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작침] 종(種)의 종말 ③ : 외래생물 80%, 어디서 왔는지도 어디 사는지도 모른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작성 2017.11.01 13:11 수정 2017.11.02 14:2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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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외래생물의 위협은 국가를 넘은 인류의 문제다. 인간을 포함한 '종의 축소, 종의 종말'을 막기 위해 각 국가는 대비책을 마련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 <① 청와대에 침투한 공포의 존재…그의 이름 '꽃매미'> ,<② 줄어드는 생물종, 늘어나는 외래종> 기사에서 연속 보도했듯 침입외래종에게 한 번 뚫려버린 생태계는 걷잡을 수 없이 망가져 버린다. 고유한 먹이사슬을 붕괴되고, 그 피해에서 인간도 예외일 수 없었다. 각 국가가 외래종의 유입 과정, 서식 실태를 조사해 체계화 및 정보화시키는 이유다.

외래생물에 대한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SBS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에서 관리하는 한국외래생물정보시스템(http://kias.nie.re.kr)을 토대로 외래생물 2,208종을 최초로 전수 분석해 관리 실태를 파악했다. 또 정부가 선언한 5개년 계획인 '외래생물관리계획'의 이행 여부를 확인했다. 그 결과, 정부의 외래생물 관리 곳곳이 허점 투성이고, 기초적인 정보조차 없을 만큼 부실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부작침] 외래종
● 말 뿐인 계획…'외래생물관리 5개년 계획'
 
한국은 2013년 생물다양성법을 시행하면서 공식적으론 외래생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앞서 기사에서 보도했듯 법으로 위해우려종과 생태계교란생물을 지정하는 등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다만, 제도가 촘촘해도, 현실에서 적용은 별개의 문제였다.

일본과 중국에서 위험 외래종으로 별도 관리하는 붉은불개미를 한국에선 관리 대상에 포함 시키지 않은 건 일면에 불과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리 위험성을 파악하지 못한 잘못이 있지만, 아직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이미 오래 전, 시스템 구축을 위한 계획을 준비해뒀기 때문이다. 단지, 이 계획이 실제로 이행되지 않았을 뿐이다.

정책의 입안자인 공무원은 물론, 이해당사자인 시민에게도 생경한 '국가 계획'이 있다. 바로 '외래생물 관리계획'이다. 이 계획은 정부가 임의로 수립 여부를 결정하는 게 아니다. 생물다양성법에 따라 환경부 장관이 5년마다 반드시 수립해서 발표해야 하는 의무적인 계획이다.
[마부작침] 외래종계획에 포함될 내용도 법으로 규정돼 있다. '외래생물 관리 목표, 추진방향, 관리 현황, 피해 실태, 조사 연구 추진 방법' 등 구체적 범위도 법으로 정해져 있을 만큼 중요한 국가 계획이다. 법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14년 '1차 외래생물관리계획'을 발표했다. 2018년까지 달성할 목표와 구체적 방법을 선언한 것으로 이 중 하나가 '외래생물 대외협력 및 인프라 구축'이었다. 3년 전부터 해외 정보 확보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 있었지만,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 "외래생물 80%이상 어디 사는지, 유입경로도 몰라"

'1차 외래생물관리계획(2014~2018)'은 한국의 외래생물 대응을 위한 최초의 총괄적 계획이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외래생물 피해를 막기 위해 국가가 나서 대응책 및 미래 달성 목표를 선언한 것이다. 1차 계획의 중점 과제는 '외래생물 분포, 실태 조사'였다. 불청객인 외래생물이 어떤 생김새이고, 어디서 살고, 어떻게 유입됐는지 등 기본적 정보를 알아야 구체적 대응책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접근 방식은 바람직했지만, 이 역시 실행되지 않았다. 국내 외래생물을 관리하는 생태원은 '한국외래생물정보시스템'을 통해 외래생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외래생물 현황과 구체적 정보를 알려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특히 정부만으론 다양한 방법으로 유입되는 생명체를 막기 어렵다는 한계도 작용했다. 때문에 '민간 참여 유도 및 민간 참여의 전국 모니터링 네트워크 구축'을 1차 외래생물관리 계획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런 계획에 따라 시스템에 등록된 외래생물은 2,208종이다. 원산지, 도입시기, 유입경로, 천적 여부, 서식지 등 기초 사실을 공개하기 위해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정작 핵심인 '내용'은 없다. 개별 정보에 대해선 '자료없음'이 부지 기수다. '자료없음'은 '모른다'는 뜻으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마부작침] 언제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외래동물<마부작침>이 시스템에 등재된 외래생물 2,208종을 전수 분석해 본 결과, 외래생물의 기초 정보인 도입 시기가 확인되는 건 전체 2,208종 중 292종에 불과했다. 86.8%(1,916종)에 대해선 아직 도입 시기조차 파악 못했다.

또 다른 기초 정보인 도입용도가 확인되지 않은 외래생물도 전체의 78%인 1,723종에 달했다. 핵심 정보인 서식지가 확인된 것은 전체의 16.3%에 불과했다.

쉽게 말해 외래생물 중 80% 이상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래생물의 천적 존재 여부도 불확실 투성이다. 전체 외래생물 중 84.5%(1,866종)에 대해 천적 존재도 조사하지 않은 실정이다.
[마부작침] 한국외래정보시스템 화면
● 얼굴도 모르는 외래생물?…80% 이상 유입경로 원인도 몰라
 
외래생물 관리에 또 다른 필수 정부는 유입 경로다. 어디서 유입됐는지를 알아야 차단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입 경로가 확인된 건 전체 외래생물(2,208종)의 20%도 되지 않는다. 82.8%(1,829종)는 유입 경로와 유입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 '자료없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다수 외래생물이 '자료없음'의 이름 아래, 기초적인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가 주도의 '외래생물관리 5개년 계획'의 존재 이유가 무색한 상황이다.

특히 '한국외래생물정보시스템'을 통해 시민들에게 외래종을 공지하고 참여를 유도하면서, 정작 생김새를 알 수 없는 황당한 일도 다반사다. 외래생물이라고 등록 공지했지만,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려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부작침> 분석 결과, 전체 외래생물 중 사진으로 외관을 확인할 수 있는 건 769종, 전체의 34.8%에 불과했다. 나머지 65% 이상은 이름만 알 수 있을 뿐, 어떤 모습인지 확인할 수 없다. 외래생물 실태 파악을 위해 발견 시 신고하도록 시스템까지 구축했지만, 정작 시민은 외래생물의 생김새를 알 수 없는 모순된 상황인 여태껏 지속된 것이다.
[마부작침] 생김새도 모르는 외래생물국립생태원 관계자는 "일본 등 해외국은 오래전부터 외래생물 연구를 시작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뒀지만, 아직 한국은 기초 조사도 부족하고 미흡한 실정"이라며 "내년까지 최대한 기본적인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노력 중에 있다"고 말했다. 박용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에서 외래생물과 관련한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라며 "계획은 세워뒀지만,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 외래동물 원산지 1위 북미, 외래식물 1위 유럽

외래생물 2,208종 중 원산지가 확인되는 건 절반에도 미치는 못하는 903종(동물 648종 식물 255종)이다. 전체 외래생물 중 40.9% 수준이지만, 그나마 유입 경로, 서식지, 생태계 영향 여부 등 다른 기초 정보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나은 수준이다.

<마부작침>이 원산지가 확인된 외래생물을 동물과 식물로 나눠 분석했다. 동물 648종 중 15.1%가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이 원산지로 파악됐다. 다음이 동남아시아(11.1%) 순이었다. 식물(255종) 중 최다 원산지는 유럽으로, 전체의 44.7%(114종)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음이 북미 지역(27.5%)순으로, 동식물간 원산지에 다소 차이가 났다.
[마부작침] 외래종북미, 유럽에 집중된 외래생물 원산지를 두곤 다양한 해석이 있다. 외래생물은 식용, 산업, 농업용, 애완, 관상용 등 의도적으로 반입하는 경우엔 경향성 파악이 힘들고 수요에 따라 원산지가 달라질 수 있다. 반면, 사람 또는 상품의 이동 및 수송 수단 이동에 따라 비의도적으로 유입되는 경우엔 무역량과 교류가 많은 국가에 원산지가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정부 기관끼리 다른 위해우려종 수치?…이름도 모르면서 조심해라?!

이미 한국에 유입된 '외래생물' 뿐 아니라 '예방'이 필요한 외래생물, 즉 '위해우려종' 관리도 허점 투성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정부가 발표한 '위해우려종'은 지난 2014년 1월 1일을 시작으로 지난 8월 25일까지 모두 127종이다. 위해우려종은 한국에 유입될 경우 생태계를 훼손하는 위험성이 확인된 외래생물이다. 의도적인 반입은 물론, 비의도적 유입을 막기 위해 생물다양성법에 근거해 고시 절차를 거치고 있다.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야 유입 가능성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위해우려종 정보를 종합 제공하는 '한국외래생물정보시스템(kias.nie.re.kr)'에 등록된 위해우려종은 98종에 불과하다. 2016년 12월15일, 지난 8월 25일 두 차례 걸쳐 환경부가 고시한 위해우려종 29종이 길게는 1년이 지나도록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예산 부족, 인력 부족이라는 말로 피해갈 수 없다.  가장 기초적인 관리 소홀은 물론 정부 기관 사이 정보 교류조차 원활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마부작침] 서로 다른 수치 외래종생태원 관계자는 "시스템 관리에 소홀한 점이 있었다"며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총괄적 관리를 하는 생태원에 시스템 관리를 보다 엄격하게 하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스템 관리도 문제지만, 위해우려종의 경우 정식 한국 명칭은커녕, 임시 명칭조차 확인할 수 없는 게 대다수다. 환경부가 지난 8월 25일 고시한 '위해우려종 지정(환경부고시 2017-160호)'을 보면, 127종의 명칭은 '라틴어로 된 학명'과 '영어로 된 명칭'으로만 소개돼 있다. 명단만 보면 외국 정부의 고시로 착각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정보 제공은 '한국외래생물정보시스템'도 마찬가지다. 
[마부작침] 한국외래생물정보시스템 화면<마부작침>이 추가 취재를 통해 임시 한국명을 확인할 수 있었던 건 98종에 불과했고, 지난해 12월부터 추가 고시된 위해우려종은 임시 한국명조차 알 수 없었다. 위해우려종을 '고시'형태로 공개하는 이유는 다른 기관은 물론, 시민과 기업 등에 알려 효과적이고 광범위한 차단을 하기 위해서다. '1차 외래생물관리 5개년 계획'에서 선언한 '민간 참여' 및 '위해우려종 사전 관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앞으로는 효과적인 시민 참여와 위해우려종 차단을 위해서 임시 한국명도 포함시켜 고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1년 남은 '외래생물관리계획'…말 뿐인 선언

1차 외래생물관리계획은 1년 뒤인 2018년에 완성을 목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론 1차 계획에서 선언한 목표가 완료되는 건 어렵다는 분석이다. 앞서 보도한 외래생물 기초조사, 시스템 구축, 민간 참여 외에도 구체적 계획들이 줄줄이 남아있다.
[마부작침] 1차 외래생물관리계획 주요 내용대표적으로 현재 20종인 생태계교란생물은 2018년까지 28종까지 선정한다고 계획돼 있다. 산술적으로 1년 안에 외래생물 2,200여종 중 특히 위험한 외래종을 선정해 위해성 평가를 실시하고, 8종을 추가로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해야하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2023년 완전 퇴치를 목표로 선언한 뉴트리아 제거 작업, 국내에 실제 존재하지만 아직 파악 못한 외래생물에 대한 실태 조사도 남은 숙제다. 1차 계획의 기본도 지키지 못한 상황에서 내년에 발표할 '2차 외래생물관리계획'이 2019년부터 5년 간 한국의 외래생물을 관리할 수 있을까.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안혜민 분석가 (hyeminan@sbs.co.kr)
디자인/개발: 임송이
인턴: 홍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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