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저널리스트] "집에 가도 됩니까?"…국정감사 의원들 당혹케 한 삼성 사장의 돌발 발언

정윤식 기자 jys@sbs.co.kr

작성 2017.11.04 09:32 수정 2017.11.08 10:0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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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뉴스가 '더 저널리스트(THE JOURNALIST)' 시리즈로 시청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뜨거운 이슈에 대해 보다 깊이 있고 자세한 이야기를 취재 기자가 직접 풀어 전해드립니다. 이번 순서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 도중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집에 가도 됩니까?"라고 발언해 화제가 됐던 일을 취재 보도한 SBS 문화과학부의 채희선 기자입니다. <편집자 주>
 
■ 이번 국정감사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하던데 왜 그랬나요?


- 2017년 국감도 이제 마무리가 됐는데 그날(지난 10월 30일)은 과학기술정통부 출입 기자들이 굉장히 기대했던 국감이었어요. 왜냐하면 국감 기간이라는 게 잘만 하면 이야기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증인들이 누가 나오는지 그리고 거기서 증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이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은 정말 '역대급 국감이다'라고 할 정도로 증인들이 소위 말해 '빵빵'했어요.
 
■ 애플, 구글, 네이버, 삼성전자 최고 경영자가 한자리에 모였다면서요?

- 잘 알려져 있다시피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 그리고 애플 코리아 대표, 구글 코리아 대표 그리고 통신업계에서는 황창규 KT회장, LG 유플러스 권영수 부회장 그리고 삼성전자의 고동진 사장까지 줄줄이 나오는 겁니다. 저희가 원래는 이런 취재원을 만나려면 건물 앞에 가서 뻗치기를 해도 못 만나는 경우가 태반이거든요. 그런데 알아서 국감장으로 한꺼번에 와준다고 하니까 기자들이 아주 설렜었죠. 그리고 "이 사람들한테 과연 어떤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또 현안이 산적해있으니까 굉장히 기대가 됐던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날만큼은 정말 시간을 잘 쪼개서 한명 한명한테 현안을 다 꼬치꼬치 캐물었으면 좋겠다"라는 그런 기대감에 찼던 날이었습니다.
 
■ 말 그대로 '역대급 증인 종합선물세트' 국감이 되는 날이었겠네요.

- 한 마디로 욕심났던 국감인데 지난주에 한번 또 파행을 겪고 해서 잘 시작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었어요. 그런데 다행히 오전 10시 10분쯤에 순조롭게 시작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질문도 정책질의가 이어졌어요. 단말기 완전자급제라든지 산하기관의 비정규직 문제라든지 그래서 이 저희가 취재할 때 '워딩을 받아친다'고 해서 의원들이나 증인들의 말을 그대로 받아치는데 기자들이 그걸 받아치면서도 '아, 정말 알차다 오늘 국감 아주 기대가 된다'라고 서로서로 얘기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한 20분쯤 지났을까? 국감 보이콧을 한다고 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갑자기 들어오는 거예요.
 
■ 야당 의원들까지 국감에 합류하나 하는 기대감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 신경민 위원장 직무 대행한테 가서 귓속말을 이렇게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좀 무슨 얘기를 나눴겠죠? 그리고서 그 위원장 자리를 이어 받았어요. 그래서 저희는 보면서 좀 술렁술렁 하긴 했지만 '이제 온전하게 의원들이 다 모여서 질의를 이어가려나보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유한국당의 신상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위원회 위원장이 하는 말이 "원래 오늘 저희가 복귀를 하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미리 시작한게 유감스럽다"면서 국감에 복귀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 한 마디하고 '빵빵빵' 이렇게 방망이를 친 다음에 정회를 선언해버린 거예요. 그리고서 그 자리를 떠나 버렸거든요. 그러니까 모두 '어, 이게 무슨 상황이지?'하면서 당황하는 상황이었어요.
 
■ 느닷없는 국감 파행에 피감 기관 장차관들 반응은 어땠나요?

- 남은 의원들은 "이게 지금 나갈 때도 맘대로고 정회도 마음대로냐" "여기가 무슨 안방이냐" "지금까지 쉬다왔으면 조용히 들어올 것이지" 뭐 이런 성토가 이어졌고요. 뭐 증인들은 그런 말은 못하니까 가만히 앉아 있었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차관 수십 명의 직원들이 다 있는데 거기서 멀뚱멀뚱 계속 언제 시작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됐죠. 더 큰 문제는 정회를 했으면 '언제 다시 시작하겠다' 얘기를 해줘야 되는데 그것도 말을 안 해줬기 때문에 언제 시작할지 모르고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거예요. 근데 한 시간쯤 지났을까 조용히 또 의원들이 모이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아마 한 시간쯤 기다렸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나서 이제는 아 '그래 뭐 이 정도는 괜찮겠다' '지금부터 질의를 잘 해서 오후에 증인들이 준비돼있으니까 그것만 잘 마치자' 하면서 저희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때부터는 또 의사진행발언을 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 '역대급 증인'들을 불러 놓고서 또 '국감 파행'이 반복된 셈이네요.

- 물론 국회법상 발언할 수 있는 기회는 있는 건데 중요한 게 뭐냐면 그날 의사진행 발언의 내용이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보궐이사 선임과 관련된 항의성 발언들이었어요. 그러니까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발언이다'라고 생각하더라도 증인 입장에서 취재기자 입장에서 볼 때는 일단 지난 26일과 27일에 이건 때문에 파행이 됐어요. 뭐 KBS 국감은 파행이 돼서 아예 접었고요 하루 종일 기다리다가. 그리고 다음날 방문진 국감 같은 경우는 한국당 의원이 없는 상태에서 반쪽짜리 국감을 진행했단 말이죠. 그런데 그 날 돌아와서 다시 3일째죠? 월요일 날 돌아와서는 그 날 본인들이 없었는데 왜 이런 발언을 했냐면서 다시 되새김질을 하면서 그날 일을 가지고 또 그 시간을 소비하는 게 '정말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부처 공무원들은 이런 파행에 익숙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증인들은 느낌이 달랐을 것 같습니다.

- 증인들을 한번 살펴봤거든요. 그랬더니 증인들 입장에서는 피감기관 증인이니까 뭐라고 항의는 못해요. 근데 '이게 내가 과연 봐야 되는가'라는 표정으로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실제 이게 그날은 과기정통부 국감이었기 때문에 업무 연관성이 없어요. 객관적으로 보면요. 그런데 업무 연관성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 계속 의사진행 발언을 들으면서 멀뚱멀뚱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그런 일들이 벌어져서 '좀 안타깝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국민들도 궁금해할만한 사안이 산적해 있었는데 그래서 질의가 이뤄지긴 했습니까?

- 오전에 이렇게 시간을 날려버리는 바람에 결국 오후 3시부터 정말 '역대급 증인'들이 와서 촘촘하게 증언을 해야 되는데 그 시간이 뒤로 밀렸어요. 한 4시 반? 그러니까 준비하고 하면서 저녁때부터 증언이 시작된 건데. 뭐 앞부분은 이제 '지났으니까 어쩔 수 없다'치더라도 만약에 정말 질문이라도 잘 됐으면 좀 괜찮았을 것 같아요. 근데 증인들한테 하는 질문들이 하나같이 정말 '무딘 칼날' 같았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질의응답이 이뤄졌는지 궁금합니다.

- 예를 들어서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의장한테는 질문이 몰렸고요. 나머지 증인들한테는 한 가지 또는 두 가지 정도의 질문을 했는데 그마저도 똑 떨어지는 답을 듣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 취재기자들끼리 얘기하는 건 뭐냐면 '과연 다른 의원들이 하는 질문을 의원들이 서로 듣기는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얘기를 했었는데 그게 왜냐면 바로 앞부분에 같은 질문을 같은 증인한테 했는데 그걸 모르고 똑같은 질문을 한다든지 아니면 같은 증인에 대해서 반복되는 질문을 한다든지 이런 일이 계속 발생을 했고 또 시간 제약 때문이긴 한데 답변을 듣지를 않았어요.
 
■ 했던 질문 또 하고 심지어 증인들의 답변은 아예 듣지도 않았다는 건가요?

- 고동진 삼성 사장 같은 경우는 "답변할 기회를 달라"고 몇 번이나 요청을 했는데도 "이따가 하라"고 하고 넘어가고 뭐 이런 일들이 발생을 했거든요. 근데 이게 왜 문제냐면 사실 답변할 기회가 없다보니까 증인들 입장에서는 일정시간 지나가니까 "예. 예. 알겠습니다" "검토 하겠습니다" 이러고 넘어가는 거예요. 원래는 답변을 듣고 그 논리가 허점이 있으면 다시 캐묻고 이렇게 되면 새로운 사실들이 나오고 그리고 국감장에서 어떤 약속을 할 수도 있고 이렇게 활용이 되기를 바라는 거였는데 그런 게 전혀 안됐던 거죠.
 
■ 문제의 '집에 가도 되냐' 발언이 나온 건 그럼 몇 시쯤인가요?

- 이렇게 지루하게 계속 질문이 오가다보니까 좀 지쳐요. 한 12시 자정쯤 가까이 되면 거의 무슨 졸음도 오고 반복되는 질문에 지치는 그 즈음이었어요. 열두시가 되기 한 5분 전쯤이었어요. 그 때 신상진 위원장이 한 말이 좀 풀어주려고 했겠죠. "증인들 12시 넘어서까지 질의하면 싫어하시겠죠?" 이렇게 질문을 한 거예요. 다들 까르르 웃었어요. 그러면서 "좋습니다. 안 한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이렇게 분위기를 이어갔거든요. 그리고 또 한 번 그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좀 싫은 것 같은데 어떠세요. 양해해주겠습니까"라고 물었거든요. 그랬더니 "아, 양해하겠습니다" 하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질문을 이어가려고 하던 찰나에 갑자기 발언 기회도 없는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번쩍 손을 들더니 육성으로 "아까 다 끝났으면 가도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라고 질문을 한 거예요.
 
■ 고동진 사장의 '귀가 발언'을 들은 의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 순간 신상진 위원장은 당황을 했죠. 물론 거기서 "증인들도 양해해 주시겠죠?"라고 하고 넘어가려고 했던 질문이 있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던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 우왕좌왕하던 순간에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구원투수로 나섰어요. "한 삼 사십분이면 끝날 거고 삼성이 갖는 기업의 의미가 있으니까 끝까지 해 달라"라는 얘기를 하면서 마무리는 됐어요. 그런데 고동진 사장은 새벽 1시 20분 정도에 국감이 끝났는데 그 시간 내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 자리에 앉아있었습니다. 제가 다시 그 다음에 동영상을 돌려봤어요. 그 기간 정말 불만스럽게 맞는 건지 아니면 저희 취재기자들이 잘못 본건지 하고 그 뒤에 올라온 영상을 저희가 봤는데요. 김경진 의원이 마지막에 "함께 해주시겠습니까? 끝까지?"라고 물어봤는데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한 4초 동안 대답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하나, 둘, 셋, 넷하고 마지못해서 "알겠습니다"라고 하고 그렇게 넘어갔던 것이 있었죠.
 
■ 국감에 나온 증인의 발언으로는 아주 특이한 건데 취재기자들은 어떻게 봤나요?

- 처음 생각은 '증인으로 나와서 좀 너무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기자들도 그런 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있었고. 근데 한 번 더 지나보면 사실 그날 삼성전자가 열두시를 넘겼으니까 당일날 실적 발표도 있었고 그리고 굉장히 어렵게 부른 증인들이었거든요. 특히나 이번 국감 시작할 때 의원들 그러니까 여야 간사들이 뭐라고 했냐면 " 이번에 증인 출석 안하면 고발하겠다" "국회 관련법에 따라서 증인은 출석해야 될 책임이나 의무가 잇고 이걸 지키지 않으면 책임을 물어서 고발을 하겠다"고 아주 강하게 말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취재기자들과 나중에 얘기해보면서 느낀 거는 '이렇게 의무를 지킨 증인에 대해서 과연 제대로 감사할 책임은 얼마나 지고 있는가는 의문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리고 증인으로 출석해서 '집에 가도 되냐' 이렇게 들고 일어나는 정도의 말이 터져 나올 정도의 국감이라면 '앞으로도 이 국감에 대해서 기대하기가 좀 어렵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삼성 갤럭시노트7 폭발'과 관련한 삼성 사장의 중요한 답변도 묻혔다고 들었습니다.

- 고동진 사장이 받은 질문 중에 "갤럭시노트7 폭발 사고로 판매점까지 손해를 본 부분이 있는데 어떻게 책임을 지겠느냐"라는 질의가 있었어요. 근데 삼성 입장에서는 "이동통신사와 대리점까지는 우리 협상 대상이지만 판매점은 이동통신사가 협상할 몫이다"라고 답을 이렇게 했거든요. 그런데 그 답을 끝까지 충분히 안 들어줬나 봐요. 그래서 제 입장에서는 앞으로 이게 현안이고 하니까 어떻게 해결될지 궁금해서 고동진 사장한테 가서 물어봤어요. "더 하실 말씀 있으면 해라" 그랬더니 하는 말이 "기분나빠서 자기는 말 못하겠다"고 하는 거예요. 국감장에서 충분히 발언기회를 주지 않고 혼내듯이 발언만 하니까 "이건 뭐 망신 주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 심지어 공무원들 사이에는 '국정감사 잘 받는 법' 매뉴얼까지 있다고요?

- 피감기관의 간부인데 "저번에 국정감사 때 과제를 내준 것들 잘 검토하고 가져온 것 아니었나"고 물었더니 "국감을 잘 받는 법이 있다"더라고요. 그래서 뭐냐고 물었더니 "네. 네. 알겠습니다. 검토 하겠습니다"라고 말을 하라는 거예요. 결국 검토하겠다고 돌아서면 다시 검증이 안 되기 때문에 '자리를 그런 식으로 모면하는 방법이 국감 잘 받는 법이다'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들으니까 되게 씁쓸하더라고요. 왜냐면 저는 아침부터 그 다음날 새벽 한시 반까지 무슨 얘기를 나올 줄 알고 기자들이 거기서 계속 취재를 하고 있는데 결국은 그렇게 마무리가 돼버리니까 굉장히 아쉽더라고요.
 
■ 매년 반복되는 '엉터리 국감'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 한 분 한 분 증인들이 정말 5시간을 취재해도 모자랄 정도의 증인들인데 '너무 저희가 답을 못 끌어냈다' 이런 얘기를 했어요. 그러면서 우리가 이걸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냐 했을 때 '차라리 기자들한테 질문 하게 하면 어떨까'라는 그런 비현실적이지만 그런 얘기도 했고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저희가 오늘 얘기했던 것은 모 의원과 밥을 먹는데 질의시간이 사실은 1인당 7분이라든지 정해져있거든요. 그러니까 그 시간 안에 답변까지 들어야 되다 보니까 답을 안 듣는 이런 문제가 있어서 '이런 걸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더저널리스트 채희선 편◆ 채희선 기자

- 사회부(사건·법조)와 경제부에 이어 정보과학부(방통위·미래부·통신·포털 등)에 왔습니다. 중간에 '3시 뉴스브리핑팀'에서도 재미있게 일했습니다. 깨지더라도 정직하게 말하고, 눈앞에 이익을 위해 꼼수 쓰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취재를 위해 때론 공격적이지만, 인간 관계에서는 상처를 주지 않으려 애씁니다. 주목받는 1등보다 함께가는 꼴찌를 좋아합니다.
 
(기획 : 정윤식 / 촬영 : 주범, 김태훈 / 디자인 : 안준석 / 편집 : 한수아, 김보희)     

▶[취재파일] "집에 가도 됩니까?"…용감한 삼성 사장이 국감장서 손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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