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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후원금 흥청망청 쓴 이영학…'깜깜이 기부' 선의의 피해자 막으려면?

[리포트+] 후원금 흥청망청 쓴 이영학…'깜깜이 기부' 선의의 피해자 막으려면?

윤영현 기자 yoon@sbs.co.kr

작성 2017.10.25 18:3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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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리포트+] 후원금 흥청망청 쓴 이영학…깜깜이 기부 선의의 피해자 막으려면?
'어금니 아빠' 이영학 씨가 그동안 딸의 희소병 치료를 도와달라며 모금한 후원금의 규모가 드러났습니다. 경찰이 이 씨와 딸, 아내 3명의 계좌를 분석했더니 지난 12년간 12억 8천만 원, 매년 1억 원 넘게 입금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후원금을 외제 차를 구매하거나 문신하는 데 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씨의 후원금 사용 내역이 드러나면서 '깜깜이 기부'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 12억 중 1억만 딸 치료비로…이영학, 나머지 돈 어디에 썼나?

경찰이 송금 기록을 확인한 결과 이영학 씨가 후원금으로 받은 돈 12억 8천만 원 가운데 딸의 치료비로 추정되는 돈은 10분의 1 정도인 1억 6천만 원이었습니다. 나머지 11억 원은 치료비와는 상관없는 용도로 쓰인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딸의 치료를 위해 수억 원의 후원금이 필요하다고 울먹이며 호소하던 이 씨는 후원금을 어디에 사용한 걸까요?
12억 중 1억만 딸 치료비로…이영학, 나머지 돈 어디에 썼나?경찰 조사 결과 이 씨 자신과 누나, 형 등의 명의로 된 차량 6대를 사는 데 후원금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씨 자신이 문신하는 데도 4천만 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서울 강남에 위치한 원룸 임대료로 지난 6월부터 석 달간 매달 160만 원이 빠져나간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이 씨는 이 원룸에서 퇴폐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며 자신의 아내를 성매매에 나서도록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 눈물로 호소하던 어금니 아빠…후원자들 "배신감 느낀다"

이영학 씨는 지난 2005년부터 최근까지 출판물과 인터넷 커뮤니티, 방송 등을 통해 자신과 딸의 희소병 투병 사실을 널리 알리며 후원금을 모금해왔습니다. 이 씨는 10여 년 동안 13억 원 가까운 후원금을 받았는데, 후원 액수나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래픽
[이영학 / 지난 2008년 후원금 모집 당시]
"우리 딸을 위해 다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제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 딸의 병원비가 만들어진다면 바랄 것도 없습니다." //
십시일반으로 모인 후원금이 이 씨의 호화 생활에 쓰였다는 것이 알려지자 후원금을 냈던 후원자들 사이에서는 '충격적이다', '배신감이 느껴진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어금니 아빠에게 기부한 적 있는데 황당하다"며 "앞으로 기부할 때마다 의심 먼저 해야 하는지 걱정된다"는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 "병원비가 부족해요" 개인 후원금 모집 늘고 있지만 부작용도…

후원금을 애초 밝힌 목적과 다르게 사용해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8월에는 결손 아동을 돕는 단체 '새희망씨앗'의 운영자들이 100억 원 넘게 들어온 후원금으로 호화 생활을 해 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영학 씨처럼 개인이 후원금을 모집해 문제가 된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8월 유기묘를 데려와 기르는데 병원비가 부족하다고 SNS에 호소한 A 씨의 사연은 삽시간에 퍼져 100만 원 가까운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A 씨는 후원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못해 후원자들에게 고소당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최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 이용 증가로 사연을 알리기 쉬워지면서 개인 후원금 모집이 늘고 있지만 이를 악용한 불투명한 기부도 생기고 있는 겁니다.

■ 선의의 피해자들 생기는 것 막아야…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간 누계 1천만 원 이상 기부금 등을 모집하려면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등에 모집 목적과, 목표액, 사용계획 및 모집자 정보를 등록해야 합니다. 그런데 기부금 액수를 기준으로 등록 의무 여부가 결정되다 보니, 소액 후원금 모집의 경우 사실상 관리가 전무한 상황입니다. 또, 기부금 총액이 연 1천만 원을 넘겼을 때 등록하지 않아도 적발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서울시 민관협력담당부서 관계자는 SBS와의 통화에서 "등록된 단체의 경우 사후 관리 감독을 하고 있지만 기부금 미등록 단체인 경우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개인 기부금 모집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에 계좌 추적 등의 권한이 없고 개별적으로 찾아가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기 때문에 지인이나 언론 제보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후원금을 횡령하는 등 기부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생길 때마다 가장 큰 피해자들은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합니다. 한국기부문화연구소의 비케이 안 소장은 "한국에서는 기부금 유용 사건이 일어나면 곧바로 기부 축소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오히려 이영학 사건을 통해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시스템과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기부 시스템에 대한 대안들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공익인정위원회(Public Interest Commission)'가 모집 단체의 공공성을 인정할 때만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합니다. 영국도 '자선위원회(Charity Commission)' 같이 전문성을 갖고 비영리 영역을 꾸준히 감시하는 독립 기관이 따로 마련돼 있습니다.

*그래픽
비케이 안 소장 / 한국기부문화연구소
"선진국에서는 기부하는 순간 관계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그 순간 관계가 끊어진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우리에겐 기부 이후 오히려
더 관심 갖고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모니터링하고 알아야 할 책임이 있는 겁니다. 이영학 사건이 일어났다고 이영학 씨에게서 기부금을 환수하는 임시처방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기부자와 비영리단체, 정부, 미디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기부 선진국'으로 가는 성장통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기획·구성: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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