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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고개 드는 미세먼지에 가을 황사까지…호흡기 질환보다 우울증 먼저 생길라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7.11.08 10:58 조회 재생수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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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고개 드는 미세먼지에 가을 황사까지…호흡기 질환보다 우울증 먼저 생길라
늦가을로 접어들면서 미세먼지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주말(4일) 서울 양천구의 미세먼지(PM10)의 농도는 최고 118㎍/㎥까지 올라갔고 김포시 통진읍 172, 천안 성성동 168, 군산시 소룡동은 130㎍/㎥까지 올라갔다. 일시적이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평상시보다 2~3배 이상 올라간 것이다.

오늘(8일)은 중국발 미세먼지에 때 아닌 가을 황사까지 들어오고 있다. 황사가 들어오면서 백령도나 격렬비열도 같은 서해 섬 지방과 서해안 일부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최고 200㎍/㎥ 안팎까지 올라갔다. 평상시보다 미세먼지가 최고 4배 정도나 많은 것이다. 미세먼지에 안개, 황사까지 뒤엉켜 하늘은 온통 잿빛이다. 오후까지는 서쪽지방 곳곳에 불청객 황사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한동안 뜸했던 중국발 미세먼지에 황사까지 들어오는 것은 이제 전반적인 바람 방향이 중국발 먼지를 실어 나르기 좋은 서풍이나 북서풍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두 알고 있듯이 미세먼지가 몸에 해롭다는 연구결과는 무수히 많다.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이나 폐질환, 각종 심장질환, 중풍 같은 뇌혈관질환, 나아가 뱃속의 태아까지도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정신건강도 위협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연구팀은 최근 초미세먼지(PM2.5)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을 발표 했다(Sass et al., 2017). 연구팀은 1999년부터 2011까지 13년 동안 미국 전역의 일반인 6,006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상태를 조사하고 각각 거주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이용해 초미세먼지가 정신건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조사 대상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16~24.23㎍/㎥으로 평균값은 11.34㎍/㎥로 나타났다. 미국 환경청(EPA)의 대기환경기준인 12㎍/㎥을 조금 밑도는 수준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불안, 우울 정도는 케슬러 정신스트레스 척도(Kessler 6 Non Specific Psychological Distress Scale)를 이용해 측정했다.

분석결과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일수록 케슬러 정신스트레스 척도가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초미세먼지 농도가 21㎍/㎥ 이상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의 케슬러 정신스트레스 척도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5㎍/㎥이하로 낮은 지역에 사는 사람의 케슬러 정신스트레스 척도보다 17% 높게 나타났다. 다른 모든 변수의 영향을 제거하고 미세먼지의 영향만 본 결과다. 케슬러 정신스트레스 척도가 높다는 것은 미세먼지 때문에 슬픔이나 신경과민, 절망 같은 정신적인 고통이 그만큼 심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를 생각해 보면 2016년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6㎍/㎥ 이었다. 위 연구 결과와 단순 비교해 볼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세먼지 농도가 5㎍/㎥ 이하인 지역에 사는 사람보다 미세먼지 하나 만으로도 슬픔이나 신경과민, 절망 같은 정신적인 고통을 적어도 20% 정도는 더 받고 산다고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세먼지한국인의 경우 미세먼지 때문에 우울증 발생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인데 실제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해 서울대와 을지대,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등 국내 공동 연구진은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에 거주한 2만 7천여 명을 대상으로 초미세먼지가 우울증 발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Kim et al., 2016).

연구결과를 보면 초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될수록 우울증 발생 위험도가 크게 높아졌는데 초미세먼지가 10㎍/㎥ 증가할 경우 우울증 발생 위험도는 43%에서 최고 61%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뇨나 심장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같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이 같은 질환이 없는 사람보다 미세먼지로 인한 우울증 발생 위험도가 훨씬 더 크게 높아졌다.

예를 들어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미세먼지가 10㎍/㎥ 증가할 때 우울증 발생 위험도가 83%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가 없는 사람의 경우 미세먼지로 인한 우울증 발생 위험도가 27% 높아지는 것과 비교하면 우울증 발생 위험도가 56% 포인트나 더 높아지는 것이다. 또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심장질환이 없는 사람보다 27% 포인트,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보다 미세먼지로 인한 우울증 발생 위험도가 29% 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다.

이에 앞서 2012년에도 국내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미세먼지(PM10)와 질소산화물(NO2), 오존(O3) 같은 대기 오염물질 때문에 우울증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Lim et al., 2012).

미세먼지가 늘어날수록 야외 활동 시간은 줄어들고 실내 활동 시간은 늘어난다. 움직이는 시간보다 앉아 있는 시간도 길어진다. 뿌연 하늘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진다는 사람이 많다. 이어지는 잿빛하늘에 호흡기질환보다 우울증이 먼저 생기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참고 문헌>

* Victoria Sass, Nicole Kravitz-Wirtz, Steven M. Karceski, Anjum Hajat, Kyle Crowder, David Takeuchi. The effects of air pollution on individual psychological distress. Health & Place, 2017; 48: 72 DOI: 10.1016/j.healthplace.2017.09.006
* Kim, K.N., Lim, Y.H., Bae, H.J., Kim, M., Jung, K., Hong, Y.C., 2016. Long-term fine particulate matter exposure and major depressive disorder in a community-based urban cohort. Environ. Health Perspect. 124 (10), 1547-1553
* Lim, Y.-H., Kim, H., Kim, J.H., Bae, S., Park, H.Y., Hong, Y.-C., 2012. Air pollution and symptoms of depression in elderly adults. Environ. Health Perspect. 120 (7), 1023-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