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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그녀가 돌아왔다, 라니냐 시작…때 이른 한파 오나

[취재파일] 그녀가 돌아왔다, 라니냐 시작…때 이른 한파 오나
라니냐(La Nina)가 시작됐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지난 8일 라니냐가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라니냐(La Nina)는 열대 태평양의 바닷물이 기준 이상으로 차가워진 상태가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라니냐는 스페인어로 ‘여자 아이’를 뜻한다. 라니냐와 정 반대로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기준 이상으로 뜨거워진 상태가 지속되는 현상은 ‘엘니뇨(El Nino)’라고 한다.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남자 아이’를 뜻한다. 라니냐와 엘니뇨는 어찌 보면 남매인 셈이다.

열대 태평양의 바닷물이 다시 차가워지는 것은 1년 만의 일이다. 지난해(2016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약한 라니냐가 나타났었는데 다시 나타난 것이다. 라니냐가 꼭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평균 4~5년에 1번, 때로는 8~9년에 1번 발생하기도 하는데 2015~2016년 슈퍼 엘니뇨가 발생한 이후에는 특이하게도 연이어 라니냐가 발생한 것이다. She's back!

기상청은 라니냐(엘니뇨) 감시구역인 열대 태평양(Nino 3.4 지역 : 5°S~5°N, 170°W~120°W)의 3개월 이동평균한 해수면 온도 편차가 -0.5℃ 이하(+0.5℃ 이상)로 5개월 이상 지속될 때 그 첫 달을 라니냐(엘니뇨)의 시작으로 정의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의 라니냐 판단 기준은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르다. 우선 라니냐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 편차가 -0.5도 이하 이어야한다. 두 번째는 -0.5도 이하의 상태가 적어도 6개월(several seasons)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어야 한다. 현재 각국의 기상 당국은 바닷물이 차가워진 상태가 내년 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바닷물만 차가워지는 것이 아니라 대기 운동(기상 현상)에도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 라니냐 감시 구역인 중앙과 동쪽의 열대 태평양에는 예년보다 비가 적게 내리고 대신 서쪽인 인도네시아 부근 열대 서태평양에는 예년보다 비가 많이 내려야 한다. 국립해양대기국은 현재 이 3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면서 라니냐 시작을 선언했다.

그렇다면 라니냐가 발생하면 지구촌에는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우선 라니냐 판단 기준에도 들어 있듯이 열대 중앙 태평양과 동태평양은 예년보다 비가 적게 내리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 열대 서태평양지역에는 예년보다 비가 많이 내린다. 열대 태평양지역에서 예년과 다른 기상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문제는 호수에 커다란 돌을 던지면 물결이 돌이 떨어진 자리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호수 전체로 물결이 퍼져 나가듯이 열대 태평양의 기상이변은 연쇄적으로 지구촌 곳곳에 기상이변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우선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철에, 특히 겨울철 전반에 북풍 계열의 바람이 우리나라로 자주 불어오면서 기온이 평년보다 낮고 강수량이 적은 경향이 있다. 겨울철, 특히 초겨울에 눈이 적고 한파가 닥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0~2011년 라니냐 발생 시 우리나라 겨울철(2010.12~2011.2)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0.6도 낮아 추웠고 강수량도 평년의 60% 수준으로 적었던 적이 있다.

알래스카와 캐나다 서부, 미국 북부지역에도 한파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미국 남부지역은 예년보다 고온 건조한 날씨가 나타난다. 그 밖에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강수량 증가나 이상 저온, 가뭄 같은 기상이변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라니냐 발생으로 기상이변이 태평양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아래 그림 참조).
전 세계 라니냐 영향 지도
라니냐가 발생하면 세계 최대 어장 가운데 하나인 페루 앞바다는 황금어장으로 변한다. 라니냐는 동풍인 적도 무역풍이 강해지면서 적도 동태평양의 물을 서쪽인 인도네시아 쪽으로 쓸어가면서 동태평양의 바닷물이 차가워져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때 페루 앞바다에서는 바다 깊은 곳에서 물이 올라오는 용승류가 만들어진다. 용승류에는 각종 먹이가 풍부한 게 특징인데 이 때문에 용승류가 약해지는 엘니뇨 때와는 정반대로 페루 앞바다는 라니냐 발생 시 황금 어장이 형성된다.

물론 라니냐가 발생할 때마다 지구촌 곳곳에 매번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라니냐의 강도나 발생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약한 라니냐가 발생했던 2016년 겨울철에는 우리나라에서 라니냐의 일반적인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각국 기상 당국은 이번 라니냐가 강하게 발달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날씨에 직접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또 이번 라니냐는 강하게 발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서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라니냐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각국의 농업과 곡물시장, 경제가 타격을 입는다면 우리나라도 직격탄 아닌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겨울처럼 우리나라 기후나 날씨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라니냐 시작으로 올겨울, 특히 초겨울에 어느 정도의 때 이른 한파가 닥칠지 관심이 크다. 물론 11월부터 때 이른 추위가 시작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지구촌 곳곳에서 어떤 기상이변이 나타날지 결과가 주목된다. 우리 앞에 나타나는 기상이변뿐 아니라 라니냐로 인해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기상이변과 그에 따른 국제 경제 문제까지 챙겨보는 눈과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참고 문헌>

* Emily Becker(NOAA), November 2017 La Nina update: She's back!
www.climate.gov/news-features/blogs/enso/november-2017-la-ni%C3%B1a-update-she%E2%80%99s-back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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