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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근소세 면세자 축소 해법은? 공제 축소 vs 자연 감소

정부, 인위적 공제 축소 보다는 '면세자 자연감소'에 무게

조성현 기자 eyebrow@sbs.co.kr

작성 2018.01.08 08:22 수정 2018.01.08 14:22 조회 재생수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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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근소세 면세자 축소 해법은? 공제 축소 vs 자연 감소
우리나라 근로자 가운데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사람은 2016년 기준 774만 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43.6%에 달합니다. 2015년 46.8%에 비해 3.2%p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근로소득자가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는 겁니다.면세자 비율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2013년까지 30%대 초반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다 2014년 48.1%로 폭증했습니다. 2013년 세법 개정으로 근로자의 세 부담이 늘자 정부가 연말정산 보완 대책을 내놓고 공제를 대폭 늘려줬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공제가 크게 늘면서 면세점 이하에 들어가는 근로자 수 역시 크게 늘었고, 면세자 확대라는 현상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당장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국민개세주의' 원칙, 또 국민의 납세의 의무를 규정한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미국 35.8%, 캐나다 33.5% 호주 25.1%, 영국 5.9% 등 OECD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우리가 월등히 높은 편입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해야 한다는 데 여야 정치권과 정부의 공감대가 있었고, 지난해 6월 조세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 해법을 놓고 토론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공청회에서 전병목 조세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극적 대안 1개와 적극적 대안 3개 등 4가지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소극적 대안은 면세자의 65% 이상이 연소득 1천500만원 이하의 저소득 근로자인 만큼 이들의 소득 증대를 기다려 자연스럽게 면세자가 줄어들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적극적 대안 3가지는 ▲ 세액공제 종합한도 설정 (세금을 깎아주긴 하지만 한도를 설정해 한도 만큼만 깎아주자는 것) ▲ 표준세액공제 축소(특별공제를 신청하지 않았을 때 산출세액에서 13만원을 일괄 공제해주는데 이 공제액을 줄이자는 것) ▲ 근로소득공제 축소입니다.

소극적 대안, 그러니까 공제 축소 등 인위적 조치 없이 자연적인 소득 증대를 기다리는 방안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적극적 대안 3가지는 손쉽게 면세자 규모를 줄일 수는 있지만 서민 증세 논란을 가져올 수 있고, 조세 저항을 불러올 공산도 있습니다.

공청회 이후 지난해 정기국회 세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도 면세자 축소 문제는 주요 논의 사항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 이종구 의원이 '당당국민법'이란 이름으로, 연소득 2천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자에 대해 월 1만원씩 연 12만원을 납부토록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근로소득공제율을 축소하자는 세법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법안 모두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채 상임위에 계류 중입니다.

면세자 축소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는 가운데, 조만간 출범할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조세재정개혁특위의 논의 안건으로 이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면세자 축소' 문제가 주요하고 시급한 현안으로 다뤄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면세자들 대부분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저소득층인 경우가 많아 이들의 면세 혜택을 축소할 경우 '서민 증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16년 면세자 비율이 전년 대비 3.2%p 떨어진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추세로 면세자 비율이 더 떨어질 경우 2~3년 안에 30%대로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정책 등으로 근로자 소득이 더 늘면 자연스럽게 면세자 비율 축소 속도가 더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연봉 1천만원 근로자는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지만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같은 사회보험료를 소득 대비 16.5%(개인 8.2%, 사용자 8.3%) 내고 있다"며 "면세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세제 개편 문제는 정치 환경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함수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현 정부가 지난해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해 부자 핀셋 증세를 시행했고, 올해도 강남의 다주택자들을 대상으로 한 보유세 인상 논의가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면세자 축소 문제는 시급한 정책 대상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득주도 성장을 내 건 정부인 만큼, 자칫 서민증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상 국민 납세의 의무와 국민 개세주의의 원칙을 실현하고 더 넓은 세원을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저소득 근로소득자의 면세 비율을 축소하자는 쪽과, 저소득층의 세부담을 늘릴 수 없다는 쪽의 공방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