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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최강' 美 7함대는 왜 '최악의 사고 함대'가 됐을까?

[취재파일] '최강' 美 7함대는 왜 '최악의 사고 함대'가 됐을까?

한세현 기자 vetman@sbs.co.kr

작성 2017.11.26 10:13 수정 2017.11.26 13:2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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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최강 美 7함대는 왜 최악의 사고 함대가 됐을까?
올해 들어서만 벌써 6번째입니다. 바로 직전 사고로부터는 불과 사흘 만이었습니다. 지난 22일, 미 해군 7함대 소속 수송기가 일본 오키나와 해상에 추락한 겁니다. 사고 수송기는 일본 자위대와 합동작전을 마치고 필리핀 해에 있는 레이건 항모로 돌아가던 사고가 바다로 떨어졌습니다. 사고 원인은 프로펠러 엔진고장으로 추정됩니다. 탑승자 11명 가운데 8명은 구조됐지만, 3명은 실종됐습니다.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에 주둔하는 미 해군 제7함대는 한반도를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전체를 작전구역으로 합니다. 함선 60척, 항공기 350대, 병력 6만 명을 보유한 미 해군의 핵심전력입니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로 인한 한반도 해양안보도 이 7함대가 담당합니다. 함대에 소속된 이지스함은 각종 최첨단 장비를 장착해, 한 척만 가격만도 1조 6천억 원이 넘습니다. 이 때문에 이들 함정은 단 한 번의 안전사고만 발생해도 매우 충격적인 일로 여겨집니다.

이런 7함대에서, 앞서 얘기한 것처럼, 올해 들어서만 무려 6번이나 사고가 났습니다. 그러니 그로 인한 충격이 얼마나 클지는 설명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더욱이 지난 6월과 8월에는 7함대 소속 이지스함이 상선과 부딪혀 승조원 17명이 목숨을 잃기까지 했습니다. 사고 책임을 물어 지휘관들이 연이어 경질됐지만, 사고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최강’으로 평가받던 미 7함대는 왜 ‘최악의 사고 함대’가 됐을까요?
미국 7함대 수송기 추락, 미항모
● 연이은 사고의 핵심 원인 ‘과도한 업무’

사고 원인은 복합적일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승조원들의 과도한 업무’를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꼽습니다. 미 해군 전력은 2년 주기로 ‘작전 전개’와 ‘정비·훈련’, 그리고 ‘임무 수행을 위한 인증’을 평가받습니다. 이른바 ‘순환식 준비태세 주기(rotational readiness cycle)’입니다. 2015년 미국 정부회계처가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미국 본토에 배치된 구축함/순양함은 대략 작전 전개 40% / 정비·훈련 60%의 시간을 할당받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런데 7함대 함정들은 작전 전개 67% / 훈련 정비 33%의 시간을 할당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예 훈련을 위해 부여된 기간은 별도로 없었습니다. 이 통계가 주는 메시지는 단명합니다. ‘7함대는 상대적으로 작전에 자주 투입되다 보니, 정비와 재충전, 훈련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라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엔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분쟁에,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7함대 승조원들의 업무량은 더 늘어났다는 분석입니다. 그런 점에서, 승조원들의 집중력과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과다한 업무’는 승조원들의 기본 전투력도 떨어트립니다. 매년 전체 함정 승조원 가운데 30% 정도는 새로 들어오는 신입 승조원입니다. 당연히 새로운 업무와 장비, 팀워크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업무는 이런 ‘필수적인 시간’마저 빼앗아 갑니다. 실제로 7함대 소속 함정 승조원의 17%가 작전운용에 필요한 자격인증 기한이 만료되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버스운전사도 7함대 장병처럼 일하지 않는다.".라며 7함대의 빡빡한 일정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일부에선, 상황이 이런 데도 이를 제대로 잡을 수 있는 인사정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태평양함대사령관이나 7함대 사령관 직책에 ‘항공장교’가 오랫동안 보직되며, 함정훈련에 대한 지휘관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수상함 승조장교들도 보직관리를 위해 육상직책을 선망하고 위험한 함정근무는 기피하다 보니, 함정에 노련하고 유능한 항해장교들이 줄어든 것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미국 7함대 수송기 추락, 미항모
● 예산 감축으로 인한 ‘정비 불량’도 사고 원인

과도한 업무과 함께 또 다른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정비 불량’입니다. 최근 함정은 전자지도나 자동항법장치 등 첨단 전자장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과거 노련한 원·상사들이 담당하던 역할 상당수를 이제는 첨단 장비가 대신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시스템은 철저한 정비 점검과 관리를 전제로 운영됩니다. 그런데 최근 관련 예산이 줄어들며, 장비 점검과 관리가 소홀해졌단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 정부회계처는 2012년 강제국방예산감축이 시행된 뒤, 예산 부족으로 정비가 지연되거나 부실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부품의 공급도 원활하지 않아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항공기나 잠수함보다는 수상 함정, 그 가운데서도 특히 해외에 배치된 함정들에서 두드러진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로 인해 전반적인 정비태세의 하락현상이 계속되고 장비의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도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입니다.

물론, 이 같은 ‘제3의 요소’를 사고 원인으로 탓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준엄한 시각도 있습니다. 스콧 스위트프 미 태평양함대사령관은 최근 사고들이 전투 진형이나 기동훈련, 등화관제, 무선통제 등이 요구되는 전술상황이 아닌, 가장 기본적인 단독항해 중에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다시 말해, 항해 당직자들의 무사안일과 철저하지 못한 지휘가 문제였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가장 기본적인 사항조차 지키지 않아 발생한 명백한 ‘인재(human error)’라는 것입니다.

● “세계 최대 해군일지는 몰라도, 최고의 해군은 아닌 것 같다”

원인이야 어찌 됐건, 최근 잇따른 7함대 안전사고가 던지는 메시는 매우 엄중합니다. 무엇보다 사고가 발생한 곳이 안보상 매우 위중한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미 7함대는 북한 미사일을 탐지·요격하기 위한 6∼7척의 이지스 구축함과 순양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귀중한 자산을 활용하지 못하게 된 것은 우리 안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던 미 해군에 대한 신뢰와 위상에 흠이 생겼다는 것도 걱정스러운 점입니다. 미 해군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해양안보를 지키며, 이 지역이 세계 경제발전을 추동하도록 하는 데 이바지해왔습니다. 또, 현재 미 해군은 중국의 공세적인 해양 확장을 견제하는 역할도 하고 있는데, 잇따른 사고로 그 역할 대한 의구심도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 해군이 세계 최대의 해군일지는 몰라도, 최고의 해군은 아닌 것 같다.”라는 자조적인 비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재앙과 환난은 항상 하찮게 여긴 것이 쌓여서 생긴다”

송나라 대유학자 구양수가 쓴 ‘영란전서’에는 ‘화환상적어홀미(禍患常積於忽微)’이란 글귀가 나옵니다. 재난과 근심은 언제나 작은 것에서부터 쌓인다는 뜻으로, 사람은 큰 돌에 걸려 넘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하찮게 여겼던 작은 돌에는 잘 걸려 넘어진다는 말입니다. 즉, 큰 돌은 눈에 잘 보이기 때문에 미리 조심해 피해 할 수 있지만, 작은 돌은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보지 않다가 걸려 넘어지게 된다는 뜻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적’은 물리치기 쉬울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눈에 잘 띄지 않는, 그래서 소홀히 넘기는 ‘우리 내부의 적’이 더 물리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망망대해를 다니며 함정을 잘 운용하는 것, 그것만으로 분명 매우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게 기본입니다. 그. 적과 싸워 이기는 것은 그다음 차원의 일입니다. 혈맹인 미 해군이 상처를 잘 치유하고, 우리 해군과 힘을 모아 해양 안보를 든든하게 지켜주길 기대합니다.

▶ [관련보도] 올해만 6번째 사고…美 7함대 소속 수송기 추락,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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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정호섭 충남대 군사학부 석좌교수(前 해군참모총장) “불신 받는 미 7함대의 전투준비태세, 한국해양전략연구소), Daniel G. Straub and Patrick M. Cronin. “Corese Correction: The Navt Needs to Invest in People, Not just Platforms” War on the Rocks, Sept 01. 2017., Alex Horton and Thomas Gibbons-Neff. “Deadly Navy accidents in the Pacific raise questions over a force stretched too thin” The Washington Post, August 26. 2017., Sam LaGrone. ” Chain of Incidents Involving U.S. Navy Warships in the Western - Pacific Raise Readiness, Training Questions” USNI Nesws, August 21. 2017., Adm. John Richardson. “The Future Navy” white paper, May 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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