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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부적합 주고 탈락"…민낯 드러난 '학생부종합전형'

<앵커>

국립 한국교통대학교 입시에서 벌어진 수험생 인권 침해와 성차별·학교 차별은 그 자체로도 심각한 일이고, 또 대입에서 이른바 '대세 전형'이자 동시에 '깜깜이 전형'이란 오명도 갖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운영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기도 합니다.

이병희 기자가 자세히 보도합니다.

<기자>

문제가 된 국립 한국교통대 입시는 학생부종합전형, 즉 학종으로 치러졌습니다.

학종은 교과 성적뿐 아니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수상 경력이나 체험 활동 같은 비교과 부분까지 종합 평가해 선발하는 제도입니다.

지난달 교통대 면접장에서 학과장 A 교수가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면접관 A 교수 : 아버님이 현대 쪽에 계신가? (아버지가 ○○에 근무하십니다.) 오케이. 수고했어. 아버님이 외교관이신가? (대기업 상사 주재원입니다. ○○와 ○○ 국경 근처에서 5년 정도 살았어요.)]

교육부는 학생부에 부모나 친척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암시하는 것조차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수험생 역량 외에 다른 요소가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인데 이렇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면접관들 사이에 오간 대화를 들어봤습니다.

[면접관 A 교수 : ○○이는 내가 보기에는 게으를 가능성이 많아. 사람이 왜 살찌는지 아세요? 아무 걱정 없이 즐겁게 먹고 열심히 노력 안 하기 때문에…. △△이는 의지나 모티베이션(동기 부여), 아버지의 직업이나 여러 측면에서 유리한데, 외모가 너무 약하고….]

선입견이나 외모가 부당하게 평가 요소로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면접에 앞서 서류 전형은 더 큰 문제였습니다.

학생부와 자기 소개서, 교사 추천서 등으로 종합 평가해야 하는데 미리 정해둔 내부 기준에 따라 여학생과 특성화고 학생들은 기회를 부당하게 박탈당했습니다.

[대학 관계자 : 학생부종합전형 서류가 30페이지 가까이 돼요. 학교생활기록부·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봉사활동·수상 실적…뭐 트집 잡을 게 너무 많아요. '전공부적합'을 주고 떨어뜨리는 거예요.]

대학들은 학종 전형이 공정했는지 경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고, 검증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런 깜깜이 전형, 학종의 실체를 교통대 전형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탈락 특성화고생 담당 교사 : 왜 이 학생이 안 됐지? 하는 생각들은 했었지만, 이렇게 구체적이고 노골적으로 하리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죠. 이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잖아요. 이럴 수는 없는 거잖아요? 국립대학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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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동안 입시제도인 학종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보도했었는데, 이번에 그 실태가 분명하게 드러났네요.

<기자>

대학 안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학종의 당락이 결정되는지 알아낸다는 게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죠, 그런데 이번에 면접과 서류 전형 문제점이 공개되면서 학종의 검은 면이 드러난 겁니다.

<앵커>

학종의 취지가 나쁜 건 아닌데, 이런 식으로 불공정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게 큰 문제인 거잖아요?

<기자>

교통대처럼 마음대로 기준을 잡아 학생을 뽑아 놓고 탈락 원인을 '전공 부적합' 이렇게 확인이 어려운 이유를 갖다 붙일 가능성은 다른 대학에도 얼마든 있다고 봐야죠.

<앵커>

어제(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새 대입제도에 대해서 언급을 했는데,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까요?   

<기자>

문 대통령은 "공정하고 누구나 쉽게 준비할 수 있도록 단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공정과 단순에 방점이 찍힌 건데요, 학종의 문제점 즉 불공정과 복잡함을 해결하는 게 핵심이 될 겁니다.

아울러서 지나치게 커진 학종의 비중을 줄이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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