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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문'만으로 적성을 알 수 있다는 검사의 실체

노유진 기자 knowu@sbs.co.kr

작성 2017.11.30 17:33 조회 재생수1,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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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지문만으로 적성을 알 수 있다는 검사의 실체
“적성을 알면 SKY보낼 수 있다”

대입에서 학생들의 적성을 강조하는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이 점차 늘어나면서 이런 학원 광고 문구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맞는 말이다. 적성을 빨리 찾아야 어떤 학과를 가서 공부 할지 정하고, 그에 맞는 동아리 활동 등을 해야 대학 갈 때 필요한 '스펙'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그 적성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다. 

불안한 마음에 학부모들은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그 중 하나가 '지문적성검사'를 하는 곳이다. 열 손가락 지문만 찍으면 아이가 어떤 성향인지 그리고 어떤 직업을 가지면 좋을지가 결과로 나온다. 심지어 진학하면 좋은 전공학과도 추천해 준다. 지문적성검사●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단지 열손가락 지문만으로 정말 자신의 적성을 알 수 있을까? 직접 중학생 2명과 함께 검사를 받아봤다. 지문인식 스캐너에 손가락 10개를 찍는데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지문을 찍자마자 바로 컴퓨터에 입력되고, 지문이 어떤 형인지 나오는데 감성적인 지문, 자기중심적인 지문 등 특징도 바로 알 수 있다. 자세한 결과는 일주일 뒤 서류로 받아 볼 수 있는데 20여 쪽 분량이었다. 결과지에는 검사를 받은 사람의 스트레스 요인과 해소 방법, 추천 직업, 추천 전공학과 등 여러 가지 내용이 담겨 있었다. 

● 결과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결과를 받았던 업체에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기자: 과학적 근거와 통계가 있다던데 (내용을) 어디서 좀 찾아 볼 수 있나요?

업체: 근데 이제 그게 뭐 이렇게 보실 수 있는 공식 사이트에 막 나와서 내용을 찾거나 이러긴 좀 힘드실 것 같으신데요. 

기자: 과학적 통계가 어떤 것인지 논문을 찾아볼 수는 없다는 말씀이시죠?

업체: 그렇죠. 네네 

기자: 그럼 이건 무엇을 근거로 결과가 나오는 건가요?

업체: 이제 인원 대비해서 통계적인 수치를 가지고 지금 이제 하는 거기 때문에 그래서 이제 사람들이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 거거든요. 

기자: 자기이해지능 이런 결과가 나오기도 하던데, 그럼 이 분류도 검사 받은 사람들끼리 통계를 낸다는 말씀이신가요?

업체: 그런 거는 아니고 이제 그 지금 선생님(기자)께서 요구하는 거는 지문적성검사가 과학적으로 어떤 통계적인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서 이런 데이터가 나오는 거냐 이제 이런 거를 물어보시는 건데요. 이게 건너 건너서 뭐 연관된 거를 가지고 연관성이 있어서 하는 건 맞아요 두뇌하고 손가락하고. 근데 이거를 딱 입증해줄만한 논문이 딱 하나하나 뭐 이렇게 몇 개 있어갖고 그게 원 톱으로 이렇게 보여주는 이런 논문이 없다는 거죠.
지문적성검사돌아온 대답은 생각보다 황당했다. 검사를 하고 직접 결과를 알려주는 곳조차 이 검사가 어떤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진행되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혹시나 이 업체만 그런 것은 아닐까 하고 다른 곳에 전화 해봤지만, 다른 업체 역시 마찬가지였다. 과학적 근거를 증명해줄 만한 논문을 찾을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그런 논문은 ‘준비중’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어떤 근거가 있으니까 이렇게 검사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하고 학술지와 논문들을 뒤져봤지만, ‘지문’과 ‘적성’의 직접적인 관계를 밝혀내는 근거자료는 찾을 수가 없었다. 다만 우리나라 연구 중 지문과 다중지능의 연관성에 대해 언급한 논문이 있었는데 이마저도 과학적 검증이 된 논문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피험자가 어떻게 이 검사를 받는지에 대해서만 주로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논문이 실린 학회지는 ‘기존의 과학에서 무시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능력과 현상들을 도외시하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학회에서 발행된 것이었다. 

이런 내용을 담은 보도가 나가고 나서 전화와 메일로 관련 업체사람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그 중 어떤 메일에는 지금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증명이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과학적으로 증명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검사를 바탕으로 아이들의 적성을 찾아야 하는 걸까?그렇게 자녀의 적성을 찾아주고 싶어 하는 학부모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문적성검사' 사실 5년 전 쯤 강남 학원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실효성 논란이 일자 인기가 사그라 들었다가 학생부 종합전형 같이 학생들의 적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입시 전형들이 늘어나면서 다시 유행하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무엇이라도 해볼까 하는 심정으로 여러 검사들을 하는 학부모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만약 학교 교육과정에서 충분히 아이의 적성을 찾을 수 있었다면 이런 검사를 받으러 갈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 교육이 아이들의 적성을 ‘평가’하기만 하고, 찾아주지는 못하는 것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 지문 검사로 아이 적성 안다?…"과학적 근거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