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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평창 참가국 92개국 중 54개국이 노메달국…"오늘도 도전한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작성 2018.02.14 10:11 수정 2018.02.14 11:15 조회 재생수1,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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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마부작침] 평창 참가국 92개국 중 54개국이 노메달국…"오늘도 도전한다"
장엄한 국가(國歌)가 울려 퍼지고, 가장 높은 단상에 올라 가장 반짝이는 메달을 목에 거는 장면. 올림픽 각 종목 경기의 피날레다. 우수한 기록을 낸 선수들은 '메달'이라는 명예를 얻고, 사람들은 이를 기록하고 기억한다. "이왕 할 거면 1등을 하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자조에서 올림픽도 예외일 수 없지만, 그래도 올림픽이 올림픽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도전'에 있다. 이런 이유에서 세계 신기록, 다관왕, 유력 메달 후보, 우승 후보국 등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는 요즘,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다른 관점에서 올림픽을 바라보기 했다. 지금까지 금은동 메달이 아닌 도전 그 자체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준 이들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들은 매회 올림픽에 항상 함께 해왔지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래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는 이들, 바로 단 한 번도 메달을 따지 못한 '노메달 국가'와 선수들이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이들은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올림픽의 들러리가 아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획득함으로써 새로운 역사를 쓰기를 꿈꾸며 도전하는 국가들을 분석했다.
 
● 메달국보다 더 많은 노메달국
 
평창 동계올림픽은 역대 최다 국가가 참여하는 축제로 평가 받는다. 4년 전, 소치 동계올림픽(88개국)보다 4개국이 더 많은 92개국이 참가한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가져간 노르웨이(329개/금 118개, 은 111개, 동 100개)와 2번째로 많은 메달을 가져간 미국(282개)에 이어, 독일, 캐나다 등 전통 강호들이 줄줄이 참가한다. 노르웨이, 미국, 캐나다는 1924년 1회 샤모니(프랑스) 동계올림픽부터 23회 평창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23회 연속으로 참가했다.
 
매회 참가해 많은 메달을 가져가는 국가도 있는 반면, 단 한개의 동메달도 따본 적이 없는 국가도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국 가운데는 '노메달 국가'가 더 많다. 터키·몽골·타이완·인도·이스라엘·아르헨티나·브라질·케냐·가나 등 전체 92개 참가국 가운데 58.7%인 54개국이 노메달 국가다.
마부작침_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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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달 획득 국가 리스트 전체보기 ☞ http://bit.ly/2EmeseU
 
● 오륜기의 한 축 아프리카… 100% 노메달국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기는 5개 대륙을 뜻하고, 서로 교집합 된 원은 대륙 간의 화합을 의미한다. 이런 큰 뜻을 가진 오륜기의 한 축이지만 아직 한 번도 금메달을 따지 못한 대륙이 있다. 바로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항상 덥고, 눈도 안 내리는 아프리카에서 동계올림픽에 참여할까?"라고 궁금증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아프리카에서도 겨울은 춥고 일부 지역에선 눈도 내린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아프리카 대륙에서 모로코, 케냐, 가나, 나이지리아 등 8개 국가가 참여하는데, 이들 국가들은 모두 노메달 국가다.
마부작침_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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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메달 국가 리스트 전체보기 ☞ http://bit.ly/2BoHKKY

아프리카 다음으로 아메리카에서 노메달국의 비중이 높았다. 아메리카에선 12개국이 참여하는데,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10개국(83%)은 여태껏 동계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아시아권에서도 19개국이 참가했는데, 13개국(68%)이 아직 메달을 따지 못했다. 아시아에선 한국(총 메달 53개), 중국(53개), 일본(45개) 등 3개국이 메달을 분점하며 전통적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반면, 몽골·인도·타이완 등은 평창에서 첫 메달을 노리고 있다.

오세아니아에선 총 3개국이 평창에 참여하는데, 이 중 호주·뉴질랜드만 메달을 획득했고, 통가는 아직 메달을 딴 적이 없다. 5대륙 가운데 동계올림픽에서 강세를 보여온 대륙은 유럽이다. 유럽의 50개 참가국 중 22개국(44%)이 아직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는데, 그리스·포르투갈·아일랜드·아이슬란드 등이 그렇다.
 
유럽 강세 경향은 총 메달 현황에서도 드러났다. 소치 동계올림픽(2014년)까지 역대 22차례 동계올림픽에서 모두 2,854개의 메달이 나왔다. 이중 78.1%인 2,228개를 유럽 국가에서 가져갔고, 다음이 아메리카(452개/15.8%), 아시아 (161개/5.6%), 오세아니아(13개/0.5%), 아프리카(0개/0%) 순으로 나타났다.

● 19번째 도전! 그리스·아르헨티나… 평창에서 역사적 영광을!
 
물론, 스포츠의 감동은 '반짝이는 메달'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야구에 대한 나의 열정은 스피드건에 기록되지 않는다"는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 톰 글래빈의 말처럼.

끊임없는 도전은 때때로 각본 없는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전통적 강호들에 주는 관심을 노메달국으로 넓혀야 하는 이유다. 평창을 포함해 23차례 동계올림픽 가운데 19번을 참가한 그리스는 메달을 따기 위한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다. 노메달국 중 동계올림픽 참가 횟수가 제일 많은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리스에게 올림픽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근대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의 올림피아에서 비롯됐고, 이런 점에서 그리스는 올림픽의 종주국으로 꼽힌다.
 
역사적 전통성으로 1896년 제1회 올림픽도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됐고, 모든 올림픽의 성화는 그리스에서 시작된다. 그리스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 모두 4명의 선수가 출전해, 알파인스키·크로스컨트리 2종목에 도전한다. 평창 성화를 채화한 그리스가 이번 평창에서 첫 메달의 불꽃을 만들 수 있을 지, 그런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을 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동계올림픽에 19차례 참가한 아르헨티나도 첫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까. 아르헨티나는 1928년 제2회 스위스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 첫 출전한 이래로 지금까지 단 한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1960년 제8회 미국 스쿼밸리 동계올림픽부터 23회 평창까지 16회 연속으로 참가하며 쉼 없는 도전을 하고 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엔 모두 6명의 선수가, 루지·스노보드·알파인스키·크로스컨트리 등 4개 종목에 출전한다.
마부작침_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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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메달 국가 선수단 규모 전체보기 ☞ http://bit.ly/2EWKxuR

그리스 아르헨티나 외에도 10회 이상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몽골·타이완·키프로스·이란·인도·아이슬란드·안도라·모나코·산마리노·칠레 등 10개국도 이번 평창에서 첫 메달을 노리며 땀을 흘려왔다.
 
<마부작침> 분석 결과, 노메달국 선수단은 메달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다. 54개 노메달국에선 모두 163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미국(242명)보다 적고, 한국(121명)보다 40여명 많은 수준이다. 노메달국 중 가장 많은 선수를 파견한 국가는 이스라엘로 모두 4개 종목에 10명이 출전한다. 이 중 피겨스케이팅에만 7명이 출전해 피겨에 승부수를 띄웠다는 평가다.

● 1명의 도전…그들이 있어 뜨겁다
 
평창올림픽에 100명 이상의 선수단을 꾸린 국가는 참가 92개국 가운데 13개국(14.1%)에 불과하다. 100명 미만 50명 이상 국가도 7개국에 그쳤다. 나머지 73국은 50명 미만의 선수단을 꾸렸는데, 특히, 5명 미만 국가가 절반 이상인 48개국이나 된다. 한마디로 '미니 선수단'이 48개국이나 된다는 얘기다.
 
눈에 띄는 건 단 1명의 선수만 참가한 국가들이다. 이들 모두 노메달국으로, 케냐,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버뮤다, 룩셈부르크, 마다가스카르, 코소보 등 18개국이다.
 
이들 18개국 가운데 싱가포르, 코소보, 에콰도르, 에리트레아 등 4개국은 평창이 동계올림픽 데뷔전이다. 평창올림픽이 첫 출전인 나라는 모두 6개로, 1인 출전국인 이들 4개국을 제외하면, 나이지리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첫 출전에 각각 3명, 2명이 출전한다. 나이지리아에선 봅슬레이(선수 2명), 스켈레톤(선수 1명)에 출전하고, 말레이시아에선 알파인스키와 피겨스케이팅에 각각 1명이 출전한다.
 
● 노메달국 최다 도전 종목 '알파인스키'… 이변 속출할까

 
평창 동계올림픽은 모두 15개 종목으로 이뤄져 있다. 노메달국은 선수 규모가 작아 한정된 종목에만 도전에 나섰다. 15개 종목 가운데 노르딕 복합, 아이스하키, 컬링 등 3개 종목을 제외한 12개 종목에 출전했다.
 
이 가운데 특정 종목에서 노메달국의 참여가 뚜렷했다. 바로 동계올림픽의 꽃이라는 '알파인스키'다. 알파인스키에 참여한 노메달국 선수는 65명으로, 전체 노메달국 선수(163명) 가운데 무려 39.9%가 스키 타러 평창에 온 셈이다. 54개 노메달국 중 44개국이 알파인스키에 출전하는데, 통상 3분 안에 승부가 난다는 알파인스키는 코스 구성과 선수 컨디션에 따라서 이변이 속출하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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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으로 노메달국이 많이 참가한 종목은 크로스컨트리다. 31개 노메달국에서 선수 47명이 출전했다. 전체 노메달국 중 1명의 선수만 참가한 종목도 있다. 바로 스키점프다. 노메달국 터키가 1명을 출전시켰다.

노메달국 중 가장 많은 종목에 두루 참가하는 국가는 브라질이다. 노메달국 가운데 이스라엘(10명) 다음으로 많은 9명의 선수가 브라질 국기를 달고 출전하는데, 종목별로 보면, 브라질은 봅슬레이, 스노보드, 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 피겨스케이팅 등 5개 종목에 두루 출전했다.
 
● 6회 출전, 5회 출전… 노메달국의 주목해야할 선수!!
 

메달을 딴 적이 없는 노메달국에서도 여러 번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도 있다.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들이다. 이 가운데 무려 6번 올림픽에 참여한 선수도 있다. 바로 인도의 시바 케샤반 선수다.

시바 케샤반 선수는 1998년부터 평창까지 6회 연속으로 루지 종목에 출전했다. 한국 국가대표 중 최다 출전 기록(6회)을 가진 스키점프의 김현기(35), 최서우(36) 선수와 같은 경력이다. 케샤반 선수 역시 10대 때인 16살부터 올림픽에 출전해 36살 현재까지 메달을 따기 위해 도전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이번 평창 루지 싱글에서 34위에 그쳐 메달 획득엔 실패했다.
 
다음으론 리투아니아 소속으로 바이애슬론 종목에 출전한 선수 디애나 라시오비치우테는 2002년부터 5회 연속 출전했다. 다만, 이번 평창에서 65위에 그쳐 메달은 따지 못했다. 멕시코 소속으로 알파인스키에 도전한 선수 사라 슐레퍼는 1998년 첫 출전해 소치올림픽을 제외하고 5회 연속 메달에 도전하고 있다.
 
그 외 노메달국 소속으로 평창을 포함해 4회 이상 올림픽 참가 경험이 있는 노메달국 선수는 브라질 출신 3명, 칠레·조지아·알바니아·모나코 선수 각각 1명씩 모두 7명이다. 그 외 버뮤다의 국가대표 선수 터커 머피는 3회 연속 출전했는데, 버뮤다의 선수단은 1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터커 머피 선수 혼자 한 국가의 명예를 걸고 동계올림픽에 홀로 꾸준히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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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올림픽 노메달 국가 출전 선수 전체보기 ☞ http://bit.ly/2EmKDPq
 
● 8년간 없던 첫 메달국…평창에서 새 역사 쓸 수 있을까
 
올림픽이 세계인의 축제가 된 건 모국이 아닌 타국의 기쁨에도 함께 열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메달국의 메달 획득이 모두에게 감동이 되는 까닭이다.
 
올림픽 강자로 분류되는 한국도 메달국이 되기 위해 지난한 시간이 필요했다. 1948년 5회 스위스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이후, 첫 메달을 목에 걸기까지 44년이 걸렸다.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첫 메달(은메달)을 딴 뒤, 같은 대회에서 금메달까지 따내면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11번 도전 끝에 얻은 쾌거였다.
 
노메달국이 메달 획득에 실패해도 다음에 또 출전하는 건, 출전 그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마다 메달 획득까지 걸리는 시간엔 차이가 있다. 한국이 첫 메달을 딴 1992년에 중국도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4번 출전 만에 메달을 획득했고, 북한은 1964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동계올림픽에 첫 출전하자마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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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림픽별 첫 메달 국가 현황 전체보기 ☞ http://bit.ly/2EknoRL
 
나라마다 메달을 따기 위해 흘린 땀과 시간은 서로 다르지만, '어떠한 차별 없이 올림픽 정신 안에서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올림픽 헌장은 모든 나라에 공평한 기회를 주고 있다. 다만, 갈수록 메달국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1998년 18회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첫 메달국이 된 국가는 체코, 덴마크 등 두 나라, 이후 19회, 20회 올림픽에서도 각각 두 나라씩 첫 메달을 따면서 메달국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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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선 노메달국이 새로운 역사를 쓰는 데 실패했다. 2회 연속해서 신입 메달국이 없었던 셈이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8년 만에 새로운 역사가 쓰일 수 있을까. 이번 올림픽에서 그 어떤 메달보다 값진 메달을 딸 수 있는 기회를 가진 54개국 163명의 선수를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김학휘 기자 (hwi@sbs.co.kr)
안혜민 분석가 (hyeminan@sbs.co.kr)
디자인: 장지혜
인턴: 김인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