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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베일 벗는 '화성-15형'…"대형 탄두 싣고 美 타격 가능"

[취재파일] 베일 벗는 '화성-15형'…"대형 탄두 싣고 美 타격 가능"
지난 달 29일 새벽 북한이 ICBM급 미사일을 쏘자 당일 군의 일성은 “화성-14형 개량형 같다”였습니다. 그날 낮 북한은 중대보도를 통해 “화성-15형을 발사해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선포했습니다. 다음 날 공개된 화성-15형의 사진과 영상은 역시나 북한의 기존 ICBM급인 화성-14형과 많이 달랐습니다. 군은 마침내 지난 1일 “화성-15형은 새로운 ICBM급 미사일이고 사거리가 13,000km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공식 분석을 내놨습니다.

북한과 우리 군의 발표 이후 일각에서는 600kg 정도 되는 핵 탄두를 재진입체에 넣고 쏘면 사거리가 13,000km에 못 미칠 것이란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동식 발사차량 을 자체 개발 또는 개조할 능력을 확보함에 따라 초대형인 화성-15형의 전력화가 어렵지 않고 위협의 강도는 유례가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제기됐습니다.

미사일 권위자인 장영근 한국 항공대 교수가 화성-15형을 '현미경' 분석한 결과 15형의 베일이 많이 벗겨졌습니다. 무거운 핵 탄두를 싣고도 미 대륙을 충분히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드러났습니다. 바퀴축이 9개인 발사 차량은 너무 커서 오히려 ICBM의 기동성을 떨어뜨릴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 "600kg 핵 탄두 탑재하고 최대 사거리 12,500km"

장영근 교수가 화성-15형을 화성-14형과 비교해봤습니다. 화성-14형은 전체 길이가 19.8m이고 화성-15형은 0.8m 늘어난 20.6m였습니다. 무게는 14형이 41톤이고 15형은 54톤으로 추정됐습니다. 이렇게 커지고 무거워졌으니 새로운 발사 차량을 만든 것입니다.

1단 추진체의 경우, 길이는 14, 15형 둘다 10.9m인데 직경은 화성-15형이 2m로 14형보다 0.2m 커졌습니다. 화성-14형에는 백두산 엔진 1기가 장착된데 반해 화성-15형에는 백두산 엔진 2기를 클러스터링했기 때문에 1단 추진체의 직경이 커진 것입니다. 화성-15형은 1단 추진체 자체가 커졌으니 백두산 엔진 2기를 집어 넣고도 연료와 산화제를 14형보다 1.23배 더 주입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화성-15형의 미사일을 밀어올리는 힘, 즉 추력의 증가는 1단 추진체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취재파일] 베일 벗는 '화성-15형'…'대형 탄두 싣고 美 타격 가능
드라마틱한 변화는 2단 추진체에서 나타났습니다. 화성-14형의 2단 추진체는 길이 2.6m에 직경 1.4m인데 15형은 길이 3.3m에 직경이 2m로 추정됐습니다. 15형 2단 추진체에 어떤 엔진을 넣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위와 같은 데이터만를 토대로 연료와 산화제의 양이 3배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됐습니다. 사거리와 직결되는 2단 추진체의 추력이 14형보다 크게 커졌으니 화성-15형의 비행 성능은 넉넉히 ICBM 범주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장영근 교수의 시뮬레이션 결과 15형의 사거리는 600kg 핵탄두 탑재시 11,000~12,500km, 450kg 핵탄두 탑재시 12,500~15,000km로 분석됐습니다. 화성-14형도 ICBM급이라고는 하지만 대형 탄두를 탑재하면 사거리가 7,000~8,000km에 그친다는 분석이 있었는데 15형은 대형 탄두를 싣고도 14형의 사거리를 훨씬 능가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15형의 탄두 중량과 사거리만 따지면 북한은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확보한 셈입니다.

● 의문의 재진입 기술과 괴물 발사차량

재진입체가 대기권을 뚫고 들어오는 재진입 기술은 북한에게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화성-14, 15형은 지금까지 고각 발사만 해봤는데 고각 발사로는 재진입 기술을 입증할 수가 없습니다. 정상각 발사를 통해서만 시현할 수 있습니다.

화성-12형은 일본을 넘겨 태평양에 떨어뜨리는 정상각 발사를 몇 차례 해봤지만 화성-12형은 중거리 미사일입니다. 중거리 미사일급의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도 불명확한데다 중거리 미사일은 ICBM보다 낙하 속도가 마하 10 이상 늦습니다. 화성-12형 정상각 발사로 ICBM의 재진입 기술을 실험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화성-15형은 이번 시험발사에서 대기권 진입시 마하 24, 종말단계시 마하 20의 낙하 속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ICBM의 전형적인 낙하 속도입니다. 고각이 아니라 정상각 발사에서도 이런 속도로 열과 압력을 견디며 재진입체 내부 손상 없이 떨어지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특히 정상각 발사를 하면 대기권을 비스듬히 뚫기 때문에 대기권층으로부터 튕겨 나가기 십상인데 이 역시 극복해야 합니다. 재진입 기술은 북한에게는 ICBM을 완성하기 위한 절대기술이 됐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미국 언론들은 미 정부 관료를 인용해 “화성-15형 재진입체가 부서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ICBM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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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번에 선보인 9축 18륜의 이동식 발사 차량의 성능에 대해서도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분석을 했습니다. 기존의 중국 WS-51200을 개조한 8축 16륜 발사 차량을 다시 한번 손 봐서 9축 18륜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길이는 약 2m 늘어 22.11m로 추정됐습니다. 

9축 차량은 길이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장 교수는 “9축 차량은 회전에 따른 곡률반경이 커져야 하기 때문에 일반 도로에서 이동할 때 기동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너무 길어서 직진밖에 못한다는 뜻입니다. 곡선 도로는 특수하게 설계돼야만 9축 발사 차량이 주행할 수 있습니다. 차량은 만들었는데 몰고 다닐 길이 없습니다. 장 교수는 “미사일 규모로 보면 화성-15형은 러시아의 최대 ICBM만하다”며 “15형을 전력화한다면 이동식 차량이 아니라 사일로(Silo)에서 고정 발사하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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