중거리 미사일과 ICBM들이 열병식을 장식했습니다. KN-02 대신 미사일 열병 선두를 맡은 단거리 미사일도 신형입니다. 2·8 열병식에 등장한 사거리별 모든 미사일들이 전력화에 돌입한 신형입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 숱한 시험발사를 통해 미사일의 세대교체를 단행한 결과입니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첫 열병식은 북한 미사일의 세대교체 선언이었습니다.북한 신형 단거리 미사일● 신형 단거리 미사일, 작년 8월 시험발사 성공

북한 열병식의 하이라이트, 미사일의 행렬은 통상 북한에서 독사라고 부르는 고체연료 기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KN-02가 선두입니다. 이번 열병식에는 KN-02가 사라지고 처음 보는 단거리 미사일이 등장했습니다. 러시아의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이스칸다르와 흡사합니다. 북한판 이스칸다르입니다.

군 관계자는 “작년 8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미사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작년 8월 26일 오전 6시 49분쯤 강원도 깃대령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3발을 쐈습니다. 1발은 발사 직후 폭발했고 2발은 최고 고도 50km를 찍고 비행 거리 250km를 기록했습니다. 탄도 미사일이라면 이 정도 비행 거리에서 최고 고도는 80km 정도가 돼야 하는데 작년 8월 미사일의 고도는 상당히 낮았습니다. 한미 요격체계의 요격 고도 밑으로 날려보내기 위해 개발한 북한의 신형 단거리 미사일입니다.

미국과 일본은 이 미사일의 모양, 속도 등을 분석해 탄도 미사일이라고 밝혔는데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나홀로 “300mm 신형 방사포로 추정된다”고 발표해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청와대를 혼란에 빠뜨린 신형 미사일을, 북한이 2·8 열병식 선두에 배치하며 공개한 것입니다. 증강되는 한미의 요격망에 대응하는 북한의 신형 단거리 미사일입니다. 작년 8월 시험발사로 전력화에 착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 신형 중거리·신형 ICBM만으로 열병

2·8 열병식에 등장한 중거리 미사일은 북극성-2호와 화성-12형입니다. 북극성-2호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북극성-1호와 같은 고체연료 방식의 중거리 지대지 탄도 미사일입니다. 화성-12형은 작년 괌 포위사격 위협을 했던 바로 그 미사일입니다. 역시 중거리 미사일입니다. ICBM으로 통하는 화성-14형과 화성-15형도 나왔습니다.북한 ICBM 화성 15형모두 작년에 시험발사에 성공한 미사일들입니다. 특히 북한은 화성-15형의 시험발사 성공으로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습니다. 북한의 급한 성미를 감안했을 때 화성-15형의 전력화 즉 실전배치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성공의 기억이라고는 없는 ‘발사 직후 폭발’의 대명사,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은 안 나왔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책임분석관은 “무수단은 완전히 퇴출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습니다. 화성-12형과 북극성-2호가 있는데 툭하면 터지는 무수단을 격 떨어지게 끌고 나올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작년 4월 열병식에 깜짝 출연했던 초대형 괴물 미사일도 이번에는 안 나왔습니다. 미사일 발사관 모양으로 봤을 때는 고체연료 방식의 ICBM인데 북한의 기술이 그 정도 미사일 개발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사일 권위자인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2·8 열병식에 괴물 미사일들을 또 끌고 나왔다면 현재도 개발하고 있다는 방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SLBM인 북극성-1호가 2·8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는 분명치 않습니다. 수직 발사관이 1개뿐인 신포급 잠수함으로는 전력화했다고 말하기가 멋쩍은데 SLBM 잠수함을 완성하지 못한 것 때문은 아닌지 추정만 할 뿐입니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2·8 열병식은 당장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세대교체 미사일들의 공개 데뷔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