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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UAE 양해각서에 '美도 용납 못 할' 독소조항 있다

[취재파일] UAE 양해각서에 '美도 용납 못 할' 독소조항 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과 2009년 원전 수주를 둘러싼 논란의 큰 맥은 잡혔습니다.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의 원전을 수주하면서 대가로 아크부대 파병과 관련한 4건의 양해각서와 약정을 맺었는데 그 속에 현 정부로서는 용납 못할 독소조항이 들어있습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 때 체결한 상호군수지원협정도 추가해야 합니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 11월 독소조항의 수정 또는 삭제를 요청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했지만 아랍에미리트의 반발만 샀습니다. 임종석 실장의 지난 달 아랍에미리트 방문은 소원해진 두 나라의 관계를 복구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5건의 양해각서와 약정, 협정이 품고 있는 독소조항은 무엇일까요? 이번 사태의 마지막 퍼즐입니다. 아크부대의 현지 임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이번 사태에 정통한 여야 정치인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한 가지 다시 꺼내 짚어봐야 할 점은 당시 국방장관이 양해각서와 약정 체결을 준비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했을 때 연합사 부사령관이 은밀하게 동행했다는 것입니다. 연합사 부사령관인 한국군 대장의 아랍에미리트 출장은 연합사 사령관인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보고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크부대의 숨겨진 역할을 미군이 알면 안 됐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달리 말하면 아크부대의 공개되지 않은 미래의 역할을 미군은 용납 못한다는 말도 됩니다. ‘아랍에미리트 유사시 군사적 지원’, ‘아크부대의 자동개입’설의 근거들입니다.
[취재파일] UAE 양해각서에 ‘美도 용납 못할’ 독소조항 있다
● 미군 몰래 양해각서? 약정 체결한 배경에 답 있다!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은 원전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 한 달 전인 2009년 11월 17~20일, 11월 23~26일 각각 나흘간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했습니다. 그 때 동행한 인물은 황의돈 연합사 부사령관입니다. 황 부사령관의 직속상관인 연합사 사령관이자 주한미군 사령관인 월터 샤프 대장에게도 알리지 않은 극비 출장이었습니다. 샤프 사령관은 황 부사령관의 출국 소식을 나중에야 전해 듣고 노발대발했다는 전언입니다.

김 장관과 황 부사령관의 아랍에미리트 방문 목적은 원전 수주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습니다. 핵 우산 제공과 연합 군사훈련의 정례 실시를 내건 원전 강국 프랑스를 따라잡기 위해 우리 군이 갖고 있는 패를 아랍에미리트에게 보여주기 위한 방문이었습니다. 김태영 장관은 이듬해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아랍에미리트가 무리한 요구들을 많이 했는데 40여 가지였다”고 말했습니다.

김 장관은 첫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을 독대했습니다. 김 장관은 국회 국방위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여러 부처가 협력해서 적극적으로 협조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한-UAE의 본격적인 양해각서와 약정 체결은 2010년 4~10월 이뤄졌고 일제히 2급 비밀로 봉인됐습니다.  

황의돈 부사령관은 자이툰 부대장 출신으로 중동 사정에 밝아서 김태영 장관을 따라 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샤프 사령관에게 아랍에미리트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은 역으로 샤프 사령관이 황 부사령관의 아랍에미리트 방문 사실을 알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열쇠는 여기에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아크부대에 대해 미군이 알면 안되는 사실은 무엇일까요? 아크부대의 임무와 관련이 있습니다. 아크부대의 임무는 아랍에미리트 특전사에 대한 교육훈련과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입니다. 이런 임무는 미국이 인지한들 하등 문제될 바 없습니다. 김 장관과 황 부사령관은 다른 비밀 임무를 아랍에미리트에게 약속했습니다. 야권의 한 정치인은 “아랍에미리트 왕정의 보호, 아랍에미리트 유사시 자동 개입 또는 군사적 지원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2009~2011년에 사이에 아크부대를 둘러싸고 불거졌던 가장 뜨거운 의혹이기도 합니다.

북한이 국지도발해도 미국 눈치 보며 허락을 구해서 비슷한 수준으로 대응하던 군이었습니다. 그런데 한반도를 벗어나 해외에서 아랍에미리트 유사시에 아랍에미리트를 위해 전투를 벌이거나 지원하는 일이라면 당연히 미군이 알면 안 됩니다. 샤프 사령관이 알면 펄쩍 뛸 일입니다. 비약 같지만 아랍에미리트가 반미 쪽에 섰을 때, 또는 아랍에미리트가 미국이 뒤를 봐주는 이스라엘과 맞붙는 상황까지 상정하는 정치인들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아크부대는 동맹국 미국의 군대와 싸우는 처지가 됩니다. 주한미군 사령관 몰래 아랍에미리트와 일을 꾸몄다는 점에서 간과해선 안 되는 지점들입니다.
[취재파일] UAE 양해각서에 ‘美도 용납 못할’ 독소조항 있다
● 2010년 11월 11일 국회 국방위에서 생긴 일

2010년 11월 11일이면 아크부대 파병 동의안을 둘러싸고 한창 시끄러울 때입니다. 야당은 “헌법에도 근거가 없다”며 파병을 반대했고 여당은 물론 찬성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유승민 의원이 11월 11일 국회 국방위에서 김태영 장관을 집요하고 매섭게 몰아붙였습니다.

유 의원은 2급 비밀로 봉인된 양해각서와 약정의 열람을 줄기차게 요구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은 2급 비밀 취급인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아랍에미리트와 맺은 양해각서와 약정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유 의원은 “국회의원 생활하면서 비밀을 누설한 적 없다”며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도 국회의원의 2급 비밀 열람은 가능하다”고 통사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김태영 장관은 “양국이 합의한 바가 있어서 열람이 제한된다”며 끝내 열람을 거부했습니다. 여당 의원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유승민 의원이 그토록 열람하고자 했던 이유는 또 무엇이었을까요?

유 의원은 “대통령과 국방장관, 외교장관, 외교안보수석 등 극소수만 봤던 비밀합의 문건이 있다는 의혹이 있다”며 “헌법 60조 1항이 규정하는 그런 조약이 비밀로 이루어졌다면 그것은 그 즉시 위헌이고 명백하고 중대한 국내법 위반이기 때문에 조약 자체가 무효”라고 일갈했습니다. 60조 1항은 국회가 상호원조 및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의 체결 및 비준 동의권을 갖는다는 내용입니다.

현 정부의 핵심들의 말과 유승민 의원의 2010년 11월 11일 발언이 소름끼치도록 똑같습니다. 현 정부의 핵심들도 “아크 부대 관련 양해각서와 약정들이 심각하게 국내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로 되돌아와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아크부대가 아랍에미리트에서 전쟁에 개입해야 한다든지 군수지원이든 뭐든 도와주게 되면 파병의 차원이 달라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아크부대의 아랍에미리트 유사시 왕정 보호 또는 자동 개입, 군사적 지원을 염두에 둔 말입니다. 아크부대 파병과 관련해 맺어진 양해각서 3건과 약정 1건, 협정 1건에 그런 흉한 조항이 들어있다면 김태영 장관은 자리를 걸고 숨겨야 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에게는 더없이 유리한 조항이기 때문에 송영무 장관이 가서 사정을 한들 아랍에미리트가 수정 또는 삭제해줄 리 만무합니다.

양해각서 3건과 약정 1건, 협정 1건이 품고 있는 독소조항은 현 정부도 야당이 아무리 국정조사로 협박한들 공개할 수 없는 것입니다. 공개되는 순간 자유한국당은 큰 타격을 입겠지만 여야의 차원을 넘어서 국익도 크게 훼손되기 때문입니다. 내일(8일) 아랍에미리트 왕세제의 최측근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 행정청장이 방한해도 달라질 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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