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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재판에서 져도, 마음은 지지 않는다"…위안부 피해자 송신도 할머니 별세

[리포트+] "재판에서 져도, 마음은 지지 않는다"…위안부 피해자 송신도 할머니 별세
*그래픽
"재판에서 졌지만, 그래도 마음은 지지 않았다."
- 故 송신도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송신도 할머니가 지난 16일 향년 95세로 돌아가셨습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어제(19일) "일본에 거주하던 송 할머니가 지난 16일 오후 2시 도쿄에서 노환으로 서거하셨다"고 밝혔습니다. 송 할머니의 별세로 현재 살아계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32명으로 줄었습니다.

마지막 외국 거주 위안부 피해자였던 송 할머니는 지난 1993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0년간의 길고 긴 싸움 끝에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패소했지만, 송 할머니는 "재판에서 졌지만, 마음은 지지 않았다"고 말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故 송신도 할머니를 기리며, 송 할머니의 삶을 되짚어봤습니다.

■ 7년간의 참혹한 위안부 생활…몸에 남은 '흉터'와 가슴에 묻은 '아픔'

송신도 할머니는 1922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습니다. 1남 2녀 중 장녀였던 송 할머니는 16살의 어린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습니다. 송 할머니는 군대의 명령이 있을 때마다 무창, 한구, 악주 등 중국의 여러 도시에 위치한 위안소를 옮겨 다니며 7년 동안 끔찍한 고초를 겪어야 했습니다.

송 할머니의 옆구리와 허벅지 안쪽에 남아 있던 칼자국과 팔에 새겨진 '가네코'라는 일본 이름 문신은 당시 참혹했던 위안부 생활을 보여주는 아픈 기억이자 증거였습니다. 송 할머니는 여러 번 임신 끝에 두 아이를 낳았지만 키울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중국인에게 아이들을 맡길 수밖에 없었고 다시는 볼 수 없었습니다.
송신도 할머니
■ "왜 조선의 아이들이 그런 고생을 해야 했나"…10년간 이어진 송 할머니의 싸움

일본의 패전 소식을 들었지만, 갈 곳이 없던 송 할머니는 "결혼하고 일본으로 가자"고 하는 일본 군인의 말에 속아 일본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이 군인은 송 할머니를 버리고 도망갔고, 송 할머니는 고국을 떠나 일본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야 했습니다. 해방됐지만 일본에서의 삶도 녹록지는 않았습니다.

송 할머니는 어려운 생활 탓에 술집과 공장일, 막노동 등 온갖 일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중 송 할머니는 1991년 12월 故 김학순 할머니를 비롯해 우리나라에 거주 중이던 또 다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도쿄지방재판소에 위안부 문제를 제소했다는 소식을 듣고 큰 결심을 하게 됩니다.

1993년 송 할머니는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도쿄 지방재판소에 제기했습니다. 할머니의 재판 의지와 증언에 힘입어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이 만들어졌고,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패소가 확정되기까지 10년간 송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데 앞장서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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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일본의 전쟁에 조선의 철부지 아이들이 끌려가서 그런 고생을 해야 했는가, 생각하고 생각해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 故 송신도 할머니 //
■ "잔혹한 전쟁, 다시는 없어야 한다"…사라지지 않을 송 할머니의 뜻

재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 송 할머니의 이야기는 2007년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라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됐습니다. 다큐멘터리가 공개되자 일본과 우리나라, 세계 각지에서 큰 공감과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최근까지도 송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지난달 송 할머니는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김복동 할머니와 함께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으로부터 ‘여성인권상’을 수상했는데, 당시 상금으로 받은 1억 원을 고스란히 다시 재단에 기부했습니다.

송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전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평화를 위해 투쟁해온 송신도 할머니의 뜻은 여전히 살아 있다"며 "송 할머니의 뜻은 진정한 평화가 이뤄질 때까지 침묵 속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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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전쟁은 두 번 다시 해서는 안 됩니다. 위안부뿐만이 아니라 중국인도, 일본군 병사도 시달린 비참한 모습을 나는 이 두 눈으로 직접 봤습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또다시 그런 잔혹한 전쟁을 시작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과거를 반성 안 하니까,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거예요."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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