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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훈장(勳章)과 록 음악

'저항의 음악' 록과 훈장의 상관관계

박진원 기자 parkjw@sbs.co.kr

작성 2018.01.06 09:19 조회 재생수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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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취재파일 <기사(騎士)가 된 록 뮤지션들>을 통해 록 음악과 영국 작위제도의 관계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엔 록 음악의 또 하나의 축인 미국을 중심으로 국가가 수여하는 훈장제도와 록 음악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여기서 록 음악은 '흑인 블루스(blues)와 리듬 앤 블루스(rhythm and blues) 그리고 컨트리(country) 음악에 바탕을 두고 발전한 대중음악'이란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대통령자유훈장(Presidential Medal of Freedom<대통령자유훈장(Presidential Medal of Freedom>

민간인에게 주어지는 미국 최고 훈장은 대통령자유훈장(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이다. 대통령자유훈장은 1963년 당시 케네디 대통령이 행정명령(Executive Order 11085)으로 트루먼 대통령이 2차대전 때 민간인 공로를 기리기 위해 1945년에 만들었던 자유훈장(Medal of Freedom)을 승격시켜 제정했다. "미국의 국가 안보 또는 국익, 세계 평화, 문화 또는 다른 공공·민간 분야에 획기적으로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되며 대상은 미국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수여자는 대통령이 본인의 의사 또는 각계의 추천을 바탕으로 선정하며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또는 대통령이 적절하다고 선정한 날짜에 수여식을 한다. 제정 이후 오바마 대통령까지 모든 대통령이 2001년과 2010년을 제외한 매해 10명 내외의 인사들에게 훈장을 친수(親授, 직접 수여)해왔다. 트럼프 현 대통령은 임기 첫해인 지난해(2017) 사상 세 번째로 이 훈장을 수여하지 않아 미국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군인을 제외한 모든 민간인에게 주어질 수 있는 훈장인 만큼 문화예술계는 물론 과학, 종교, 스포츠, 학술, 정치, 행정, 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이 훈장을 받아왔다. 음악계에 대한 수상도 제정 첫해(1963)부터 시작됐다. 흑인영가로 유명한 성악가 마리안 앤더슨(Marian Anderson)이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 피아니스트 루돌프 세르킨(Rudolf Serkin)과 함께 영예를 안았다. 1969년 미국 재즈계의 거장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이 '대중음악계'의 첫 수상자가 된 뒤 케이트 스미스(Kate Smith, 1982), 카운트 베이시(Count Basie, 1985),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1985), 엘라 피츠제랄드(Ella Fitzgerald, 1992) 등 재즈와 스탠다드 팝계의 거장들이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에게 익숙한 팝·록 뮤지션들이 본격적으로 수상자 명단에 들기 시작한 것은 2천년대에 들어서다. 아들 부시(George Bush)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에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과 비비 킹(B.B. King)에게 수여했으며 자유와 인권에 관심이 많은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2009~2017) 중 가장 많은 10명의 대중음악가에게 자유훈장을 수여했다. 이들 중 대표적인 록 뮤지션들의 면모를 살펴보자(이들은 모두 록앤롤 명예의 전당(Rock and Roll Hall of Fame) 헌액자이기도 하다).
 
대통령자유훈장(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수장자들1.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 2005)
'소울의 여왕(Queen of Soul)'으로 불리며, 미국 대중음악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가수·작곡가·피아니스트. 흑인 교회 목사의 딸로 태어나 초창기엔 주로 가스펠을 부르다 소울, 일반 팝으로 작품세계를 확대. <롤링스톤(Rolling Stone)>지(誌) 선정 '역대 가장 위대한 가수 100명' 1위, 그래미상(賞) 18차례 수상.

2. 비비 킹(B.B. King, 2006)
'블루스의 왕(King of Blues)'으로 불리며 미국 남부의 흑인 블루스를 세계적으로 알린 기타리스트·가수·작곡가.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스티비 레이본(Stevie Ray Vaughn) 등 수많은 록 기타리스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롤링스톤(Rolling Stone)>지 선정 '역대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100명' 6위, 그래미상 15차례 수상. 2015년 타계.

3. 밥 딜런(Bob Dylan, 2012)
1962년 데뷔 이후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Times They Are A-Changin’>의 제목처럼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미국 대중문화계를 선도해온 싱어송라이터·작가·화가. 2016년에는 "위대한 미국 노래 전통 속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했다"는 이유로 음악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 오바마 대통령은 훈장수여식에서 "미국 음악사에 그보다 큰 거인은 없다"고 언급. 2008년엔 퓰리처상(賞) 수상. <롤링스톤(Rolling Stone)>지 선정 '역대 가장 위대한 작곡가 100명' 1위.
 

4.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2014)
12살 데뷔(1962)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들어온 미국 흑인음악계를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프로듀서·인권운동가. 유아기에 시력을 잃었음에도 건반·기타·타악기를 자유롭게 연주. 세계적으로 1억장 넘는 음반 판매고 기록. 2009년 유엔 평화대사 임명. 그래미상 25차례 수상.

대통령자유훈장(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수장자들5. 글로리아 에스테판(Gloria Estefan, 2015)
미국 내 라틴 음악계를 대표하는 쿠바 출신 미국인 가수·작곡자·배우. <콩가(Conga)>를 크게 히트시킨 라틴 팝 밴드 마이애미 사운드 머신(Miami Sound Machine)>의 보컬리스트. 이 팀의 리더이자 프로듀서인 남편 에밀리오 에스테판(Emilio Estefan)과 함께 수상.

6.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 2015)
감미로운 목소리와 통기타 연주로 유명한 70년대의 대표적 싱어송라이터. <You’ve Got a Friend>, <Fire and Rain> 등의 히트곡으로 유명하며 여성 싱어송라이터 칼리 사이먼(Carly Simon)이 전처(前妻).

7.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 2016)
60년대 미국 흑인음악계를 주도했던 모타운(Motown) 사운드의 주역 보컬그룹 슈프림즈(The Supremes)의 리드보컬 출신으로 70~80년대에는 솔로 가수, 배우, 프로듀서 등으로 맹활약. 1973년엔 재즈 싱어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를 그린 영화 <Lady Sings the Blues>로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 

8.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 2016)
'두목(The Boss)'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미국의 대표적 싱어송라이터·사회운동가. 미국의 좌절과 실패, 꿈과 희망을 그려낸 그의 작품들은 치부를 포함한 미국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담고 있어 '미국의 계관(桂冠) 록커'로 불리기도. 노동자·베트남전쟁 참전자 인권 등을 위해 앞장서 왔으며 2008년과 201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과 재선을 적극 지원.
 

앞서 언급했지만 현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자유훈장 수상자를 발표하지 않았다. 올해는 발표할지 주목되는데 보수적인 미국 지상주의자(至上主義者)인 트럼프가 과연 자유로운 성향의 음악인들을 포함한 예술인들을 얼마나 이 명단에 포함시킬지를 놓고 미국 언론에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거슈윈상(Library of Congress Gershwin Prize for Popular Songs>
<거슈윈상(Library of Congress Gershwin Prize for Popular Songs>

이 밖에도 미국에는 의회도서관이 평생을 통해 대중음악에 혁혁한 공헌을 한 작곡자 또는 가수·연주자에게 수여하는 거슈윈상(賞)이 있다. 미 의회도서관은 창의성을 인정하고 기념하는 도서관의 사명을 수행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세계 문화에 대한 대중음악의 지대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기리기 위해 2007년(오바마 대통령 임기 중) 이 상을 제정하고 수상해 왔다. 상의 명칭은 물론 미국 음악을 세계적 음악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으로 평가되는 작곡·작사가 형제 조지와 아이라 거슈윈 형제(George Gershwin(1898-1937, 작곡) · Ira Gershwin(1896-1983, 작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역대 수상자는 폴 사이먼(Paul Simon, 2007),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2009),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2010), 버트 바카락(작곡)과 할 데이비드(작사)(Bert Bacharach & Hal David, 2012), 캐롤 킹(Carole King, 2013), 빌리 조엘(Billy Joel, 2014), 윌리 넬슨(Willie Nelson, 2015), 스모키 로빈슨(Smokey Robinson, 2016), 토니 베넷(Tony Bennett, 2017)이다. 2013년 캐롤 킹까지 모든 수상자들은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상을 받거나 기념공연을 했다.

 <캐나다훈장(Order of Canada)> <캐나다훈장(Order of Canada)>

미국의 이웃이자 역시 록음악 강국인 캐나다로 눈을 돌려보자. 캐나다 역시 많은 대중음악가들에게 자국 최고 권위의 훈장을 수여해왔다. 캐나다의 형식적 국가원수인 영국 군주가 16개 영연방 국가의 국민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공로훈장(Order of Merit, 정원 24명)을 제외하면 민간인에게 수여되는 캐나다 최고의 훈장은 캐나다훈장(Order of Canada)이다. "평생을 통해 캐나다를 크게 변화시킨 캐나다인 또는 행동을 통해 세상을 보다 좋게 만든 비(非)캐나다(non-Canadian)인"을 대상으로 하며 자문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캐나다 총독이 영국 군주의 이름으로 수여한다. 캐나다도 영연방 국가인 만큼 캐나다훈장도 기사단에 바탕을 둔 영국 훈작제도와 비슷하게 동반자(Companion(CC), 1등급), 장교(Officer(OC), 2등급), 단원(Member(MC), 3등급)으로 훈격(勳格)을 나눈다. 영국과 같이 외국인에게는 명예훈장을 준다.

소설가이기도 한 캐나다를 대표하는 음유시인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 CC)은 2003년 1등급 훈장을 받았고, 캐나다 대표 프로그레시브 하드 록 밴드 러시(Rush)의 세 멤버(게디 리(Geddy Lee OC), 알렉스 라이프슨(Alex Lifeson OC), 닐 피어트(Niel Peart OC))는 1996년에, 행동하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사회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닐 영(Neil Young OC)은 2009년에 각각 2등급 훈장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밖에도 대표적인 두 여 가수 앤 머레이(Anne Murray CC, 1984), 셀린 디온(Celine Dion CC, 2013)는 1등급 훈장 수상자이고, 싱어송라이터 브라이언 애덤스(Bryan Adams OC, 1998), 그룹 게스 후(Guess Who)와 바크먼 터너 오버드라이브(Bach Turner Overdrive)를 이끌었던 랜디 바크먼(Randy Bachman OC, 2009), 여성 싱어송라이터 케이디 랭(K.D. Lang OC, 1996)은 2등급 훈장을 받았다.

<대한민국 문화훈장><대한민국 문화훈장>

우리나라 훈장에는 모두 12 종류가 있다. 그 중 국가 최고 훈장으로, 대통령에게 수여하며 그 배우자, 우방원수 및 배우자 그리고 대한민국의 발전과 안보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전직 우방원수와 그 배우자에게 수여할 수 있는 무궁화대훈장을 제외하면 건국훈장·국민훈장·무공훈장 등 11개 분야마다 5등급으로 나뉘어 수여된다. 이 가운데 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에 공을 세워 국민문화 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되며 최고 등급인 금관문화훈장부터 은관·보관·옥관·화관문화훈장까지 5개 등급이 있다.

앞서 영미 뮤지션들에게 적용했던 기준으로 록 뮤지션으로 분류될 만한 음악인 중에서는 조용필이 은관훈장(2등급, 2013), 신중현(2011)과 송창식(2012)이 각각 보관훈장(3등급)을 받았다. K-팝 인기 확산에 공헌한 싸이(본명 박재상)도 옥관훈장(4등급, 2012) 수상자다. 산울림의 리더 김창완은 2012년 대중문화예술상 대통령표창 수상자이다.

이 밖에도 대중음악계에서 이미자(2009), 하춘화(2011), 이수만(2011), 패티 김(본명 김혜자, 2013), 태진아(본명 조방헌, 2016), 남진(본명 김남진, 2017) 등이 은관훈장을, 김정구(1980), 박시춘(1982), 백년설(2002년 추서) 등이 보관훈장을, 황금심(1992), 배호(본명 배만금, 2003 추서), 현철(본명 강상수, 2006) 등이 옥관훈장을, 반야월(본명 박창오, 1991), 코리아나(1998), 현인(본명 현동주, 1999), 한명숙(2000), 정광태(2005), 최희준(본명 최성준, 2007), 설운도(본명 이영춘, 2008) 등이 화관훈장(5등급)을 각각 받았다.

대한민국 상훈법은 "훈장은 대통령이 친수(親授)함을 원칙으로 하되, 특별한 사유로 친수하지 못하는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전수(傳授)할 수 있다(29조)"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문체부에 문의한 결과 역대 대통령이 문화훈장을 직접 준 사례는 7건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신문사 사장 2명이 포함돼 있어 순수 문화예술계 인사가 받은 경우는 5건이었으며 대통령에게 직접 훈장을 받은 대중음악계 인사는 황금심(1992)과 이미자(2009) 단 2명뿐이었다. 국제 사회에서 '소프트 파워 · 문화의 힘'이 강조되는 요즘 우리도 대통령이 매해 문화훈장 수여 행사에 참석한다면 더욱 큰 화제가 되고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한류를 확산하는데 기여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