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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연말 대북 제재 법안 봇물…트럼프보다 몰아치는 미 의회

손석민 기자 hermes@sbs.co.kr

작성 2017.12.07 08:25 조회 재생수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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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월드리포트] 연말 대북 제재 법안 봇물…트럼프보다 몰아치는 미 의회
'화염과 분노' '완전한 파괴'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낸 대북 강경발언입니다. 대통령의 발언과 함께 행정부에선 항공모함 전단 파견, 독자 금융제재 등으로 북한을 옥죄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강경하기로는 미 의회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상·하원을 가리지 않고, 또 여당인 공화당은 물론 야당인 민주당도 각종 대북 제재 법안을 발의하고 압도적으로 가결시키고 있습니다.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강펀치를 날리고 있는 의회의 북한 압박 작전을 들여다봤습니다.

● 국방수권법안(H.R. 2810)

▶ [단독] 美 의회 "핵미사일 발사 잠수함 한반도에 배치" (2017.11.14 8뉴스)

지난달 SBS보도로 확인된 내용이지만 대북 압박 법안에 첫 손으로 꼽히는 것이 국방수권법안입니다. 국방수권법안은 우리 돈으로 800조 원에 이르는 미국의 2018년도 국방 예산을 어디에 얼마나 쓰라는 지침서입니다. 2,4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인데 의회는 이 가운데 10여 페이지에 걸쳐 북핵 위협에 대한 대처 방안들을 행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의회가 필요 사항으로 규정한 6가지 항목을 보면

1) 아태 지역 내 미사일 방어, 장거리 타격 자산, 중거리 타격 자산을 포함한 미국의 핵심 군사 자산의 가시적 시현 증대(increased visible presence)
2) 아태 지역 내 동맹국들과의 군사 협력, 훈련, 통합 방어 증대
3) 아태 지역 내 동맹국들에 대한 군사 판매(military sales) 증대
4) 아태 지역 내 이중 능력 항공기(dual-capable aircraft) 배치 및 훈련 계획
5) 미국의 핵전력 태세(nuclear force posture)에 있어 필요한 수정 조치, 잠수함 발사 핵순항 미사일(submarine-launched nuclear cruise missiles)의 재배치 포함
6) 아태 지역 내 확장억제 및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장관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다른 조치


등 입니다.

1)과 2)는 항공모함 전단의 한반도 주변 전개 등으로 이미 가시화 되고 있고, 3)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달 국빈 방문 과정에서 공식화한 바 있습니다. 핵심은 4)과 5) 항목입니다.

4)에서 이중 능력 항공기는 핵폭탄과 재래식 폭탄을 함께 장착할 수 있는 폭격기를 의미하는데 현재 미군이 보유한 전략 자산 가운데 B-52 스트라토포트리스가 해당됩니다. 60년 넘게 운용된 미 전략공군사령부의 주력 폭격기로, 1956년 비키니 섬에 수소폭탄을 투하했고 베트남전과 이라크전에도 투입된 바 있습니다.

5)에서는 잠수함 발사 순항 미사일(핵탄두 장착)에 주목해야 합니다. 상원안에서는 빠져있다 상하원 조정위원회에서 추가된 내용으로, 최후의 전략무기라 불리는 핵추진 잠수함에 장착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뜻합니다. 핵탄두 장착 잠수함 발사 미사일은 냉전이 끝난 뒤 미국이 보관만 하고 있던 건데 이걸 아태 지역에 재배치 하라는 건 의회가 북핵 위협을 실제 위기 상황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종합하면 미국의 3대 전략 자산 가운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외한 전략폭격기와 핵추진잠수함(핵탄두 미사일 장착)을 아태 지역에 전개하라는 요구인 셈입니다. 국방수권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까지 마친 상태로 매티스 국방장관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서면으로 추진 상황을 의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습니다.
 
● 북한인권법 재승인법(S. 1118) & 대북 외교정책 효과증진법(S. 1901)

현지시간 5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한 법안들입니다. 북한인권법은 2004년 처음 제정된 뒤 4~5년마다 재승인돼 왔는데 북한 주민의 인권을 증진하고 외부 정보 유입을 지원하며, 탈북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법안입니다. 직전인 2012년 재승인법과 비교해보면 정보통신의 발달에 따라 USB나 미니SD카드와 같은 소형 저장장치를 통해 북한에 외부 정보를 전파하는 걸 지원하도록 했습니다.

태영호 前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망명 후 처음으로 지난달 미국을 방문했는데 ( ▶'망명' 태영호 방미…"방송 송출해 北민심 흔들어야" (2017.11.1 모닝와이드)) 태 前 공사 역시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주민 맞춤형 방송을 송출해 민심을 흔드는 게 군사 옵션보다 유용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인권법에서 눈에 띄는 항목에는 중국에 대한 압박 조치도 있습니다. 중국 정부에 의한 탈북자 강제 북송을 즉각 중단하도록 미 행정부가 중국에 촉구하라고 요구한 건데, 인권 문제를 고리로 북한과 중국을 함께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대북 외교정책 효과증진법은 외교위원회의 여야 중진 의원이 공동 발의한 법안입니다. 공화당 소속 코리 가드너 아태 소위원장과 민주당 간사인 에드 마키 의원이 초당적으로 나섰습니다. 북한을 외교적,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데 실패한 국가들에 대해 미국의 원조를 축소하거나 종료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울러 북한 정부는 물론 관련 기관이나 단체와 거래하는 어떤 단체나 금융 기관도 미국 내 재산을 동결하고, 거래를 차단하는 조항도 들어있습니다. 특히 북한과 광물 등을 거래한 중국 기업 10개의 이름을 법안에 특정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즉 제3자 제재를 구체화했습니다.

● 제3자 제재, 세컨더리 보이콧 법안들초강력 대북제재법안 '웜비어법' 美 하원 통과보다 본격적인 세컨더리 보이콧 법안들도 줄줄이 상하원 문턱을 넘고 있습니다. 하원에서는 앤디 바 의원이 발의한 법안(H.R. 3898)이 지난 10월 하원 전체회의를 통과했고, 상원에선 초당적 법안(S. 1591)이 지난달 은행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이 두 법안은 북한에 억류됐다 미국으로 송환되자마자 숨진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기려 ‘오토 웜비어법’으로 명명됐습니다. 이 법안들의 특징은 대북 제재에 법적 구속력을 부과했다는 겁니다. 대북 제재를 이행하지 않는 미국 금융 기관과 개인에게는 최소 100만 달러,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벌칙 조항을 명시했습니다. 이 두 법안은 연말까지 상하원 전체회의 통과가 유력한 상황입니다.

이와 별도로 지난달 1일부터 발효된 적국 제재법(H.R. 3364)도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담고 있는 법안입니다. 공화당 소속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이 발의한 법인데 북한과 거래하는 해외 금융 기관이 미국 금융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게 했고, 북한과 거래하는 국가에 대한 미국의 원조도 금지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 1월부터 시작된 115대 미 의회에서 북한과 관련해 모두 20건의 법안 또는 결의안이 발의돼 통과되거나 처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1년 전 114대 의회의 13건에 비해 50%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수치도 수치지만 법안의 수위도 북한의 도발이 미 본토까지 겨냥하면서 급상승했습니다.

국무부와 국방부 등 해당 장관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법안의 이행을 담보하도록 한 점도 같은 맥락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압박이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 따라 좌우되는 게 아니라 의회와 여론을 등에 업고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할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